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다니는 자식 가진 부모의 슬픈 자화상...학자금 대출 대학생만 46만명...장학금은 줄어

지난 1년 학자금 대출 대학생 46만명, 교내 장학금은 줄고


     홍모(28)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3년째 직장에 다니지만 늘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갚는 데 매월 수십만원이 빠져나간다. 홍씨는 “만 2년이 넘도록 학자금을 갚았지만 아직도 원금이 1000만원가량 남았다. 저축은 꿈도 못꾼다”며 “대학생 때 진 빚이 지금의 삶을 옥죄고 있다”고 말했다.


빚을 지는 대학생이 갈수록 늘고 있다. 가계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더 많은 대학생이 학자금 대출에 기댄다. 지난 1년간 학자금 대출 신청자 수는 2만명 가까이 늘었다. 반면 대학에서 주는 장학금은 줄었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등 노력을 해도 장학금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다.


 

이에 정부의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 예산은 매년 증가세다. 2021년이면 사상 최대치에 이른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누구는 신청하지 않아도 장학금을 주는데, 상당수는 국가장학금이나 대출만 바라보는 게 현실이다. ‘장학금의 양극화’라는 한숨마저 나온다.




5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4년제 일반대학 및 교육대학 196곳의 장학금 총액은 4조7478억원이다. 전년(4조7990억원) 대비 512억원(1.1%) 줄었다. 대학 장학금 총액이 전년 대비로 감소하기는 5년 만에 처음이다. 교내 장학금이 전년 대비 297억원 줄어든 게 ‘결정타’였다. 학생 1인당 장학금은 연간 332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1.2%(4만원) 감소했다.


이와 달리 학자금 대출을 신청하는 학생은 늘고 있다. 지난해 2학기와 올해 1학기 한국장학재단을 이용해 학자금 대출을 이용한 학생은 46만2672명에 이른다. 전년(44만3637명) 대비 1만9035명(4.3%) 늘었다. 전체 대학 재학생 가운데 학자금 대출을 이용한 학생의 비중도 13.9%로 전년(13.3%)보다 0.6% 포인트 상승했다.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 이용자는 20만4642명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이용자도 25만8030명으로 0.6% 늘었다. 빚을 지고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이 그만큼 증가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 예산은 해마다 늘고 있다. 정부는 소득이 낮은 계층에 주는 맞춤형 국가장학금을 재정으로 지원한다. 한국장학재단에서 운용하는 취업 후 상환 장학금과 일반상환 보증금에도 정부 재정이 출연된다.


기획재정부는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예산이 2017년 3조9450억원에서 지난해 3조9957억원, 올해 3조9986억원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추세라면 2021년쯤 사상 최대 규모를 찍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장학재단 출연 예산도 지난해 1976억원에서 올해 2274억원으로 늘었다.




정부 예산 증가는 복지 확대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그만큼 그림자를 드리운다. 국가재정은 물론 청년층에 상당한 부담을 던진다. 학자금 대출은 취업을 하는 순간부터 목을 조인다. 통계청의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30대 미만 청년 가구주가 떠안고 있는 부채는 2397만원에 달한다. 양극화의 결말은 ‘빚 갚기의 굴레’인 셈이다.


일부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을 두고 20~30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로 ‘장학금의 양극화’를 지목한다. 대학생 김모(25)씨는 “교내 장학금이 줄어 학자금 대출로 견뎌야 하는 대학생이 있는가 하면, 신청하지도 않은 장학금을 챙기는 계층이 있다는 게 드러났다”며 “박탈감을 넘어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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