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말 좀 새겨들어...윤종용 "소재 국산화 앞엔 죽음의 계곡 있어"

윤종용 "소재 국산화 앞엔 죽음의 계곡 있다"
 
[韓日 경제갈등]
IT의 산 증인, 日언론과 인터뷰

     "연구·개발과 제품 상용화 사이에는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높은 장벽이 있다. (반도체 소재 국산화는) 서두르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단기간에는 어려울 것이다."


윤종용(75·사진)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최근 일본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한 한국 정부·기업의 대처에 대해 "국산화는 기업이 스스로 판단해 진행해야 한다"며 "정부가 연구·개발이나 투자 때 세제 혜택 등을 해주기만 하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선다"고 말했다.



IT(정보기술) 업계 원로가 한·일 갈등이 있는 민감한 시기에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윤 전 부회장은 본지 통화에서 "일본의 규제 조치 이후에 온 인터뷰 제안은 계속 고사했다"며 "이번엔 '한국에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고 미래 지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소리도 있음을 일본 사회에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대에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경영인이다. 1966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사한 그는 1997년 1월 삼성전자 대표이사에 오른 뒤 2008년 고문으로 물러날 때까지 18년 동안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했다. 이 시기 삼성전자는 소니 등 글로벌 경쟁사들을 밀어내고 세계 1위 전자 기업이 됐다. 삼성을 떠난 이후에는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사장 등으로 일했다.



"국산화 쉽지 않아"
윤 전 부회장은 인터뷰에서 "양국 지도자들은 국민의 반감을 이용해 상대국을 압박하고 있다"며 "혐한, 반일 정서가 강해지면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또 "일본의 수출 관리 강화 조치로 부품·소재 수출이 막히면 한국 산업은 큰 피해를 보고, 삼성전자도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국산화에 나서고 있지만, 정밀화학 분야는 앞서 있는 독일·일본·미국과 역사가 짧은 한국의 격차가 크다"고 했다. 국산화가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윤 전 부회장은 특히 반도체 소재·부품 국산화의 현실적 어려움을 강조했다. 그는 "노벨상을 받을 만한 과학적 발견은 이론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는 어렵다"며 "마찬가지로 수제품 한두 개를 만드는 데 성공하는 것과 대량 생산을 하는 것은 정말 다르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이 소재 관련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이를 실제 상용화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윤 전 부회장은 본지 통화에서 "지금과 같은 국제 분업 시스템하에서는 모든 소재·부품을 국산화하는 것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핵심 소재의 국산화는 추진하되 일본과 외교적으로 갈등을 풀어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IT 업계 "안일한 대응 향한 쓴소리"
업계에서는 대표적 IT 원로가 쓴소리를 낸 것에 대해 "일본 경제 보복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대처에 문제가 많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반도체 소재 국산화가 금방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본 규제 영향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는 시각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 국산화가 금방 해결될 것처럼 전망하면서 일본 규제 조치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현실과 동떨어져 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윤 전 부회장은 오래전 회사를 떠났기 때문에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는 회사 입장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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