불어난 시중 유동성, 토지 시장 움직일 수 있을까

주택 대신 토지로?…부동자금과 토지보상금 쏠림이 변수

불어난 시중 유동성이 토지 시장을 자극할까?

     시중에 늘어난 부동자금과 막대한 토지 보상금이 땅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거래가 많지 않고 대외 변수가 불확실해 섣부른 기우일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땅값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까?

올 하반기 수도권에 9조282억원에 달하는 토지보상금이 풀리면서 땅값이 상승하고 있다.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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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단기 부동자금은 6월 기준 약 977조원으로 집계됐다. 5월 말 보다 3조원 늘어났다.



최근 업계에서는 늘어난 시중 자금이 각종 규제 영향으로 위축된 주택 시장 대신 토지나 그 외 부동산 안전 자산으로 쏠릴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토지 거래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는 정반대 주장이 있다. 같은 시장 상황을 놓고 한쪽에선 활기를, 한쪽에선 둔화·축소에 힘을 싣는 등 해석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땅값은 계속 올랐다"…규제 피해 토지로
토지 시장 상승 요인으로는 연말까지 수도권 일대에 풀릴 9조원대 토지보상금과 시중 유동성 확대가 꼽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은 "땅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면서 "저금리 기조로 부동자금이 증가했는데, 규제가 심한 주택시장 보다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토지 쪽으로 유동성이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긴 흐름으로 보면 전국 토지가격은 2008년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한국감정원 통계정보시스템을 통해 최근 4년간 전국 땅값 변동률을 보면 2015년에는 연간 2.4% 올랐고, 2016년 2.7%, 2017년 3.88%, 2018년 4.58%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 전월 대비 0.31% 상승을 시작으로 2월 0.27% 3월 0.30% 4월 0.32% 5월 0.33% 6월 0.32% 7월 0.34% 올랐다.

전국 지가변동률 흐름. /송윤혜 디자이너

정부 통계에서 땅값이 꾸준히 오른 데엔 지가 책정 방식도 한몫했다. 한국감정원의 데이터는 전국 50만필지를 선정해 평가하는 표준지 공시지가로, 이를 기준으로 개별공시지가가 정해진다. 보통 시장에서는 공시가격 가격 이상에서 거래되다 보니 정부가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면서 땅값이 계속 오른 것으로 잡힌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다음 해의 표준지 공시지가를 정할 때 전년 거래액을 감안해 정하고, 새 표준지 공시지가가 개별공시지가에 영향을 주다 보니 거래가 되는 지역에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격이 올라가고, 거래가 없으면 해당 지역 가격은 오르지 않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시스템을 통해 올해 월별 토지 거래량을 살펴보면 △1월 23만9533필지 △2월 19만6260필지 △3월 23만6906필지 등 매월 약 20만필지씩 꾸준히 거래됐다.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7월에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25만163필지가 거래됐다.



"토지 거래 시장은 축소 중"
이와 달리, 앞으로 토지 거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주택뿐 아니라 시장 전반에 매수 심리가 위축된 데다 토지는 미래 불확실성도 감안해야 할 점이 있어 단순히 주택 규제를 피해 토지로 유동성이 쏠릴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토지 거래량과 거래액이 줄고 있는 점도 근거다. 밸류맵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2016~2017년에 비해 작년과 올해 토지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2016년 68만9920건의 토지 거래가 이뤄졌고, 2017년에도 이보다 더 늘어 71만6611건이 거래됐으나, 작년에는 64만2339건으로 전년보다 크게 줄었다. 총거래액도 2017년 88조7863억원, 2018년 73조5463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 토지 거래량은 30만7558건으로, 총거래액은 33조3755억원이었다. 상반기 지표를 감안해, 밸류맵은 올해 토지거래량은 61만5116건, 총거래액은 66조751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연도별 토지 실거래 신고 현황. /밸류맵 제공

토지 시장 주요 데이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해석과 전망도 엇갈린 셈이다. 최근 거래된 물건들이 줄어들고 가격이 빠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 지표가 좋아진다고 해서 단순히 이를 긍정의 신호로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시중 자금이 토지 투자로 이어지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토지는 주택에 비해 가치를 환산하기 쉽지 않은 데다, 투자 시 미래가치 선별도 어렵기 때문에 돈이 있다고 해서 토지 시장에 바로 들어가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과거에는 주택 시장을 규제하면 자금이 토지나 상가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토지라고 해서 거래가 쉽지 않다는 것을 투자자들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허지윤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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