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붕괴 태양광, 또 산사태 발생

1년만에 또… 청도서 '태양광 산사태'

산비탈에 만든 태양광 시설 옹벽, 태풍 지나간 뒤 20m 구간 무너져
작년 붕괴사고 복구 지연됐는데 올해 안전점검서 '양호' 판정 받아

    지난해 장마 때 무너졌던 산지 태양광 시설이 최근 태풍에 또 붕괴됐다. 사고가 난 시설은 최근 산림청이 실시한 장마철 대비 일제 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무리하게 지어진 산지 태양광의 위험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1일 경북 청도군 풍각면 산지의 태양광 시설 옹벽 20m가 제5호 태풍 '다나스'가 몰고 온 집중호우에 토사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지난해 6월 장마 때도 붕괴한 시설이다. 26일 찾아간 풍각면 현장에선 사흘 전 시작한 복구공사가 한창이었다. 옹벽은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비닐 덮개가 씌워져 있었다. 모래주머니와 철조망을 무게 추처럼 드리워 고정해 뒀다. 



무너져 내린 흙더미가 위태위태하게 쌓여 자칫하면 다시 무너질 듯 보였다. 청도군 관계자는 "사고가 난 태양광 시설은 비탈에 있어 호우에 토사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진 것 같다"고 말했다.



26일 경북 청도군 풍각면 산지의 태양광 시설에서 호우로 무너진 옹벽을 복구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이 태양광 시설은 지난해 장마 때도 무너졌으나 이번에 다시 붕괴됐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지난해 7월 경북 청도군 매전면에서 태양광 패널들이 장마 때문에 발생한 산사태로 흙더미에 깔려 있는 모습. /이승규 기자·김동환 기자

청도군은 지난해 사고 이후 태양광 시설 사업자 측에 세 차례 복구공사를 촉구했다. 당시 사업자 측이 수리하려 했으나 공사비를 두고 보수 공사 업체와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착공이 지연됐다. 청도군은 지난 4월에 한 번, 6월에 두 번 태양광 업체 측에 복구 추진 공문을 보냈지만 보수 공사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사업자 측과 공사 업체 측은 지난 21일 장마로 옹벽이 또 무너지자 부랴부랴 일정을 잡았다. 이틀 후인 지난 23일부터 복구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청도군 관계자는 "업체 측 요구로 복구 기간을 9월 30일까지로 잡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지형상 산지 태양광은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고 지적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 공학부 교수는 "태양광 설비는 토지 비용이 많이 들고 양지바른 곳이 필요해 가격이 싼 임야나 산비탈을 고르는 경우가 있다"면서 "일부 시설은 비가 올 때마다 지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태양광 시설은 캘리포니아 사막 지대 등지에 건설한다. 땅값이 싸고 빛도 잘 들어오는 데다 평야에 위치해 안전성도 높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여름에 집중호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태양광 설치에 불리하다"며 "되도록 폭우나 산사태 위험이 적은 곳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에 붕괴된 풍각면 태양광 시설은 지난 5~6월 산림청 안전 점검에서 관리 상태가 양호한 '가' 등급을 받았다. 당시 전국 산지 태양광 발전사업장 중 주택 등으로부터 300m 이내에 설치된 2038곳에 대해 안전 점검을 실시한 결과, 무려 97.4%(1986곳)가 '가' 등급으로 분류됐다. 관리가 미흡해 긴급한 보수·안전 조치가 필요한 '나' 등급은 52곳(2.6%)에 불과했고, 안전이 우려돼 즉각 조치가 필요한 상태인 '다' 등급으로 분류된 사업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다만 풍각면 시설의 경우 피해 예방을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보완 시공' 조치는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26일 "청도군에서 사업자에게 계속 복구공사를 촉구했으나 적절한 조치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 재점검을 통해 필요할 경우 군과 협의해 산지 전용 허가 일시 중단 등의 조치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신수지 기자 청도=이승규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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