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신 `디지털 굴착기` 가 일한다, 無人 점포·공장…이젠 `無人 건설현장`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양성모 대표


"미세먼지 시달리는 한국, 친환경 건설장비가 대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화`는 기업들의 숙명처럼 인식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디지털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기업이 받아들이고 추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마존, 애플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플랫폼을 만들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고 자동차 업체들 또한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이용한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 굴착기 등 건설기계장비를 주로 만드는 기업들은 `디지털화`를 어떻게 추진할 수 있을까. `그냥 건설현장은 예전에 하던대로 힘 좋은 굴착기 장비로 땅을 파고, 트럭으로 나르고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들 역시 미래 건설현장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하에 주요 건설 장비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공사현장에 사람이 아닌 기계들만이 남아 있고, 전체적인 건설 지휘는 물론, 세부적인 작업 과정 하나하나를 공장현장과는 멀리 떨어진 사무실에서 조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완전 자동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건설현장 역시 글로벌 장비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 디지털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매일경제 비즈타임스는 최근 글로벌 5대 건설기계업체 중 하나인 볼보건설기계의 한국 법인인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양성모 대표를 만나 건설기계 부문의 디지털화 진행 현황과 향후 사업 계획 등을 물어봤다. 양 대표는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한 후, 1998년 삼성중공업 중장비 사업본부가 볼보건설기계로 인수된 이후에도 줄곧 이 분야에서 근무해 30년 넘는 경력을 쌓아왔다. 2000년 볼보건설기계 북미지역 마케팅&세일즈 매니저, 2005년 글로벌 플랫폼 굴착기 부문 상무 등을 거친 후 2016년 볼보건설기계코리아 글로벌 마케팅 부문 부사장을 지내고 2018년부터는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을 맡으며 회사를 이끌어 오고 있다. 2017년 12월에는 해외 시장 개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서울 한남동 볼보빌딩에서 만난 양 대표는 건설기계회사 대표라기보다는 IT나 금융 기업의 경영진처럼 젠틀한 모습이었다. 인터뷰 도중에도 차분하고 논리정연하게 말하며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스타일이다. 




건설기계의 디지털화 진행 상황을 묻자 그는 "최종 목표는 기계가 직접 판단하고 운전하는 `무인화` 단계"라며 "이를 위해 일단 자동제어 시스템을 이용해 기계 운전자들에게 정보와 편의를 제공해 더 쉽고 안전하게 장비를 운전하게 하는 단계를 실현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굴착기로 작업하는 경우 지하 1m에 하수도가 있으면 프로그램을 입력해 자동으로 1m 전까지만 땅을 파게 하는 등 자동제어 시스템을 통해 위험 요소를 방지하는 간단한 작업을 하는 정도가 실현되고 있다. 현재 볼보건설기계에서는 작업지원 시스템인 `볼보 코-파일럿(Volvo Co-Pilot)`을 출시해 놓은 상태다. 10인치 대형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운전자는 실제 작업을 수행하기 전 굴삭 깊이 및 작업 영역을 사전에 지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간 계측 과정 없이 정확하고 빠르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 대표는 "경사지 작업에서도 경사 각도 및 깊이를 지정하고 최적의 작업 구간 안내 기능을 작동할 수 있어 작업에 능숙하지 않은 운전자도 정확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고객들의 가장 큰 걱정이 공사를 잘못해 다시 공사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사 설계도에 맞게 공사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는 설계도에 맞게 공사하고, 그 결과를 고객들에게 보고하는 수준까지 디지털화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2~3년 안에는 2단계로 건설기계가 주변 환경을 스스로 감지하고 위험요소 등을 파악해 자동으로 컨트롤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양 대표는 "건설현장에 갑자기 주변에서 놀던 아이가 공을 가지러 뛰어 들어왔다고 생각해 보자. 지금과 같은 현장 시스템에서는 이를 막을 확실한 방법이 없어 사고 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2단계 디지털화가 진행될 경우 이 같은 위험이 감지되면 건설기계가 자동으로 멈추게 된다"고 말했다. 


2단계 디지털화에서는 여러 장비가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이 돼 서로 유기적으로 작업하는 환경도 조성된다. 가령 굴착기가 땅을 파고 트럭이 흙을 옮기는 작업을 한다고 가정할 때, 장비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땅을 판 후 곧바로 실어 나를 수 있는 적정 시점을 파악한다면 시간을 단축하고 작업 효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양 대표는 "장비에 고장이 생길 수 있는 것도 미리 감지하고 부품을 정비, 교체하는 시점을 알려주는 단계"라며 "이 시점을 지나 3단계 디지털화가 되면 공사현장에 사람 한 명 없이 사무실에서 작업을 통제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사람들은 작업 사고 위험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볼보건설기계에서는 2015년에 이미 5G 기술을 이용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스웨덴에 있는 장비를 조종하는 시연을 진행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친환경 장비 출시 또한 볼보건설기계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그는 "건설기계의 주력 장비인 굴착기의 경우 통상 뒤쪽에 디젤 엔진이 있고 여기서 배기가스가 나온다. 현재는 이 배기 가스를 절감하는 디젤 엔진이 개발된 수준이지만 여전히 배기가스가 나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이어 "이 때문에 배기가스가 없는 전기 배터리를 개발했지만 전기 배터리의 경우 아직 크기가 크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한계 때문에 그나마 크기가 작은 전기 배터리를 적용할 수 있는 소형 굴착기를 2020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볼보건설기계는 100% 전기식 소형 굴착기를 올해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전기 배터리를 이용한 친환경 건설기계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시장 수요가 많은 중대형 굴착기 제품 개발이 핵심인 만큼 볼보건설기계에서는 전기 배터리를 적용한 10t 이상급 중형 굴착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양 대표는 "2~3년 안에 중형 전기 배터리 굴착기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볼보건설기계 그룹 내에서 버스도 판매를 하고 있는데, 전기 버스를 먼저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건설기계 부분으로 관련 기술이 넘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스의 경우 일반적으로 도시에서 판매가 가능하고, 일정한 경로를 운행하다 보니 충전소 등을 만들기 쉬워 전기 버스 개발이 유리한 편이다. 하지만 건설기계는 작업 장소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충전소 설치가 힘들어, 배터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양 대표는 "2020년께 유럽에서부터 100% 전기식 소형 굴착기를 출시할 예정이며, 그 분야에서는 글로벌 리딩 회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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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이 발전하면 원재료 가격도 많이 들어 판매 가격은 자연스럽게 오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장 경쟁력이 오히려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해봤다. 양 대표는 "전기 배터리 가격이 얼마나 빨리, 어느 정도 수준까지 떨어지는지가 중요한 부분"이라며 "수요가 늘고 있어 배터리 가격은 빠르게 내려가고 있지만 상용화 초기 시점에서는 기존 제품들보다 약간 높은 가격 수준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범용화가 되는 시점에는 기존 제품과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전기 배터리 건설기계의 보급은 각국 정부의 지원 여부도 큰 변수다. 양 대표는 "최근 노르웨이를 방문해 정부 관계자를 만났는데, 노르웨이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단순히 줄이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특정 시점 이후부터는 마이너스 수준으로 절감하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나가고 있다"며 "친환경 제품 사용 업체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작업의 30% 이상을 전기를 이용해 진행해야 한다는 정책 등을 세우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미세먼지 등에 민감한 한국에서도 볼보건설기계의 친환경 장비가 정부 차원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세계 경기 하강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건설기계 시장 전망은 어떨까. 양 대표는 "아직까지 유럽과 북미 지역은 상황이 좋은 편이다. 정부 수주 사업들이 많고, 미국 경기가 튼튼한 편이라 오히려 이 지역들은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2분기부터 경기가 다운되고 있는 상황이며 올해 전체적으로는 10% 정도 하락할 전망"이라면서 "미·중 분쟁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중국 입장에서 보면 인도, 동남아시아 등에서 들여오는 건설자재 수입도 줄어들다 보니 건설기계 시장은 축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주택 경기 하락 등의 영향으로 지난 2~3년간 시장이 위축됐고, 올해 또한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중국 시장 위축이 예상되고 있지만 볼보건설기계로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그동안 중국 중앙과 지방 정부들이 소유한 건설기계 기업들이 난립한 면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구조조정이 일어나면 과열 경쟁이 사라져 볼보건설기계 입장에서 이득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인들에게는 고급 승용차 브랜드로 더 유명했던 볼보그룹은 1927년 스웨덴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우수한 품질로 북미, 유럽 지역에서 특히 인기를 끌던 볼보자동차는 1999년 경영난으로 인해 일반 승용차 부문이 미국 포드사에 매각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포드사마저 어려움에 처하자 볼보자동차는 2010년 다시 중국 자동차 업체 `지리`에 재매각됐다. 볼보그룹의 또 다른 부문을 이루고 있던 건설기계 부문은 승용차와 달리 그룹에 남아 지속적인 성장을 계속했다. 1998년에는 삼성중공업의 중장비 사업본부를 5억달러(약 5800억원)에 인수하며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넓혔다. 볼보건설기계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전체 매출 96억달러(약 11조2000억원), 한국법인은 2조47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은 89%에 달한다. 



양 대표는 "볼보건설기계의 가장 핵심 제품인 굴착기 생산의 55% 정도를 한국 창원 공장이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그룹 내 한국 법인의 위상이 높다"며 "향후 수출 시장 다각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추가적인 인수·합병(M&A)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모든 것을 내부에서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 때문에 인수·합병보다는 파트너사들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동종 업체만을 경쟁사로 생각했지만 요즘은 IT 기업들도 경계를 해야 하고, 영업맨이 직접 판매를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형 장비들은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방법 등을 고민하다 보니, 유통과 IT업체들과의 협업을 많이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단일 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굴착기 생산 시설을 갖춘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창원 공장의 생산성 향상은 계속 추진 중인 중점 사항이다. 양 대표는 "창원 주변 150㎞ 반경 안에 기술력이 좋은 협력 업체들을 많이 가지고 있고, 이들과의 동반성장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지 면적 118만8000㎡(약 35만평)에 달하는 창원 공장은 약 160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굴착기의 80%는 수출된다. 그는 "1998년 인수된 이후 기존에 갖춰진 전 세계 볼보그룹 판매망을 활발히 이용할 수 있게 된 점도 수출 증가의 큰 요인"이라고 밝혔다. 2012년 볼보그룹 전 세계 75개 공장을 대상으로 한 생산시스템 심사에서 역대 최우수 성적을 거뒀던 창원 공장은 독일, 중국, 미국, 인도 등에 그 생산시스템이 전수되기도 했다. 독일 공장의 경우 굴착기 1대 생산 시간이 창원 공장에 비해 1.8배나 더 길게 투입되는 상황이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2006년 창원에 세계 굴착기 업계 최초로 가상체험기술을 활용한 최첨단 제품개발연구소인 `첨단기술개발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볼보건설기계의 디지털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이 센터는 △굴착기 제어 장치를 점검하는 실험실 △각종 시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실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상으로 재현할 수 있는 가상시뮬레이션 실험실 △정밀한 소음 측정을 위해 항온 및 항습이 유지되는 무향실 등 총 14개의 실험실을 갖추고 있다. 양 대표는 "첨단기술개발센터에서 개발 착수부터 출시까지 개발기간을 단축함으로써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300명이 넘는 연구개발 인력이 근무 중"이라고 설명했다. 


1998년 볼보건설기계가 삼성중공업 중장비 사업본부를 인수하며 탄생한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인수 이후 회사가 크게 변했다. 일단 인수 전에는 그룹 내 위상이 높지 않았지만 인수 후 그룹 내 주력 기업으로 떠오르다 보니 그룹의 많은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창원에 첨단기술개발센터 등을 설립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덕분이다. 글로벌 영업망 또한 넓어졌고, 특히 회사 기업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양 대표는 "한국 기업으로 있을 때는 오너 중심의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빠른 결정을 통한 사업 추진이 특징이었다면 스웨덴 기업이 된 이후에는 서로 합의를 통한 방향 설정을 하는 점이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회장이 한 이야기도 신입사원이 이메일을 보내 `제가 볼 때는 볼보가 추구하는 방향과 안 맞는 것 같다`고 문의를 하면 회장이 거기에 성실히 답변해 줄 정도로 합의를 중시하는 문화"라고 덧붙였다. 


볼보그룹코리아는 지난해 7월 트럭 관련 부문을 법인 분할해 볼보트럭코리아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건설기계와 트럭부문을 각각 보유하게 된 볼보그룹코리아는 볼보건설기계 사업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 양 대표는 "각각 분야를 나눠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하자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준형 기자 pioneer@mk.co.kr / 사진 = 한주형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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