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삼(三) 숫자에 담긴 이야기들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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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삼(三) 숫자에 담긴 이야기들

2019.06.25

지난 16일에 치러진 FIFA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리나라 대표 팀이 대회 사상 첫 우승이라는 온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고 우크라이나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페널티킥으로 1:0으로 앞설 때 3:1 승리를 기대하며 시청했던 경기가 1:3 패배로 마감되는 것을 보며 문득 석 삼(三)이라는 숫자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우주와 인간 세상의 기본적 구성 요소인 하늘, 땅 그리고 사람을 일컫는 천지인(天地人)은 삼재(三才)라고 부릅니다. 해와 달 그리고 별의 빛은 삼광(三光)이라고 하며, 사람이 꼭 지켜야 할 강령은 삼강(三綱)입니다. 

부모가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하며,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워할 일이 없고,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이라는 군자삼락(君子三樂)이라는 말은 우리가 익히 들어온 말입니다.

요즘은 보기 어렵지만 예전에는 기념식에서 만세를 부를 때 만세삼창(萬歲三唱)을 했습니다. 이는 만세를 세 번 거듭해서 외친다는 말로 만세가 한 번으로는 부족하고, 두 번으로도 어중간하기 때문에 세 번을 외쳐야 마음에 와 닿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놀이에서 순서나 승부를 정할 때 '가위바위보'를 ‘삼세번’ 했던 추억도 떠오릅니다. 삼세번은 일반 생활을 넘어 사회규범이나 정치문화에서도 많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을 잘못했을 때 두 번까지는 용서를 해주어도 세 번째는 용서 없이 혼을 내 준다는 규범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판사가 사건을 마무리하며 선고할 때 방망이를 세 번 두드리며, 국회에서도 의장이 의결을 선포하거나 휴회할 때 방망이를 세 번 두드립니다. 

불교에 부처님의 세 가지 보물을 칭하는 삼보(三寶)라는 말이 있습니다. 첫 번째 불보(佛寶)는 석가무니와 모든 부처를 일컬으며, 두 번째 법보(法寶)는 불교의 깊고 오묘한 진리를 담은 불경이고, 세 번째 승보(僧寶)는 부처의 가르침을 받들어 실천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도덕경(道德經)에는 도(道)는 1을 낳고, 1은 2를 낳고, 2는 3을 낳으며, 3은 만물을 낳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삼신산(三神山)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삼신산은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신산으로 발해만 동쪽에 있는 봉래산(蓬萊山), 방장산(方丈山), 영주산(瀛洲山)을 일컫는데, 진시황이 불로장생의 명약을 구하기 위하여 이곳으로 소년과 소녀들 수천 명을 보냈다고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삼신산은 중국의 삼신산에 대비해 금강산, 지리산 그리고 한라산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삼국지에서 촉한의 임금 유비가 제갈공명을 군사(軍師)로 맞아들이기 위해 그가 거주하던 초가집으로 세 번 찾아가 간청한 고사로 삼고초려(三顧草廬)란 말도 자주 듣던 말입니다. 또한 적벽대전 후에 위(魏), 촉(蜀), 오(吳) 세 나라가 가마솥의 발처럼 맞서 겨루는 것을 삼국정립(三國鼎立)이라고 합니다. 육군, 해군, 공군으로 구분하는 군대 전체를 일컫는 말은 삼군(三軍)입니다.

한자성어인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말도 자주 들어온 말로 우리 속담에는 ‘굳게 먹은 마음이 사흘을 못 간다.’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사람의 마음은 쉽게 변할 수 있고, 바위 같은 굳은 결심도 끝까지 지켜내기 어렵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말입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 늦게 도착했을 때 ‘후래자(後來者) 삼배(三盃)’라고 소리치며 석잔 술을 연거푸 마시게 하는 관습도 있습니다. 이는 친구들 사이에 정을 가득 채우기 위한 관행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누리는 세 가지 즐거움으로 인생삼락(人生三樂)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논어 맨 앞에 나오는 인생삼락은 ‘배우고 때로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입니다.

다산 정약용은 유수종사기(游水鐘寺記)에서 삼락으로 ‘어렸을 때 즐거운 마음으로 뛰놀던 곳에 어른이 되어 찾아오는 것’, ‘가난하고 어렵게 지내던 곳에 출세해 오는 것’, ‘나 혼자 외롭게 찾던 곳을 마음 맞는 벗들과 어울려 오는 것’을 꼽고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의 삼락은 책 읽고 글 쓰며 항상 배우는 선비정신인 ‘일독(一 讀)’, 사랑하는 이와의 변함없는 애정은 ‘이 호색(二 好色)’ 그리고 벗과 함께 어울리는 풍류는 ‘삼 음주(三 飮酒)’입니다. 상촌 신흠은 삼락으로 ‘문을 닫고 마음에 드는 책을 읽는 것’, ‘문을 열고 마음에 맞는 손님을 맞는 것’ 그리고 ‘문을 나서 마음에 드는 경치를 찾아가는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석 삼(三)이라는 숫자에 담긴 말들의 다양한 의미들을 떠올려보며, 내 삶에 어울리는 삼락(三樂)을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내 삶에서의 삼락으로 아픈 데가 없이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건강’, 집안이 화평하고 가족이 건강한 ‘가화(家和)’ 그리고 할일이 있고 봉사에 적극 참여하는 ‘보람’을 꼽아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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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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