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워싱턴에 사람 보내지 말고 日에 보내라"


"한국, 워싱턴에 사람 보내지 말고 日에 보내라"


"워싱턴 찾은 한국 당국자의 설명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공감 못해

보복 아니라는 日주장도 납득 안가… 美 입장은 중재 불가, 자력 해결"


    우리 정부가 고위 당국자들을 워싱턴에 보내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 측은 '중재 불가', '한·일 자력 해결'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15일 전화 인터뷰에서 "상황이 이렇게까지 온 데 대해 미국은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필요한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최근 잇달아 워싱턴을 찾은 한국 당국자들의 설명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공감은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기본 입장은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는다, 중재하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한다는 데서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은 한·미·일이 이 지역 공동 관심사 등에서 협력하도록 권장하고(encourage) 있다"고 했다. 미국이 한·미·일 회동을 추진해 한·일 현안이 아니라 지역 안보 등 다른 분야에서부터 한·일 협력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는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6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조인원 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일단 한·일 갈등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권장' 또는 '격려' 선에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어떤 역할을 해도 '중재'나 '관여'는 아니라는 것이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지난 12일 NHK 인터뷰에서 '권장'이란 표현을 반복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나는 양측이 북한 등 이 지역 핵심 이슈에 초점을 맞추도록 권장하는 것 외에 중재나 관여를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일이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도록 권장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관리는 "한·일이 뭔가 합의를 하면 미국도 귀를 기울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건 건설적이지 못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워싱턴에 누군가를 보내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일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워싱턴에서의 일본 측 움직임과 관련, 이 관리는 "일본은 본국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고 주미 일본 대사관을 통해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는 '금지(ban)도 보복(retaliation)도 아니다'라면서 '오해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금지가 아니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보복이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대한 수출 규제 조치가 보복이 아니라는 일본 측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한·일 양측이 갈등을 절실하게 풀고 싶어 하는 분위기는 아직 아닌 것 같다"면서 "미국에 심판을 봐달라거나 편을 들어달라는 쪽에 가깝다"고 했다. 워싱턴의 한 통상 문제 전문가는 "일본 수출 규제 조치의 여파가 한국을 넘어 미국 기업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커질 때 미국이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해 미국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존 햄리 소장은 15일 워싱턴을 방문한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을 만나기 전 기자들에게 "한국과 일본 양국 다 미국의 중요한 동맹이라는 점에서 정말로 걱정스럽다"면서 "미국 정부가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번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도 이날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미국은 한·일 양국이 귀를 기울일 유일한 국가"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한·일 정상에게 전화해 무역 전쟁을 중단하고 대화를 시작하라고 격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전문가는 "한·일 관계는 북핵 문제와 달리 워싱턴에서 이 문제를 깊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전반적으로는 관심이 낮다"고 했다. 그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관건"이라면서, "만일 트럼프가 트위터에 한·일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면 미국의 대응은 그에 따라 급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인선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7/20190717001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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