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훈련은 계속되어야 한다 [신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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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훈련은 계속되어야 한다

2019.07.12

대량살상무기(WMD) 불법 확산 차단을 위한 확산방지 구상(PSI) 아시아태평양지역 연례훈련’이 오늘 부산에서 끝납니다.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이 참여했습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 관련 시나리오를 놓고 도상(圖上)연습 위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가장 핵심인 군함을 동원해 대량살상무기 운반 선박을 해상에서 차단하는 실제 훈련은 하지 않았습니다. 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 키리졸브 훈련, 독수리 훈련 등 중요한 훈련은 의미가 변화됐고, 실제 훈련을 축소했고, 연합군이 아니라 우리 군 단독으로 합니다.

북한은 기회가 엿보이기만 하면 중국, 러시아, 모든 기구와 조직, 선전 매체, 사람을 통해 꾸준히 우리 군이 하는 ‘방어훈련’에 제동을 걸고자 광분합니다. 미군과 합동으로 하는 훈련은 온갖 험한 말로 서슴없이 비난합니다. ‘민족’, ‘주권’이란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말을 동원합니다. “훈련을 하면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잃게 된다.”는 등 독설을 늘어놓는 것이 갈수록 태산입니다. 일본의 미사일 요격강화 계획에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악성종양”이라고 악다구니를 쳤습니다. ‘감정팔이’지요.

북한 매체는 적반하장(賊反荷杖)입니다. 북한군의 공격용(어디를 지향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인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은 함구한 채, 그를 방어할 우리 군의 훈련을 두고 “대화와 전쟁 연습, 평화와 긴장 격화는 절대로 양립할 수 없다”고 몽니를 부립니다.

방어훈련은 ‘상대편의 공격을 막는 기본자세나 동작 따위를 반복하여, 정기적으로 익히는 지극히 수동적인 되풀이 익힘’입니다. 완벽하지 못하다면, 실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왕좌왕하다가 큰 낭패를 당합니다. 좋은 예로 지난 달 30일 판문점에서 한국과 미국, 북한의 정상들이 만났을 때 미국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밀려 부상을 입었습니다. 서로 연습을 하지 못한 결과 발생한, 정상 외교에서 절대 볼 수 없는 불미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속초항 목선 귀순 때도 육·해·공·해경 등이 강도 높은 방어훈련을 꾸준히 해왔더라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1951년 군사(軍史) 기록에 의하면 “적(북한군과 중공군)의 춘계공세 때 적은 한국군 정면에 주공을 집중”해 우리가 대패했습니다. 한국군의 한 군단이 괴멸 수준이었습니다. 요즘 거론되는 현리전투입니다. 당시 한국군은 제대로 훈련받은 적이 없습니다. 소집되었거나, 자원한 병력은 1주일가량 기초군사 훈련이 끝나면 곧장 전장에 배치됐습니다. 적은 이들만을 집요하게 공략했습니다.

장진호 전투와 피의 능선 전투도 좋은 사례입니다. 장진호 전투에서 훈련이 안 된 한국군 부대가 서부에서 적에게 무너졌습니다. 적은 곧장 남하해 동부의 미군을 측면에서 공격했습니다. 전선이 무너지자 미군이 고립 상태에 빠졌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잘 훈련된 미군이었기에 알려진 만큼의 피해로 끝날 수 있었습니다.

피의능선 전투(자유칼럼 2019년 6월 14일 참조)는 “한국군에게 자력으로 전투할 수 있는 전투력 개발과 필승의 신념을 갖게 하기 위하여, 전승(戰勝)을 경험케 할 목적”으로 한국군만을 공격부대로 기용해 이겨낸 의미 있는 것이었습니다. 밴 플리트(James Alward Van Fleet) 대장이 이런 결심을 한 데는 “적이 얕잡아 보고 있는 한국군의 전투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어서였습니다. 한국군은 이 전투에서 승리, 전선을 38선 이북으로 크게 밀어 올렸습니다. 휴전선 동쪽이 북으로 올라가게 된 계기였습니다.

이를 위해 미군은 한국군에게 최고의 지원을 했습니다. 아군은 보름 동안 각종 야포 36만 발, 81㎜ 박격포 탄 트럭 32대분, 60㎜ 박격포 탄 트럭 18대분, 기관총알은 1백만 발, 소총 총알은 78만 발, 수류탄은 21,940 발을 사용했습니다. 기총소사를 얼마나 해댔던지 전투가 끝나자마자 모든 기관총의 총열을 다 교체해야 했습니다.

북한군이 준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북한 동포를 위험에 빠뜨릴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군은 그러나 쉬지 않고 우리를 공격해 왔고, 지금도 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훈련이 마이스터를 만든다’(Uebung macht den Meister)는 독일 속담의 깊은 뜻을 새겨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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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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