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에 사공은 많은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추경 등 쉬운 길만 찾아"


DJ정부 경제부총리 지낸 진념,
文정부 경제정책 조목조목 질타

  ...경제 원로인 진념(79) 전 경제부총리가 21일 "혁신 없는 소득 주도 성장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진념 전 부총리는 이날 '한국 경제 비상(飛上) 전략'을 주제로 한 안민정책포럼 주최 조찬 강연에서 "한국 경제가 당면한 위기의 본질은 경제의 지나친 정치화 과정 속에 기업 의욕이 저하된 것"이라며 "한때 우리 경제를 함께 이끌던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진 전 부총리는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세 정부에서 다섯 차례 장관과 경제부총리를 지낸 정통 경제 관료다. 이날 세미나에는 진 전 부총리의 특별보좌관을 지냈던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도 참석했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21일 안민정책포럼 주최로 열린 조찬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진념 전 부총리는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은 물론 자사고 지정 취소 등 교육·복지정책에 이르기까지 조목조목 비판했다. /뉴시스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21일 안민정책포럼 주최로 열린 조찬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진념 전 부총리는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은 물론 자사고 지정 취소 등 교육·복지정책에 이르기까지 조목조목 비판했다. /뉴시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에 대해 진 전 부총리는 날 선 비판을 했다. 그는 "최저임금 범위를 정하지도 않은 채 2년 동안 29%나 올려놓고 이제야 뒷수습을 하고 있다"며 "탄력 근로시간에 대한 합의 없이 먼저 시행한 주 52시간 근로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최저임금에 대해선 업종별·규모별로 차등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최근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에 대해선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고용 안정과 유연성을 함께 고민하는 노사 개혁을 실행해야 한다"며 "노동 존중 사회가 '노조' 존중 사회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진 전 부총리는 각종 경제·사회 현안에서 정부의 역할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꼭 있어야 할 곳과 개입해선 안 될 곳이 어디인지 분리해야 한다"며 "그런데 현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같은 쉬운 길만 찾고 정작 어렵고 중요한 문제에선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혁신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서비스산업기본발전법 통과나 원격 의료, 공유 경제 문제 등은 당사자에게 맡긴 채 정부가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제부총리의 역할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돼 경제수석을 통해 대통령과 교감하고 정책을 정리하는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 전 부총리는 "지금은 청와대에 일자리수석, 경제수석, 정책실장, 경제보좌관, 재정기획관 등 사공은 너무 많은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며 "경제부총리 얘기를 다른 내각에서 전혀 듣지 않는 듯하다"고 했다.

교육과 복지 문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최근 전북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취소한 전주 상산고와 관련해 "교육청이 제멋대로 자사고 기준을 바꾸고 있는데 사회부총리는 도대체 뭘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며 "기껏 급식비 무료로 내주고 고교 무상 교육해주는 정책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창조 인재를 육성할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남발하고 있는 현금 복지 정책에 대해서도 "나눠주기만 하는 복지는 도덕적 해이만 야기시키고 경제·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성장이 복지를 담보하지는 않지만 성장 없는 복지는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재정 확장 기조에 대해선 "경제가 어려울 때는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하지만 어디에 쓰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이번 추경예산안 중 재해 지역 복구비를 제외하면 상당 부분이 노인 일자리 확충 등 선심성 복지 예산인 점을 지적한 것이다.

진 전 부총리는 "재정 여력이 있으면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데 써야지 지금처럼 일자리를 나눠주는 식으로 재정을 써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야당의 역할에 대해서도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정책 대안을 갖고 대화와 토론을 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표만 좇는 정치 구도로는 우리 경제에 미래가 없다"고 했다.
신수지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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