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이번엔 동결하는 게 옳다/ 여당 최고위원도 “최저임금 동결” 당 회의서 공식 거론


최저임금 이번엔 동결하는 게 옳다


[사설] 

    최저임금위원회가 19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본격 착수했다. 시한인 이달 27일까지 수차례 회의를 통해 노사가 각자 인상률을 제시하고 의견을 좁혀가는 절차를 밟게 된다. 통상 최저임금 심의에서 근로자 측은 생각할 수 있는 최대 인상률을, 사용자 측은 최소 인상률을 내놓고 공익위원들이 그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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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후 5년 연속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했던 사용자 측은 0% 인상률을 제시할 것이 확실하다. 노동계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최저임금 8350원을 내년에 1만원으로 올리면 인상률은 19.7%다. 0%와 19.7%는 현실적으로 절충 가능한 목표치가 아니다. 기계적으로 그 중간 어디쯤을 택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어느 한쪽이 비현실적인 기준을 제시할 때는 그 중간을 택한 결과가 합리적일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 지금의 경제 현실을 냉정히 판단했을 때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적정 인상률을 따지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동결이냐 아니냐가 논의의 기본틀이 돼야 한다. 문재인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두 해 연속 두 자릿수 인상됐다. 2년간 29.05% 올랐다. 




비상 국면이 아니고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인상률이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전대미문의 정책 실험 도구로 최저임금 인상이 동원된 지난 2년은 과연 `비상`한 시기였다. 실험 결과는 눈에 보이는 대로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3분의 1이 최근 1년 내 사업 전환 또는 휴·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고 80%는 올해 경영수지가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청년들은 정규직 이전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실업률은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매번 새 기록을 세우다시피한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 허리에 해당하는 30·40대 일자리가 뭉텅뭉텅 잘려나가고 있다. 섬유 등 노동집약적 업종의 탈한국 러시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고 할 수 없지만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가장 뼈아픈 것은 소득 양극화다. 지난해 소득하위 20%인 1분위 소득은 사상 최대 폭인 17.7% 감소했고, 상위 20%인 5분위 소득은 사상 최대인 10.4% 증가했다. 하위계층 소득 감소는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근로소득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여권 관계자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소득주도성장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강력한 노조를 앞세워 월급이 올라도 잘릴 염려가 없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을 염두에 둔 주장이라면 틀리지 않은 얘기다. 연봉 5000만원을 받는 현대차 근로자가 최저임금 대상이 돼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진짜 최저임금을 받는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 우리 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선을 찾아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년의 실험 결과는 그 적정선을 한참 넘어섰다는 사실을 증거하고 있다. 심지어 홍영표·송영길·최운열 등 여당 의원들마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판이다. 길을 지나쳐 왔다면 돌아가는 게 맞는다. 실험적이었던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를 진정시키고 우리 경제를 정상으로 돌리는 출발점으로 내년 최저임금 동결이 절실하다.

매일경제 




여당 최고위원도 “최저임금 동결” 당 회의서 공식 거론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은 19일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이번 최저임금은 최대한 동결에 가깝게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다. 당 최고위원이 최저임금 ‘동결’을 공식 언급하면서 민주당 관계자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공개석상에서 ‘동결’이라는 표현을 쓸 줄 몰랐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제3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에 본격 시동을 건 날이기도 하다. 

  

당내 “김해영 발언에 깜짝 놀라”

“사회안전망 함께 다뤄야” 신중론

“옳은 소리 했다” 동조도 많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김해영 최고위원(오른쪽)은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이번 최저임금은 최대한 동결에 가깝게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운데는 박광온 최고위원. [변선구 기자]


최근 민주당 안에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당 최고위원이 ‘동결’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회의 뒤에 김 최고위원은 “당론이 아니라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구인 부산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많은데 다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모습을 접하다 보니까 공개된 회의에서 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저임금과 관련해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앞선 최고위원회 등에서는 “최저임금 동결을 말하려면 사회안전망 확대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는 등의 신중론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이날 당 내부에서는 “옳은 소리를 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민주당 내 ‘경제통’으로 불리는 최운열 의원도 “내년엔 상징적으로 최저임금을 동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사용자들이 여력이 있었을 때는 괜찮지만 지난 2년간 30% 가까이 올려서 부담이 크다. 또 올린다면 과연 견딜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념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실사구시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임금이 너무 많이 올라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나온 최저임금 관련 질문에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률과 관련해 ‘올해는 동결하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서 적정하게 잡아가자’는 등의 이야기가 있는데 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최저임금 위원회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해 객관적인 판단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기류 변화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지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민주당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9일 속도 조절을 공식화했다. 취임 2주년 대담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과 관련해 “공약에 얽매여서 무조건 그 속도대로 인상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27일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노동계와 재계의 줄다리기는 이미 시작됐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8350원으로 지난해(7530원)보다 10.9% 올랐고, 2018년도엔 16.4% 올랐다. 근로자 위원들은 일단 내년 인상률을 19.7%로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15개 중소기업 단체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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