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접 투자 사상 최고치...韓기업 짐싸고 외국기업은 안오고

우울한 `제조한국`

보호무역 피하려 美투자 늘어
규제 등 한국 투자환경 불안
외국인 국내투자는 15% 감소
제조업 일자리 대폭감소 우려


     올해 1분기 해외직접투자(FDI·Foreign Direct Investment)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 기업들의 엑소더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은 앞다퉈 해외로 나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 기업 투자는 급감하면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는 형국이다.


기획재정부가 14일 발표한 한국 제조업 분야 해외직접투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더 이상 한국에 투자하지 않고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투자처로서 매력을 상실해 가는 사이 국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해외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직접투자는 단순한 해외 자산운용이 아니라 해외 현지법인 설립이나 기존 외국 회사에 대한 자본 참여 방식으로 해외에 본격적으로 투자하는 행위를 뜻한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다른 국가들에서는 세제 혜택을 비롯한 적극적인 투자 유인책으로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반면 국내는 투자 여건을 개선해야 할 상황"이라며 "국내 제조업 기업의 해외 유출이 불가피한 측면도 어느 정도 있지만, 정책이 이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들도 한국을 더는 좋은 투자처로 여기지 않는 형국이다. 국내로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5.9% 감소한 26억2000만달러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국내 여건 악화에 다른 해외직접투자 증가는 국내 고용에 직격탄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한국경제연구윈이 발간한 `직접투자의 고용 순유출 규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1~2017년 한국의 직접투자 순유출(해외직접투자 유출액-외국인직접투자 유입액)로 인한 직간접적 일자리 손실이 연간 12만5000개에 달했다. 특히 제조업에서만 연간 일자리 3만2000개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직접투자가 확대되는 것은 인건비·자원 등에서 경쟁력을 찾을 수 없는 한국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 모습"이라며 "과감한 규제 철폐와 노동시장 개혁으로 투자를 끌어들이는 정책을 속히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직접투자의 국가별 비중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현지 투자 유인이 확대된 미국이 25.9%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서 중국(12.0%), 케이맨제도(8.9%), 싱가포르(7.7%)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별 투자 사례를 살펴보면 실제로 대미투자가 주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이 최근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컴퍼니를 16억7800만달러에 인수했으며,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 조지아주에서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열고 2025년까지 16억7000만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내년까지 15억달러를 투자한다.

금융·보험업은 해외 투자 47억6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5억5000만달러(48.2%) 증가했으며, 부동산업 역시 16억1000만달러로 4억3000만달러(36.4%)가 늘어났다. 이는 수익률 제고를 위한 연기금 및 자산운용사 등의 해외 펀드 투자가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해외직접투자의 지역별 투자 비중은 아시아가 36.7%로 가장 높았으며 북미(29.6%), 유럽(20.3%), 중남미(11.1%)가 뒤를 이었다.

미·중 무역마찰과 보호무역주의가 고조되는 상황이 현지 투자를 확대하는 데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 생산설비를 증설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에 더욱 활발히 참여해 이윤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는 하다"면서도 "그러나 무역마찰과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위험이 확대되면 분쟁 당사국에 대한 해외투자가 부메랑이 돼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올해 1분기 한국의 제조업 분야 해외직접투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장도환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과장은 "대기업의 소수 투자 건에 따른 변동성이 큰 지표여서 경향적으로 해석하기는 무리"라고 설명했다.
[문재용 기자]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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