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만 골라 걷다보니 ‘여성 최초’


올해 4월 첫 여성 차장 퇴직 전까지 

여성 유일 조달청 내 1급 공무원


    공직 사회에서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가장 많이 들었을 이는 조달청 장경순 前차장(사진)일 것이다. 조달 여성 공무원의 역사를 개척한 주인공인 그에게 늘 따라 붙는 수식어는 ‘여성 최초, 여성 1호’다.


지난 1987년 조달청에서 공직을 시작한 장 차장은 2004년 11월 제주지방조달청장을 맡아 첫 여성 과장이자 기관장에 올랐다. 이후 기술직, 여성 기획재정담당관을 거쳐 2009년 7월에는 여성 최초로 국장급인 인천지방조달청장에 임명됐다. 그가 올해 4월 첫 여성 차장에서 퇴직하기 전까지 여성으로서는 유일하게 조달청 내 1급 공무원이었다.




장 차장은 건축학과를 졸업했지만 엔지니어로써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건설 기업으로의 진로가 아닌 공무원의 길을 택한 것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제한적이었던 80년대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그에게는 최선의 선택지였다. 그렇게 그는 국내 조달청의 70여년 역사를 새롭게 써왔다.


장 차장은 조달청에서 공직을 시작한 이후 줄곧 시설공사, 원자재비축, 국제협력, 재정기획 등 주요 조달업무를 거치며 ‘조달정책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성격이 솔직하고 소탈하며, 일을 할 때나 사람을 대할 때 치우침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장 차장은 이렇듯 신화를 써올 수 있었던 이유로 당시 사회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여성이라서’ 이기도 하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길을 골라 걸어왔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그는 여성으로서의 혜택에 기대기보다는 공직자로서 능력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이에 국제물자국장 재직 시 국내 조달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선두에서 해외조달 시장의 물꼬를 틀었다. 당시 미국, 페루, 코스타리카 등의 해외 시장에 시장개척단을 파견하는 등 혁신적인 행보를 걸었다.


서울지방조달청장 재직 시에는 이해 당사자 간의 권고·조정을 통해 레미콘 수급문제를 해소했으며, 총사업비 설계적정성 검토, 안전 총괄감독관제 도입 등을 통해 시설공사 품질 및 안전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


장 차장은 “능력이 있어도 여성을 기피하는 이유는 회사에서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부족한 희생정신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며 “여성은 일을 잘해도 남성보다 ‘약해 보이는’ 단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두 배 이상을 더 노력해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직 공무원이라는 자부심도 상당했다. 과거 조직에서 엔지니어들은 승진의 기회가 제한돼 있었다. 일반 행정조직 내에서도 소수집단, 게다가 그런 엔지니어 사이에서 여성으로서 살아남기는 더욱 힘들었을 터. 그럼에도 그는 강한 생존력으로 조달청 ‘여성 최초’의 역사로 남게 됐다.


장 차장 역시 세 번의 출산, 육아를 거쳤다. 하지만 경력단절이나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 친정어머니의 헌신과 남편의 지원 덕분이었다. 이러한 도움은 그가 사회에서 더욱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재직 중에도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토목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데 이어 선물거래상담사와 국제공공조달사 등 직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자기개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장 차장은 “공직자로서 반듯한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한 자리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며 “나를 위한 발전 계획을 꾸준히 세웠던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성이 조직의 리더로서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이 주어진 자리에서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갈등과 분쟁이 많은 업무 현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성의 소통능력과 갈등 조정능력이 발휘되는 측면이 있다. 여성이 각 분야에 골고루 분포되고, 실력만큼 대우받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장 차장은 현재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 최초’ 신화를 써오던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주변에 도움을 구할 곳이 없어 힘들어하는 여성 공학도들을 위한 멘토링 등 후학 양성에 힘쓸 계획인 것.


여성의 사회 진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 차장은 모든 여성 후배들에게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장 차장은 “여성이 진출하지 못할 분야는 없다. 단지 편견이 그것을 가로 막고 있을 뿐”이라며 “그 편견을 딛고 일어섰을 때 더욱 빛나는 것이 여성이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공학저널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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