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조 뽑아낸 동해가스전..해상풍력단지로 변신


[르포]2004년 상업개발 성공 해저 2200m서 매일 34만 가구 사용 천연가스 뽑아내..한국 자원개발 역사쓰고 2021년 200㎿급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로 조성

     17일 오후 김해공항에서 헬기를 타고 북동쪽 방향으로 40여 분을 날아가자 끝도 없이 펼쳐진 검푸른 동해 위로 우물(井) 모양의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을 세계 95번째 산유국에 올려놓은 ‘동해 가스전’ 플랫폼(생산기지)이다.

플랫폼 헬리데크에 내려서자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데크 뒤로 높게 달린 붐 버너는 현신 굵은 화염을 토해냈다. 붐 버너는 잔류가스를 태워 플랫폼 생산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커다란 불꽃은 동해 가스전이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는 증명서나 마찬가지였다.

남동쪽 58㎞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위치한 동해 가스전 해상플랫폼 전경. 동해 가스전 개발 성공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95번째로 산유국이 됐다./사진=유영호 기자

헬리테크에서 아래로 내려가자 주황색 업무복을 입은 이가 손을 내밀었다. 플랫폼 현장 책임자인 김성해 한국석유공사 동해가스전생산운영팀 부장이었다. “먼길 오느라 고생했습니다”라는 그의 인사를 듣는 순간 공해 위에 설치된 이 구조물이 우리나라 자원 영토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울산 남동쪽 58㎞에 위치한 ‘동해 가스전’ 플랫폼 상단에 위치한 붐 버너에서 붉은 불꽃이 나오고 있다. 붐 버너는 잔류가스를 태워 플랫폼 생산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사진제공=한국석유공사

길게 늘어진 철골계단을 내려가 플랫폼 중심부에 위치한 중앙통제실로 이동했다. 통제기 앞에 앉은 직원들이 해저 151m 아래 설치된 생산정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생산정이 해저 2200m 자리한 가스전에서 가스를 뽑아내기 때문에 압력 변화에 따른 폭발을 막기 위해 다양한 물성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대처해야 한다. 생산정은 동해-1 4공과 동해-2 1공을 합쳐 5공이 설치됐으나 동해-1 1번공이 생산종료(shut-in)해 4공만 운영 중이다. 선박 충돌을 대비해 해상 레이더로 배들의 이동상황도 꼼꼼히 지켜보고 있었다.



플랫폼에서는 일평균 천연가스 5000만입방피트와 콘덴세이트로 불리는 초경질유 1000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정에서 천연가스와 콘덴세이트가 뒤섞인 가스 형태로 나오는데 일차적으로 수분을 제거한 뒤 100bar의 압력으로 직경 36㎝의 해저 강관을 통해 61㎞를 흘러 울산 해안 육상처리시설로 보내진다.

육상처리시설에서는 천연가스와 초경질유를 분리해 다시 수분·가스성분 제거 등 재처리공정을 거친다. 이렇게 생산된 가스는 한국가스공사에서, 초경질유는 에쓰오일에서 사간다. 일평균 생산량 기준 천연가스는 34만 가구, 초경질유는 승용차 2만대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지금까지 누적생산량은 천연가스와 콘덴세이트를 합쳐 4090만BOE(석유환산배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2000억원이 넘는다.

울산 남동쪽 58㎞에 해상에 위치한 ‘동해 가스전’ 플랫폼 중앙통제실 전경. 한국석유공사 직원들이 생산정 압력 변화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사진=유영호 기자

울산 남동쪽 58㎞에 해상에 위치한 ‘동해 가스전’ 플랫폼 중앙통제실 전경. 한국석유공사 직원들이 생산정 압력 변화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사진=유영호 기자

동해-1 가스전에는 22명의 석유공사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근무기간은 2주로 절반인 11명씩 매주 교체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인터넷과 전화설비를 비롯해 헬스장, 탁구장 등 편의시설이 일부 구축돼 있지만 가족과 떨어져 망망대해에서 2주간 생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이들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은 사명감이다. 동해 가스전 플랫폼 건설이 한창이던 2003년부터 지금까지 이곳에 근무 중인 김성해 부장은 “동해 가스전 개발 성공으로 한국이 산유국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며 “이곳을 운영·유지·보수하면서 습득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 자원개발 현장 어디든 우리가 독자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동해 가스전 역사는 곧 한국 자원개발 역사다. 1970년대부터 미국과 일본, 프랑스의 석유 메이저기업이 수차례 시추 작업을 진행했지만 석유·가스전 발견에 실패하고 철수한 것을 석유공사가 탐사·시추·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는 1998년 7월 가스층을 발견한 이후 경제성 평가, 생산정 시추, 생산시설 건설 등의 과정을 거쳐 2004년 7월 11일 최초로 천연가스 생산을 시작했다. 1970년 처음 국내 대륙붕 탐사에 나선 지 34년 만에 이룩한 쾌거였다.

김성해 한국석유공사 동해가스전생산운영팀 부장이 플랫폼에 설치된 풍력자원측정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유영호 기자

동해 가스전은 2021년 연말께 가스전이 고갈돼 생산이 종료될 예정이다. 하지만 플랫폼 역사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석유공사와 울산시, 동서발전이 손잡고 이곳에 200㎿급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플랫폼은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에서 생산한 전력을 모아 육상으로 보내는 일종의 해상변전소 역할을 하게 된다.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부터 9월부터 풍속 등 기반여건 조사를 진행했는데 월평균 풍속이 7m/s 이상으로 사업성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수영 석유공사 사장은 “동해가스전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노하우가 이후 성공적인 해외유전 개발로 이어졌다”며 “플랫폼 생산이 종료되면 지금까지 국내에 없었던 부유식 해상풍력이라는 새로운 에너지 역사를 만드는 중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유영호 기자 yhryu@mt.co.kr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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