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응원하는 홍콩 시위, 왜 한국 만 침묵하나


홍콩 시위 10주… 전 세계가 응원하는데, 한국만 '침묵'

[취재수첩] 미국·영국·EU·일본 "중국 강경진압" 우려… 한국 민주세력은 10주째 침묵

     범죄인인도법안(일명 중국송환법)에 대한 반발로 지난 6월9일 시작된 홍콩의 시위는 보통선거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사퇴 요구 등으로 번지며 10주째 이어졌다. 여러 민주주의 선진국들이 홍콩 시위대에 대한 지지선언과 중국의 강경진압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며 비판하는 가운데 유난히 조용한 나라가 있다. 대한민국이다.

홍콩 시위대가 6월12일 홍콩 정부청사 앞에서 중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협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6월9일 시위대 규모가 홍콩 인구의 7분의 1인 104만 명으로 커질 만큼 시위가 격화되자 6월12일과 13일 미국·영국·EU는 잇따라 성명을 내고 홍콩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홍콩 시위사태 닷새 만이었다. 이후에도 일본을 비롯해 호주·캐나다 등 수많은 민주주의 선진국들이 홍콩 시위 지지를 선언했다.




중국은 민·관·군을 모두 동원해 홍콩 시위를 테러로 규정하며 지속적으로 무력개입 신호를 보낸다. 인민일보는 지난 10일 선전에 중국 무장경찰의 장갑차 수백 대가 모인 모습을 내보냈고, 중국 공산당 산하조직인 공청단은 같은 날 웨이보 공식 계정으로 "테러 습격 사건 등 사회 안전을 해치는 행위를 진압하고 처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던 중 지난 12일 홍콩 시위대의 공항 기습점거사태로 홍콩국제공항이 폐쇄됐다 재개되는 등 사태가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정부여당이 중국과 외교마찰을 우려한다"
한국은 정부차원의 지지선언은 물론, 민주화를 훈장처럼 자랑하던 자칭 '민주화세력'들도 홍콩 시위에 대해 일언반구하지 않는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과 2016년 '촛불혁명'으로 민주정부를 이뤄냈다고 자평하는 이들이 10주째 이어지는 홍콩 시위에 대해서는 짠 듯이 조용하다. 정부여당이 홍콩 시위를 지지했다거나 중국정부를 비판했다는 내용은 들어보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여당이 중국과 외교마찰을 우려한다"는 말이 흘러나올 뿐이다.



홍콩 시위대는 6월14일 홍콩 도심 차터가든에서 광둥어로 번역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당시 이 노래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제창(의무적으로 부르는 것)하도록 했다. 취임 업무지시 2호였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홍콩 시위 공개지지를 선언하며 지난 6월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몽을 꾸고 한국은 중국에 말에 붙은 파리처럼 찰싹 붙어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민주당이 (홍콩 시위 지지를) 절대 하지 못할 것"이라며 "광주 민주화운동을 모델로 삼아가는 홍콩 민주화운동을 외면하는 것은 자기부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에서 민주화를 외쳤던 세력들이 홍콩 시위에 대해서는 '비겁한 침묵'으로 중국 눈치만 본다. 벌써 10주가 지났다.
오승영 기자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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