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 공학계 대는 4대 단체, 전문연구요원제도 정원 축소 정책 반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


    국내 과학계와 공학계를 대표하는 4대 단체가 최근 국방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문연구요원제도 정원 축소 계획을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기업연구소와 중소중견기업을 대표하는 14개 협회와 단체도 11일 축소 움직임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해, 전문연구요원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과기계와 중소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6년 6월 국방부가 전문연구요원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올해 전문연구요원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과학기술계가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2016년 6월 당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반대 기자회견'에서 전국 이공계 학생 전문연구요원 특별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5일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축소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전문연구요원제도는 1973년 처음 도입된 제도로 국내 지정된 대학이나 중소, 중견기업에 연구원으로 일정 기간(36개월) 복무하는 것으로 군 복무를 대체하는 제도다. 1년에 약 2500명이 이 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석박사급 인력이 일정 기간 국내 대학원과 기업에 머무르도록 유도하는 강한 유인책 가운데 하나로 꼽혀 왔다. 하지만 지난주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출생률 감소에 따른 병역 자원 부족을 이유로 전문연구요원의 정원을 2022년부터 감축해 2024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일 것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네 단체는 공동 성명서에서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축소되거나 폐지될 경우 국내 이공계대학원의 인적 자원이 붕괴되고 고급두뇌의 해외 유출도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는 한국의 압축 성장을 견인한 고급인력 확보에 지장을 초래해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네 단체는 “국방력 강화는 과학기술력 기반의 국가경쟁력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고 우수 연구인력 확보는 그 필수조건”이라며 “전문연구요원은 핵심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지원하는 제도인 만큼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네 단체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오히려 30% 이상 증원하는 게 시대에 맞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전문연구요원은 병역특혜가 아니라 엄연한 대체 복무”라며 “축소시 국내 과학기술계와 산업계가 당장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일각의 집단이기주의에 의한 주장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11일 오후에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벤처기업협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 등 14개 산업기술혁신 관련 협회 및 단체의 모임인 ‘TI클럽’이 반대 입장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산업계 전문연구요원은 1973년 시행 이후 40여 년간 우수 연구인력 확보가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이 석박사급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왔다”며 “제도의 취지와 그간의 성과를 충분히 검토하고 과학기술계와 산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감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m 동아사이언스




미래과학 걸린 병역특례 유지, 집단이기주의 아니다


과기정통부-국방부 현재 규모 축소 두고 논의중

전문연구요원 축소시 진입연령 5년 지연될 수도

젊은 男과학자 연구매진 위한 합리적 결정 필요


     지난해 도나 스트리클런드 교수(캐나다 워털루대)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는 데는 20대 대학원생 시절 발표한 논문이 결정적이었다. 광섬유를 이용해 높은 강도의 ‘초단파 광펄스’를 만드는 레이저 기술로, 지금에 이르러 라식 수술이나 스마트폰용 부품 정밀 가공 등 다양한 분야에 혁신을 가져왔다.


지난 12일 방한해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운이 좋았다”면서도 “젊은 과학자를 지원하는 캐나다 정부의 연구지 지원책과 슬로안 펠로우십 같은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다급히 기자들을 잡았다. “이공계 병역특례가 축소되면 우리 젊은 과학자들에게 큰 타격이 올 것”이라는 호소였다.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도나 스트리클런드 교수(캐나다 워털루대)가 지난 12일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중·고교생과 대학생 등 1000여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갖고 ‘고강도 초단파 광펄스’ 원리와 노벨상 수상 당시 에피소드 등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현재 국방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병역특례 대체복무인 ‘전문연구요원’ 제도에 대한 규모 조정을 논의하고 있다. 일각에서 박사급 병역특례 규모를 현재 1000명보다 50% 가량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과학 연구계는 비상이 걸렸다.


        


한 원장은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축소되면 우리 연구자들의 ‘진입 연령’이 해외보다 5년까지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트리클런드 교수처럼 해외 연구자들이 20대 중반이면 자신의 연구분야를 정하고 깊이있는 논문을 발표하는데 비해, 우리 연구자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20대 중반에 가서야 겨우 자신의 연구 분야를 정하기 위한 면담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병역마저 현역으로만 복무하게 되면 또 다시 2년 가량 늦춰지고, 연구도 중단되기 때문에 연구 역량과 깊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현역 군복무 대신 우수한 연구자들이 기술 기업이나 연구소 등에서 대체복무 형태로 지내며 연구에 계속 매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로 과학계의 남성 연구자 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한 원장이 “절대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다”라며 “대체복무도 엄연히 복무”라고 외친 호소에는, 과학계의 ‘절박함’이 녹아있다. 이상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4차 산업혁명시대는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제도를 오히려 더 증대하는 것이 국방과학기술 발전과 사회공유가치 및 미래가치 창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인재를 양성하는 길임을 강조한다”고 했다.




물론 현역 입대 자원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체복무 규모를 줄이려는 국방부의 입장도 공감은 간다. 그러나 다양한 형태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며 군복무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체복무는 인권과 다양성 측면에서도 권장되는 바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국방력 개선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다음달까지 이어질 양 부처의 논의에서 부디 균형있고 합리적인 결정이 나오길 바란다.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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