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물량난] 돈 되는건 다 짓는다

돈 되는건 다 짓는다


주택경기 위축에… 건설사들, 

산업단지·폐기물 처리 등도 맡아


    아파트 브랜드 '반도 유보라'로 알려진 중견 건설사 반도건설은 지난 10일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명동지구에서 원전 부품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산업단지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 총사업비 509억원 규모로, 이달부터 2022년 10월까지 50만여㎡ 규모의 부지에 원전 부품 소재 공장 단지·연구소·전시관 등을 짓는다. 아파트 건설을 본업으로 삼아 성장해온 반도건설로서는 1980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산업단지를 짓는 토목 공사에 뛰어든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경기 성남 고등지구에서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를 분양하면서 처음으로 지식산업센터 분야에도 진출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2015년만 해도 전국에서 8000가구에 달하는 아파트를 분양했지만, 정부 규제와 주택 경기 위축으로 지난해와 올해엔 분양 물량이 3000가구 안팎으로 줄었다"며 "주택 건설 외에 다른 도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건설·주택 경기가 위축되면서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160조400억원이었던 국내 건설 수주 총액은 지난해 10% 감소했고, 올해도 6.2% 줄어들며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35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수답처럼 부동산 경기 회복을 기다리고 있을 수 없는 건설사들은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거나 비(非)건설·주택 부문 사업을 확장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먹거리 줄어든 건설사들, '미니 재건축'에도 적극 가세

올 들어 건설사들은 그동안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소규모 도시정비사업에도 뛰어들고 있다. 일명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街路)주택정비사업의 조합 현장설명회에는 최근 10위권 대형사를 포함해 수십개의 건설사들이 몰려들고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이란 면적이 1만㎡ 미만인 도로로 둘러싸인 땅에서 20가구 이상의 낡은 단독·다세대 주택을 재개발해 새 공동주택을 짓는 방식을 말한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사업성이 낮다며 건설사들의 관심이 저조했지만, 최근 정부가 도시재생 차원에서 부지 면적, 용적률 등의 규제를 완화하고 융자 지원에 나서면서 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늘었다.


대구 중구 동인동 1가에서 아파트 373가구와 오피스텔 85실을 짓는 '78태평상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지난달 현대건설이 수주했다. 현대건설로서도, 대형 건설사로서도 처음 수주한 가로주택정비사업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규모가 작더라도 사업성이 우수하거나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전략지역은 수주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이 지분 86%를 가진 자회사 자이 S&D는 지난해 4월 서초구 서초동 '낙원·청광연립 가로주택사업'을 확보했고, 최근 마포구 우석연립 소규모 재건축에도 입찰했다.




건설폐기물 등 新시장 찾아나서

주택 건설을 전문으로 삼아온 중견 건설사들은 아예 신시장 개척에 발 벗고 나섰다. 아파트 브랜드 '에일린의 뜰'을 보유한 아이에스동서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지난달 건설폐기물 처리와 자동차 폐기 재활용 사업 등을 운영하는 인선이엔티를 인수했다. 우미건설은 지난 3월 경기 이천에 물류센터를 개발하는 펀드에 20억원을 투자하고 377억원 규모 시공 계약을 체결하며 물류센터 개발에 뛰어들었다. 신세계건설도 지난 4월 물류센터 시공에서 나아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의 신기술을 활용해 물류센터 내부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스마트 물류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건설사들이 주로 함께 운영하는 골프장·호텔·리조트 등 레저 사업을 확장하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8월 리솜리조트를 인수해 호반호텔&리조트로 사명을 바꾸며 리조트 사업에 진출했고, 올 들어 경기 이천 덕평CC, 경기 고양 서서울CC 등 골프장 두 곳을 인수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강원도 원주에 골프장·스키장·리조트 등을 갖춘 한솔오크밸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향후 저성장, 인구 감소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 건설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다만 일감 확보 경쟁이 가열되면서 대기업에 의해 중소 업체가 시장에서 밀려나는 부작용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송원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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