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화이트리스트 배제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韓 미래먹거리 위협…10년만에 최악 불황 '전조'

日 화이트리스트 배제, 韓 미래먹거리 위협…10년만에 최악 불황 '전조'


日 정부 소재 수출 통제 본격화되면 2% 성장도 위협받아

시스템 반도체·수소차 등 차세대 성장동력 타격 받을 듯


    우리나라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에서 배제됐다. 그간 일반 포괄 허가를 받거나 허가면제를 받았던 1120개 품목이 개별허가로 전환돼 앞으로는 수입품을 어디에 사용할지 등을 일일이 증명해야 한다. 정부는 적어도 수백개의 제품의 수입 절차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산 소재·부품 의존도가 큰 반도체를 비롯해 화학·기계·자동차 부품 등 국내 산업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수출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이번 결정은 오는 28일부터 시행된다. 이달 말부터는 일본에서 소재 등을 수입하는 한국 기업들은 일본 정부의 심사, 허가를 받아야 한다. 소재, 부품, 장비 도입 절차가 현재보다 최장 90일 가량 늦어질 수 있다. 일본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해 생산 차질이 생길 경우 가뜩이나 가라앉고 있는 국내경기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수소차 등 미래 먹거리 산업들이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화이트리스트 시행되면 수입 사실상 어려울 것 

일본 정부가 2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우리나라의 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나루히토 일왕 명의로 공포되고 21일이 지나면 시행되는데, 이르면 오는 28일부터 수출 심사 우대국 대우를 받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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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화학·기계·자동차 부품·비금속 등 48개 주요 수입 품목의 경우 지난해 기준 전체 수입액 중 일본 수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는다. 이들 품목의 총 수입액은 27억8000만달러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8일 발간한 '한·일 주요 산업의 경쟁력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4227개 품목 중 일본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은 253개, 90% 이상인 품목은 48개로 나타났다.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국가에 비민감품목을 수출할 때는 3년에 한 번 포괄허가만 받아도 되도록 하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전략물자의 경우 화이트리스트 국가도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1120개 품목 중 263개 품목은 전략물자며 우리나라가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되면서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되는 비민감품목은 857개다. 




일본은 군사용으로 사용될 우려가 없는 품목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수출 허가를 내주겠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당분간 일본 제품을 수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3개 품목은 3개 일본이 수출 규제 강화조치를 취한 이후 수입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태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일본 정부의 수출 허가가 나지 않아 수출 규제 품목에 대한 수입 실적이 없다는 얘기를 업계에서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대기업 임원은 "일본 정부가 한국이 일본에 대해 경쟁력 우위를 확보했거나 치열하게 시장 주도권을 다투고 있는 품목에 대한 소재수출을 전략적으로 통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수소차·시스템반도체 등 미래 먹거리 겨냥하면 한국 경제 성장 위협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시차를 두고 한국 경제에 적잖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성장률 2.2% 달성이 힘들어 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뜩이나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주저앉고 있는 국내 경기에 무거운 짐이 하나 더 얹어진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현재까지는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수입 제한의 직접적인 영향이 본격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앞으로 상호 보복전이 본격화된다면 추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률 추이(단위 :%, 2019년은 한국은행 전망치)


일각에서는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소재·장비 수출 통제가 표면화될 경우 반도체 등 주력산업의 생산 차질이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로 인한 산업 현장의 생산 감소가 표면화될 경우 올해 2% 성장도 버거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대 경제성장률이 현실화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9년(0.8%) 이후 최악의 경제불황이 일어나게 된다. 




일본 정부의 수출 통제 품목 후보군에 오르고 있는 품목들이 한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핵심 소재라는 점은 향후 산업 경쟁력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출 규제 강화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시스템 반도체의 핵심 소재다. 또, 수소차나 전기차 배터리 소재도 일본 기업 의존도가 높다. 특히, 배터리 전해액의 원료가 되는 리튬염과 전해액 첨가제, 알루미늄 파우치 등은 일본산 비중이 높아 향후 수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업계의 타격이 우려된다.


수소탱크도 일본 도레이에서 공급받는 탄소섬유로 만들어진다. 업계는 당장은 큰 영향은 없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가 본격화할 경우 친환경차 생산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 등 일부 기술이나 소재는 일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부분이 있다"며 "국산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규제가 본격화하면 당분간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세종=정원석 기자 세종=이승주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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