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돈에 의한 돈을 위한] 농민수당 60만원 지급?…지자체 '퍼주기 경쟁' 어디까지


청년수당도 모자라 농민수당 60만원 지급…지자체 '퍼주기 경쟁' 어디까지

전남, 내년 1,459억 지급한다
전북·충북도 도입절차 진행

    전라남도 전라북도 충청북도 등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이 ‘농민수당’ 지급을 결정하거나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예산을 자체 조달하지 못해 3분의 2 정도를 중앙정부에서 타 쓰는 이들 지자체가 과도한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농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별도 현금성 복지수당을 주는 것에 대해 “다른 직종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전라남도는 지난 25일 도내 22개 시·군과 내년부터 농어가 24만3000가구에 연 60만원(지역화폐)의 농민수당을 주기로 합의했다. 



농민수당 조례 제정안이 다음달 도의회를 통과하면 광역지자체 중 처음으로 농민수당을 도입하게 된다. 도의회 여야 모두 농민수당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전라북도 충청북도 등도 농민수당 도입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기초지자체 중에는 이미 농민수당 지급을 시작한 곳이 있다. 전남 해남군은 지난 6월부터 연 60만원의 농민수당을 주고 있다. 경북 봉화군은 오는 10~11월부터 연 5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전라남도의 재정자립도는 25.7%로 17개 광역지자체 중 꼴찌다. 전라북도는 26.5%로 16위, 충청북도는 35.9%로 13위다. 재정자립도란 지자체에 필요한 수입 중 자체 조달한 수입의 비율이다. 이 비율이 30%라면 나머지 70%는 중앙정부에서 보조받는다는 의미다.



재정자립도 20~30%에 불과한 지자체들 '농민수당' 도입
전라남도를 시작으로 전라북도 충청북도 등이 도입을 추진하는 ‘농민수당’은 농민이라면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현금성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저소득층, 사회적 약자를 지원한다’는 복지 원칙이 아동수당에 이어 또 한 번 깨진 것이다. 이들 광역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30% 안팎에 불과한 데다 국민 세금을 특정 민간 직업군에 쓴다는 점에서도 논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라남도가 도입을 추진 중인 농민수당은 김영록 지사의 공약이었다. 연간 60만원의 지역화폐를 도내에 주소지를 둔 농어가 총 24만3000가구에 주겠다는 것이다. 전라남도는 지난 25일 도내 22개 시·군과 지급에 합의했고, 다음달 농민수당 조례 제정안을 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여야 모두 도입에 찬성해 내년부터 농민수당 지급이 사실상 확정됐다.

전라남도는 농어업 외 소득이 연 3700만원 이상인 사람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하지만 농어업 소득은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수당을 주기로 했다. 농어업 종사자의 다른 소득이 연 3700만원을 넘기는 쉽지 않아 대부분 농어가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라북도는 내년부터 농민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도내 14개 시·군과 협의하고 있다. 연간 60만원을 현금 30만원, 지역화폐 30만원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충청북도 역시 이시종 지사의 공약에 따라 농민수당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 경남 충남 등에서도 농민단체와 도의회를 중심으로 농민수당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농민수당 지급이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것을 두고 중앙정부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땐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심의위원회와 협의해야 한다. 지난달 전남 해남군이 기초지자체 중 처음으로 농민수당을 도입하며 복지부와 협의했지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복지부가 사실상 농민수당 지급을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지자체 파산제 검토해야”
농민수당 도입을 요구하는 농민단체 등은 “농민은 사회적 약자”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민이란 특정 직업군을 사회적 약자로 분류하면 자영업자와 저소득 근로자도 비슷한 수당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며 “농민은 연간 한도 1조4900억원 내에서 보조금을 지원받고 전기요금, 대출 등에서도 각종 혜택을 보고 있다”고 했다. 소상공인의 2017년 연평균 영업이익은 3225만원(중소벤처기업부 조사)이었고, 같은 해 농가의 연평균 소득은 3824만원(통계청 조사)이었다.

지자체들이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은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지출을 늘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농민수당 도입을 사실상 확정한 전라남도의 재정자립도는 25.7%로 17개 광역지자체 중 ‘꼴찌’다. 나머지 74.3%의 수입은 전 국민이 낸 세금 등으로 충당한다. 전라남도의 자체 세수 수입은 연 1조원 정도에 불과한데 이 중 10분의 1이 넘는 1459억원을 농민수당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자체장이 전 국민의 돈으로 농민에게 생색내는 셈”이라며 “‘돈이 모자라면 중앙정부가 지원해주겠지’라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지자체 파산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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