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도 지자체 꼴찌 전남 신안군, 주민혈세로 100억 짜리 '황금바둑판’ 만들어 논란


세금 줄줄 ‘황금 마케팅’ …이번엔 신안 ‘100억 황금바둑판’

이세돌의 고향·바둑의 메카 알리자는 차원
189㎏짜리 황금 바둑판 만들어 전시키로
지역사회, "예산 낭비 대표적 사례"지적

    신안군은 최근 '신안군 황금바둑판 조성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를 만들어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신안군은 황금 189㎏(순도 99%) 매입을 목표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기금을 조성한다. 해마다 군 예산으로 33억6000만원 어치의 황금을 산다. 189㎏은 가로 42cm, 세로 45cm 크기의 바둑판 규격에 맞게 제작할 때 필요한 금의 무게다. 

무슨 믿는 구석있나
대통령이 애지중지하는 지자체?
(에스앤에스 편집자주)
 

함평군이 나비축제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순금 162kg짜리 황금박쥐 순금 조형물. 뉴시스

신안군은 황금바둑판 제작의 명분으로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을 배출한 바둑의 고장 신안'이란 점을 내세우고 있다. 신안군 비금도에는 이세돌 바둑기념관도 있다. 올해 6회를 맞은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도 조훈현의 고향 영암군, 김인의 고향 강진군과 신안군이 함께 개최한다. 6월에는 한국·중국·일본·대만 등 4개국 시니어 바둑기사들을 초청해 '제1회 1004섬 신안 국제 시니어 바둑대회'도 열었다. 신안군 관계자는 "황금바둑판으로 '바둑의 메카 신안군'이란 이미지를 굳히고 싶다"고 말했다.  


 
황금바둑판은 제작이 끝나면 평상시에 신안군청 수장고에 보관하기로 했다. 모형은 비금도 이세돌 바둑기념관에 전시된다.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나 시니어 바둑대회 등 각종 바둑대회가 열릴 때 제한적으로 진품을 전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황금 마케팅으로 시선을 끈 지방자치단체는 함평군이 있다. 함평군은 162㎏의 황금박쥐 동상을 만들었다. 지난 3월 2인조 절도범이 시가 80억원 상당의 황금박쥐 동상을 훔치려다 붙잡히기도 했다. 162㎏은 1999년 함평군 대동면 일대에서 서식이 확인된 황금박쥐 162마리에서 착안했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신안군의회 한 의원은 "올해 신안군의 재정자립도가 8.55%로 전국 최하위 수준인데 주민 세금으로 황금바둑판을 만든다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조민지 사무국장은 "지역의 역사성이나 상징성이 떨어지는 조형물을 만드는 것은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안군이 6월 3일부터 24일까지 공고한 '황금바둑판 조성 기금 조례 제정안. [사진 신안군]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2014년 9월 공공조형물 건립을 둘러싼 갈등과 무분별한 건립에 따른 예산 낭비 방지를 위해 '주민대표 참여 건립심의위원회 구성',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장치 마련' 등을 권고했었다. 



국민권익위가 올해 7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권고사항 이행 여부를 확인한 결과 신안군은 권고사항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안군이 6월 3일부터 24일까지 공고한 '황금바둑판 조성 기금 조례 제정안. 신안군은 황금 189㎏을 매입할 계획이다. [사진 신안군]

황금바둑판은 지난 5월 박우량 신안군수가 결정한 이후 6월 조례안이 입법 예고됐다. 주민대표가 참여한 건립심의위원회 구성 등 국민권익위 권고는 지키지 않았다.
 
신안군 관계자는 "불세출의 바둑기사 이세돌을 배출한 바둑 고장이라는 지역의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황금바둑판을 만들기로 했다"며 "주민 의견 등을 수렴해 황금바둑판 제작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신안=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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