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젊은 건축가상' 수상 푸하하하 프렌즈


올해 '젊은 건축가상' 수상 푸하하하 프렌즈


   "'건축가의 탁구대'는 프로젝트를 핑계 삼아 계속 탁구를 치고 싶다는 열망으로부터 시작되었다."(전시 출품작 '건축가의 탁구대')


"이 일을 해도 되는지 많은 고민이 뒤따랐다. 하지만 그는 설계 기간 무제한 맥주 제공 카드를 내밀었고 우리는 그 뒤로 아무것도 따지지 않기로 다짐하였다."('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양조장 설계)



푸하하하 프렌즈 건축가 한양규(왼쪽)는 흙 묻은 안전모를 썼고, 한승재는 휴직 중인 윤한진의 사진을 들었다. 뒤쪽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를 위해 준비했던 모형이 보인다. /김지호 기자


건축설계사무소 푸하하하 프렌즈(FHHH Friends·푸하하하) 웹사이트의 작업 소개엔 현학적인 개념어가 없다. 대신 위트 넘치는 일상 이야기로 건축을 풀어나간다. 2013년 출발한 푸하하하는 건축가 한승재(36)·한양규(36)·윤한진(35)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름은 딱 개그팀이지만 작업만큼은 철저하게 해내며 주목받았다. 목에 힘주지 않는 건축 신세대를 이야기할 때도 단골로 언급된다.




지난 12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순수성과 패기를 가지고 건축을 풀어가는 작업 방식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최근 서울 합정동 사무실에서 한승재와 한양규를 만났다. 윤한진은 휴직하고 가족들과 외국에 머물고 있다. 인터뷰는 윤한진의 증명사진을 큼직하게 출력해 책상에 올려놓고 진행됐다.


언행은 유쾌하게, 건축은 진지하게

푸하하하의 최근 화제작은 서울 성수동 '성수연방'이다. 오래된 공장을 복합 문화 시설로 바꿨다. 11자로 마주 보는 기존 두 동(棟)의 양쪽 끝을 다리로 연결하자 건물 사이 공간이 중정(中庭)이 됐다. ㅁ자가 된 건물을 돌며 사람들이 어디서든 중정을 바라보는 '질서'가 생겨났다. 각 동의 정면에 정연하게 배치한 기둥들은 고대 신전의 열주(列柱)처럼 견고한 비례를 만들어낸다. 유쾌한 언행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는 뚝심과 자신감이 엿보인다. 한승재는 "사람들이 어떻게 쓰든 변하지 않는 존재감을 건물에 부여하고 싶었다"고 했다. "너무 작가 정신이 없으면 상업화 소용돌이에 묻혀서 원래 어떤 건물이었는지도 모르게 돼버리죠. 저희에게도 작가주의가 있지만 평소에 말을 어렵게 안 해서인지 작가주의로 보이지 않아서 좋아요."


         


건물이 서는 장소를 존중한다. 오래된 주택 자리에 지은 서울 연남동 잡지사 '어라운드' 사옥이 그런 프로젝트였다. 기존 주택보다 길 쪽으로 더 넓게 지을 수도 있었지만 동네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길의 모습을 살리기 위해 그러지 않았다.


서울 한남동 카페 '옹느세자메'에선 재료를 다루는 방식이 잘 드러난다. 한양규는 "속이는 재료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재료의 겉모습만 흉내 내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카페는 목욕탕처럼 빙 둘러앉도록 한 공간이 특징이다. 합판으로 쉽게 만드는 길을 마다하고 실제 콘크리트로 시공했다. 학교 운동장의 콘크리트 스탠드에 걸터앉는 느낌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

세 건축가는 원래 같은 건축 회사에 다녔다. 출신 학교도 소속 설계팀도 달랐지만 "재밌어 보이는 사람들끼리 친하게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같이 회사를 꾸리게 됐다. 푸하하하라는 이름은 서류에 적을 정식 회사명이 필요해서 한승재가 즉흥적으로 정한 게 굳어졌다.


오래된 공장을 새단장한 '성수연방'. 양쪽 건물 앞에 기둥을 가지런하게 배치했다. /사진가 석준기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라는 삐뚤 빼뚤 붓글씨 액자가 사무실 벽에 걸려 있다. 사훈(社訓)이다. 2015년 페이스북 투표에서 '호랑이처럼 언제나 밝게'와 경합을 벌인 끝에 선정됐다. 당시 "너무 진지해서 푸하하하랑 안 어울린다"는 반응과 "제일 푸하하하답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본인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실패가 용인되는 과정 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안전한 일만 찾기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채민기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4/20190624001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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