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상업용지 고가 낙찰 속출…'상가투자 주의보'/ 튀어야 산다, 각설탕 건물은 5년째 공실률 '0'

상업용지 고가 낙찰 속출…'상가투자 주의보'


상가 경기 안좋은데 '과열' 양상


고덕강일 평균낙찰가율 210%

검단·평택서도 낙찰가 치솟아


    서울 고덕강일지구, 인천검단신도시 등에서 나오기 시작한 상업용지들이 감정가격의 200% 안팎에 고가 낙찰되고 있다. 땅값이 올라가면 상가 분양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 만큼 투자자들은 매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위례 광교 동탄2 등 2기 신도시에서 상가를 분양받은 이들이 장기 공실, 기대 이하의 임대료 등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새롭게 분양에 들어가는 지구에서도 2기 신도시와 비슷한 수준에 낙찰이 이뤄지고 있어 피해자가 양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상가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신도시·택지개발 지구 내 상업용지가 감정가격의 200% 안팎에 낙찰되고 있다. 사진은 올 들어 상업용지 분양이 시작된 인천 검단신도시. /한경DB


상업용지 낙찰가 고공 행진

8일 SH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고덕강일지구의 근린생활시설 용지가 평균 낙찰가율 210%를 기록했다. 첫 번째 입찰이었음에도 전 용지(6필지, 총면적 5827㎡)가 모두 낙찰됐다. 공급예정 금액은 3.3㎡당 평균 1853만원, 낙찰가는 평균 3923만원이었다. ‘근린생활시설용지 2-1’ 필지의 낙찰가율은 235%를 기록했다. 부지 면적은 1057㎡, 낙찰가는 141억원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는 검단신도시에서도 상업용지가 성공적으로 매각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난달 3일 진행한 일반상업용지 19필지 입찰에서 18필지가 평균 낙찰가율 160%에 팔렸다. 가장 높은 낙찰가율(222.2%)을 기록한 곳은 C6-3-4블록이었다. 공급예정 가격은 35억4280만원이었지만 낙찰가격은 78억7300만원에 달했다. LH 관계자는 “입찰자들이 상가는 아파트와 다를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중심상업용지 12필지도 1차 입찰에서 모두 팔렸다. 평균 낙찰가율은 140%였다. 하남감일지구에서 지난 3월 나온 근린생활시설 용지 10필지도 평균 낙찰가율 201%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매각됐다.


상가 분양가 치솟을 듯

상가 개발회사들이 택지지구에 몰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분양이 잘돼서다. 한 상가전문 분양회사 관계자는 “용지를 높게 낙찰받더라도 분양가를 높이면 충분히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 개발회사들이 경쟁에 뛰어든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있다 보니 분양가가 아무리 높아도 금리보다는 상가수익률이 높겠다는 생각에 상가를 매입하려는 사람이 많다”며 “개발회사들이 이런 점을 이용하기 위해 상가용지 매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상가를 매입하는 이들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높은 분양가에 팔린 상가들의 경우 임대료를 높게 책정한다. 공실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경기마저 불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온라인쇼핑 활성화로 예전만큼 상가가 필요없어졌는데도, LH SH공사 등이 여전히 많은 상가용지를 공급하고 있다”며 “공급과잉도 신도시 상가 공실의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W상가의 공실률은 현재 80% 수준이다. 1층 상가 기준으로 전용면적 3.3㎡당 5500만원에 분양을 받은 상가 주인이 33㎡ 상가 임대료를 월 350만~500만원에 책정한 영향이다. J공인 관계자는 “분양을 워낙 고액에 받다 보니 임대료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입지는 좋은데도 임대료가 높아 임차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서 2018년 초 분양한 D상가도 마찬가지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D상가의 1층 상가는 3.3㎡당 5000만원에 분양됐다. 임대료는 1층 33㎡ 기준으로 300만~400만원에 형성돼 있다. K공인 관계자는 “전체 50~60개 점포 중 절반 정도가 임차인을 못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한국경제




튀어야 산다, 각설탕 건물은 5년째 공실률 '0'


각설탕 건물, 달콤한 인기 비결은 


     경기도 이천시 중리동에 지은 지상 5층 상가주택 '슈거 럼프(Sugar Lump ·각설탕)'. 이름처럼 네모난 각설탕 여러 개를 엇갈리게 쌓아놓은 듯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네모난 상자 모양의 주변 다세대·다가구주택과 확실히 대비된다. 2014년 완공해 5년 남짓 지났는데 디자인이 워낙 독특해 이 건물을 모르는 동네 주민은 거의 없다.


'슈거 럼프'는 실속도 좋다. 현재 지상 1~2층 상가(6실), 3~5층 다가구주택(6가구)은 모두 꽉 찼다. 건물을 다 짓기도 전에 세입자를 100% 구했다. 이후 5년여 동안 공실률이 '제로(0)'다. 요즘 이천에는 세입자를 못 구해 애를 먹는 상가주택이 많다. 2016년 10월 경강선 철도 이천역이 개통하자 역 주변으로 상가주택이 일시에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슈거 럼프'는 만실(滿室)을 자랑하며 독보적인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이 건물을 설계한 김창균 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은행 금리가 낮아지면서 1~2년 전부터 상가주택을 지어 임대 수익을 올리려는 건축주들이 부쩍 늘었다"며 "상가주택 시장도 이제 사실상 포화 상태여서 경쟁력을 높이려면 '역발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를 만나 상가주택 차별화 방법을 들어봤다.


 

톡톡 튀는 디자인과 철저하게 세입자를 배려한 공간 설계로 5년 넘게 공실률이 전혀 없는 상가 주택 ‘슈거 럼프’. /유타건축사사무소 제공


대다수 건축주가 '슈거 럼프'처럼 튀는 건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맞는 말이다. 실제 '슈거 럼프' 건물주도 처음 설계도를 건네받고 걱정했다. '조용한 동네에 짓는 건물치고는 외관이 너무 튀는 것 아니냐'고 했다. 특이한 건물은 세도 잘 안 나가고, 나중에 되팔기도 힘들 것이란 오래된 편견도 깔려 있었다.




건물주를 끊임없이 설득했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지역에 상가주택 5~6개가 들어서고 있는데 적어도 그런 건물들과 차별성을 둬야 하지 않겠냐는 논리였다. 지금까지 상가주택 성공 요소로는 입지와 학군이 첫손가락에 꼽혔다. 모두 건축주가 바꿀 수 없는 요소들이다. 대신 디자인을 차별화하면 건물에 경쟁력을 부여할 수 있다."


외관 디자인 차별화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

"내부 공간을 설계할 때 세입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건물의 모든 공간을 똑같은 구조와 크기로 나누면 공사비는 적게 든다. 관리하기도 편하다. 하지만 공간 자체의 매력은 확실히 떨어진다. 세입자들이 기꺼이 월세를 지불하고 싶어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슈거 럼프'는 모든 가구에 오픈 발코니를 넣었다. 건물 용적률은 약 250%인데 발코니까지 합하면 312%로 늘어난다. 세입자들이 실제로 쓸 수 있는 면적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다.


채광이 좋지 않은 방은 복층(復層)으로 만들거나 현관에 붙박이 창고를 넣어 골프백이나 여행가방 같은 큰 짐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슈거 럼프’ 상가주택 건축 개요


건축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남들과 다른 건물을 지으려면 무조건 건축비가 많이 든다는 건 편견이다. 막상 지어보면 비용 차이가 크지 않다. '슈거 럼프'는 3.3㎡(1평)당 공사비가 시공 당시 기준으로(2014년) 420만원이었다. 주변에 지은 상자형 상가주택보다 딱 5% 더 들었다. 공사비 5%가 평생의 임대 수익률을 좌우한다면 충분히 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상가주택을 지으려는 건축주에게 조언한다면.

"일단 짓고 나면 어떻게든 월세가 나갈 것이란 착각은 금물이다. 예전에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최소 비용으로 가장 무난한 건물을 짓고 높은 임대료를 챙기는 건물주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 그런 전략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 지어야 하느냐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최소 비용'을 고집하기보다 '최적 비용'을 들여서 짓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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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땅집고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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