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임시 자갈보 또 유실···"멀쩡한 보 두고 뭐하나"


세종시, 세종보 개방으로 용수 확보위해 설치
세종보 상류에 2억 들여 길이 100m 규모 조성
난해 7월과 8월 이어 최근 호우로 일부 유실

    22일 오전 세종보에서 상류 쪽으로 상류 5㎞ 지점에 있는 자갈보를 찾았다. 길이 100m(폭 5m, 높이 1m)의 자갈보의 상당 부분은 유실된 채 방치돼 있었다. 바로 옆 양화취수장 가장자리에는 녹조가 떠 있고, 오염된 물이 고여 있었다. 유실된 상태의 자갈보는 도시 경관까지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종시 금강에 설치한 자갈보. 최근 집중호우로 상당 부분이 유실됐다.

이 자갈보는 2017년 11월 13일부터 세종보를 개방한 이후 용수가 부족해지자 세종시가 지난해 3월 만들었다. 공사비 2억원은 세종시가 부담했다. 



세종보에 가둔 물은 세종호수공원과 세종시를 흐르는 금강 지천 2개(방축천, 제천)에 공급해왔다. 호수공원에는 약 32만㎡(약 9만 8000평) 규모의 인공호수가 있다.   
 

지난해 3월 준공 당시 자갈보 모습. 중앙포토

호수공원과 이들 하천은 금강 본류보다 높은 곳에 있다. 인공적으로 하루 8000~1만5000t의 금강물을 퍼 올리는 방식으로 물을 대줘야 한다. 결국 용수 확보를 위해 세종보 상류에 새로운 형태의 보를 만든 것이다. 자갈보에 가둔 물은 양화취수장을 거쳐 세종호수공원 등으로 향한다. 세종시는 지난해 유실된 자갈보 보수에 수천만원을 썼다.     
  


게다가 올해와 내년에 차례로 개방하는 세종중앙공원과 세종 국립수목원에도 수목 관리 등을 위해 물이 필요하다. 세종중앙공원에는 하루 최대 4000t, 국립세종수목원에는 1600t의 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세종시는 예상한다.  세종중앙공원(141만㎡) 1단계는 올해 말, 2단계는 내년 말에 준공된다. 또 세종 국립수목원은 호수공원 옆 65만㎡에 내년 5월까지 조성된다.     

세종시 자갈보 주변 금강 일부 구간에는 녹조도 형성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민 최영락씨는 “멀쩡한 보를 놔두고 국민 세금으로 자갈보를 만든 것도 이해할 수 없는데, 자갈보마저 집중 호우 때마다 유실돼 흉물 같은 모습이 된다”며 “세종보를 빨리 가동하는 게 이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길”이라고 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자갈보는 돌망태 형태로 설치돼 있어 잘 유실되지 않는다”며 “용수확보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자갈보 보수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따르면 환경부는 세종보 해체에 대비해 양화취수장 시설 개선 등에 쓰기 위해 올해 9억 원을 편성했다. 



세종에서는 일부 환경단체를 제외한 대다수 시민이 세종보 해체를 반대하고 있다. 집권 여당(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해찬 지역구 국회의원(당 대표)과 이춘희 세종시장, 재적의원 18명 중 17명이 여당인 세종시의회도 최근에는 '보 해체 신중론'으로 입장을 바꿨다.
 
세종보는 당초 노무현 정부가 건설 계획을 수립했다. 2011년 1864억원을 들여 높이 4m, 폭 360m 규모로 조성했다. 보 안에 물을 담아 도시 경관을 살리고, 하천 주변에 오토캠핑장 등을 만들어 휴식공간으로 제공하자는 게 주요 목적이었다.  

한편 최근 환경부가 구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이자 의원에게 제출한 ‘4대강 16개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 분석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년간 수문을 연 세종, 공주, 승촌, 죽산, 낙단, 구미, 이포 등 7개 보는 각각 수문을 열었던 기간 일반 수질 지표가 수문을 닫고 있던 계절 같은 기간과 비교해 더 악화했다. 



생화학적 산소요구랑(BOD), 인의 함량(TP), 총 질소(TN), 부유물질(SS)등의 지표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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