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요원, 국가 경쟁력 강화에 필수”


“전문연구요원, 국가 경쟁력 강화에 필수”

과학언론이슈 토론회서 정당성 설파

    대한민국 이공계 인재들의 군복무가 사회 각계각층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석‧박사급 인원이 군 복무기간을 대체해 3년간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는 전문연구요원제도 때문이다.

국방부는 최근 전문연구요원제도 축소를 검토 중이다. 인구 감소로 인한 병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국방부가 검토 중인 감축안에 따르면, 단계적으로 전문연구요원을 줄여나가 5년 후에는 그 정원이 약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릴 전망이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계, 산업계 등은 일제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23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전문연구요원제도, 그 해법은 없나?’ 




과학언론이슈토론회에서는 전문연구요원제도를 둘러싼 각계의 입장을 밝히고, 그 해결 방안을 도모하는 자리가 마련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 23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전문연구요원제도, 그 해법은 없나?’ 과학언론이슈토론회에서는 전문연구요원제도를 둘러싼 각계의 입장을 밝히고, 그 해결 방안을 도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제도 개선 통해 국민 공감대 형성할 것”
먼저 허재용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인재양성과장은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라며 산업계와 과학기술계 등에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종의 ‘특혜’로 취급되는 형평성 논란도 언급됐다. 허 과장은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전체적인 규모는 2500명가량으로 전체 대체 복무 제도 중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이라고 언급하며 “때문에 국방부에서도 부담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국방부와의 원활한 협의를 바탕으로 과학기술계 의견 반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현행 그대로 가자는 의미는 아니다. 허 과장은 “제도 개선을 통해 일반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라며 “특히 박사급 제도 개선과 관련, 어떻게 하면 국방력 증대에 직접적 기여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문연구요원을 국가 및 공공 관련 연구개발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안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는 과학기술전문사관, 군사과학기술병 제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허 과장은 “군의 첨단기술화가 급격히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과학기술전문사관, 과학기술병제도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부분”이라며 “이 역시 추가적으로 확대하면서 과학인재가 국방에 좀 더 기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많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기술 개발에 중요한 역할”
한편 이번 토론회에선 유난히 산업계를 대변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그만큼 연구전문요원 제도가 산업계에서 가지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 인력의 상당 부분을 전문연구요원에 의지하는 중소기업의 입장이 화두로 떠올랐다. 허 과장은 전문연구요원 1인이 중소기업의 1년 매출에 기여하는 수치가 연간 4억 원 이상이라는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산업계 전체적으로 전문연구요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1조 원이 넘어간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확실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김상길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전략기획본부장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공급 사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산업의 뿌리에 해당한다”라며 “중소기업 기술 개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체 산업 생태계에 문제가 생긴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많은 이공계 전문 인력들이 중소기업 근무를 꺼린다는 점. 김 본부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 박사급 인력을 보유한 곳은 12%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으로서 대체가 어렵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그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역설했다.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중소기업이 우수 기술개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으로 꼽힌다. ⓒ Pixabay

“제도 개선, 외국 사례도 참고해야”
이광형 KAIST 교학부총장 역시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그는 “국방은 모든 국가자원의 총화에 의해 결정된다”라며 “일선에서 총을 들고 전선을 지키는 것만이 국방이 아니다. 그와 동시에 첨단 무기를 개발해 전투력을 제고하고 산업 기술을 발전시켜 경제력을 튼튼히 하는 인력도 중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를 벤치마킹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는 2개의 대학 내에 국방 연구소를 만들었다”라며 “대학교는 이미 시설, 교수진 등 관련 기반을 갖추었기에 인력, 예산 등의 문제없이 자유롭게 국방부가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부총장은 이어 “효율적인 국가인적자원 활용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어떤 인력을 어디에 배치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게 하느냐는 것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어 점수보다 중요한 것은 연구역량”
전문연구요원 선발을 담당하는 교육부는 어떤 입장일까. 권지은 교육부 학술진흥과 사무관은 “전문연구요원들이 다양한 과학기술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면서, 단순히 국방 분야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는 것은 그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제도 자체의 존속에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다만 현재의 제도 자체가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권 사무관은 “교육부에서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선발 방식”이라며 영어, 한국사, 대학원 석사과정 성적을 기준으로 요원을 선발하는 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전문연구요원제도의 핵심은 이공계 대학원생 중 우수한 인재들이 단절 없이 연구에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의 선발 방식에는 연구역량 자체를 평가하는 항목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선발의 키포인트가 되는 것은 영어 점수. 권 사무관은 “과도한 영어 점수 경쟁으로 연구 인력들이 연구를 해야 할 시간에 영어공부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라며 “연구 분야별로 선발을 하지 않는 것도 개선돼야 할 사항”이라고 짚었다.



이에 교수 및 전문연구요원 신청자 등 다양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거쳐 타당성 있는 선발 제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다. 권 사무관은 “기존 이공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펠로우쉽 등 여러 사업들의 선발 방식을 참고해 공정한 연구역량 평가 방식을 만들겠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국방부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연구요원 선발에 대한 개선점도 제시됐다. 특히 과도한 영어 점수 경쟁으로 인해 연구 인력들이 연구를 해야 할 시간에 영어공부를 하는 모습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 Pixabay

“이공계 학생들이 국가에 기여하는 방법”
한편 이번 토론회에서는 논란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 청년대표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최원석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부총학생회장은 약간은 격앙된 모습으로 “중요한 것은 ‘정원을 줄이느냐 늘리느냐’가 아니다”라며 “그러한 소모적인 논의 대신, 오히려 이를 확대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연구요원들은 소위 ‘꿀을 빤다’라는 수치스러운 표현을 많이 듣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러나 전문연구요원 근무는 단지 편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자로서의 영광스러운 길을 걷겠다는 꿈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표현했다.

최 부회장은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 경제 보복을 예를 들며 설명했다. 그는 “기초과학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최근 일본 수출 규제 사태에서 보듯이, 부족한 과학기술은 뼈아픈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라며 “이공계 학생들이 국가에 제일 잘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문연구요원 제도다. ‘현역병은 오늘을 지키고, 전문연구요원은 내일을 지킨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이들은 “‘특혜’가 아닌 ‘대체 복무’임을 정확히 알리고, 구체적으로 국가 발전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 그 성과를 도출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홍보를 강조하는 한편, “전문연구요원에게 다른 업무를 맡기는 등 원래의 취지를 망각한 기업들도 있다”, “규정을 위반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일탈행위 재발 방지 대책도 신경을 써야 한다” 등 쓴소리를 통해 제도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청한 객원기자 사이언스타임즈
케이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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