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수원, 강제 인사에 노조 반발…"원전 안전 위협 우려"

     한국수력원자력 노사가 새 인사제도 도입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측이 직원들이 기피하는 근무지(한울원자력본부)로 전입할 대상자를 특정하는 ‘순환마일리지’라는 기준을 도입하자, 노조가 ‘강제 인사이동’이라며 강력 반발한 것이다.

한울원전본부/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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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에 위치한 한울원자력본부는 학교, 병원 등 생활여건이 열악해 한수원 직원들이 기피하는 근무지로 꼽힌다.

한수원은 새 인사제도 도입의 목적이 인력수급 불균형 해소라고 설명했지만, 노조는 "강제로 삶의 터전이 바뀌고 가족과 멀어진 환경에서 원전(원자력발전소) 안전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회사가 일방적인 강제 인사이동 기준안을 폐기하고, 자신들과 합의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고 불협화음이 계속될 경우 원전 안전 운영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올 5월 한울원자력본부로 전입할 대상자를 특정하는 ‘순환마일리지’라는 새 기준을 도입했다.

한수원은 순환마일리지에 대해 "모든 직원이 비선호사업소에 근무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며, 특정 사업소의 인력수급 불균형 요인 제거로 원전 안전운전 증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수원 노조는 지난달 발표한 성명서에서 "다른 사업소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이유로 징벌적 강제 인사이동을 시행해도 되냐"며 "오랜기간 한 발전소에서 근무하고 쌓은 기술을 접고 새 일을 맡으면 전문적일 수 없으며, 나이가 들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 강제로 삶의 터전이 바뀌고 가족과 멀어진 환경에서 원전 안전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강제 인사이동 기준안은 근로기준법 94조 1항에 의거, 조합원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돼 당연히 합의사항"이라고 했다. 근로기준법 94조 1항은 회사(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직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수원은 근로기준법 94조 1항 위반 여부에 대해 "인사이동은 회사의 정상적인 경영행위이며, 비선호사업소(한울원자력본부)에서 이미 근무중인 직원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해당 사업소로 인사이동하는 것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노조는 한울원자력본부 근무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처우(수당 및 기본급)를 개선하고, 새 인사이동 기준은 전 조합원의 투표로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이 지난해 7월 한울 2호기를 방문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한수원 제공

정동욱 중앙대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부)는 "미국의 경우 원전 근무직원이 평생 한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한수원이 안전 위주 경영을 한다면 핵심전문가는 계속 같은 발전소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한수원이 한빛 1호기 사고, 기술유출 의혹으로 어수선한데 노사 갈등까지 더해지면 원전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노사가 일치단결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도 모자란 마당에 무리한 인사제도로 잡음이 커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설성인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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