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위 20% 소득 감소, 표본 탓”이란 與…표본 안 바꿔도 줄었다


우석진 교수·정지운 연구위원, 빅데이터 분석

표본변경 고려해도 1분위 소득 큰 폭 감소 확인


    지난해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계층의 소득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줄어든 것과 관련해 여권과 진보 진영에서 주장한 ‘표본 변경 원인설(說)’이 옳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여권은 2017년 조사 표본과 2018년의 표본이 달라 작년 1분기에 저소득층의 소득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고 주장했지만, 우석진 명지대 교수와 정지운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표본 교체 영향을 고려해도 여전히 큰 폭의 소득 감소가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1일 학계에 따르면 우 교수와 정 부연구위원은 지난 7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조세재정연구원 재정네트워크 거시분과 회의에서 ‘가계동향조사의 1분위 소득이란 무엇인가: 머신러닝 알고리듬을 이용한 분석’ 작업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법을 이용해 2017년 표본이 2018년에도 유지됐다고 가정했을 때 소득을 추정했다. 



우 교수는 작년 1분기에 발생한 1분위의 소득 감소 4만7218원(전년동기 대비) 중 66.8%인 3만1187원은 2017년 표본이 그대로 이어져도 발생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나머지 33.2%인 1만6031원만 표본 변경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봤다. 그는 "작년 가계소득조사에서 나타난 하위 20%의 소득 감소가 통계 기법상 오류가 아니라 실제로 발생한 일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 등은 개별 가구 표본을 합산해 계산할 때 통계청이 부여하는 가구별 가중치를 적용하지 않아 통계청이 발표한 1분위 평균금액과는 차이가 있다. 우 교수는 "1분위만 따로 떼어내서 보는 거라 전체 가구를 기준으로 하는 가중치를 부여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봤다"고 했다. 




지난해 가계소득조사는 경제 쟁점을 넘어 정치 문제로 번졌다. 가계소득조사는 2017년을 마지막으로 종료될 예정이었는데, 2017년 3~4분기 2.1~3.1% 소득 증가에 고무된 청와대가 2018년 이후까지 ‘수명연장’을 지시하면서 문제가 됐다. 작년 1분기 1분위의 소득은 8% 줄었는데, 5분위(상위 20%) 소득은 9.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자 보수 진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당시 여권과 진보진영은 "2018년에 표본을 대규모로 바꾸는 과정에서 저소득자와 고령자가 이전보다 더 많이 포함됐기 때문(김정우 민주당 의원)"이라고 반박했다. 2016년까지 8700가구였던 표본이 2017년 5500가구로 줄어든 뒤, 2018년에 8000가구로 늘어나면서 사실상 다른 통계 조사가 됐다는 것이다. 노동사회연구원과 보건사회연구원이 청와대에 제출한 보고서가 주요한 근거였다. 그리고 청와대는 작년 8월 통계청장을 경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년동기 대비 17.2% 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나온 작년 4분기의 경우 표본 교체에 따른 영향은 감소폭의 27.2%에 불과했다. 2017년 표본을 그대로 유지했어도 소득 감소분의 75.5%는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우 교수는 "연구 초기 단계라 좀 더 정확한 분석을 해봐야겠지만, 하위 20% 소득이 감소하는 문제가 실재(實在)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특히 근로 및 사업 소득이 줄어들고 있어 심각하다"고 말했다. 2분기와 3분기의 경우 표본이 바뀌지 않았을 경우 소득이 더 늘어났을 것으로 분석됐다.


 

하위 20%인 가구의 분기별 소득 추이. 2015년을 정점으로 꺾이는 모습이다.


이번 연구는 2017~2018년 조사에서 표본이 된 가계 특성을 기준으로 소득 변화를 분석한 첫 연구다. 지금까지 연구는 근로자가구 소득 분위 1%별 소득을 비교하는 등 통계청이 공표하지 않는 범주의 값을 미시자료를 통해 보이는 수준이었다. 또는 다소 무리한 가정을 통해서 연구 결과를 냈다. 


강창희 중앙대 교수와 이우진 고려대 교수가 지난 4월 발표한 ‘2018년 가계소득조사에서 하위 20% 소득 감소는 표본 교체 때문’이라는 요지의 논문이 대표적이다. 당시 연구는 2016~2018년 계속 조사에 응한 표본을 가지고 ‘공통 추세로 나타나는 소득 변화’를 추정한 뒤, 이를 2018년 실제 결과와 비교했다. 두 사람은 공통 추세와 실제 소득 증감과의 차이가 전적으로 표본이 바뀌었기 때문으로 봤다. 2017년 조사에 응했다가, 2018년에 빠진 사람에 대해서는 연구에 고려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8년까지 1분위 소득 분포 결과를 비교한 결과 1분위와 2분위(하위 21~40%)를 나누는 경계값이 2015년부터 하락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하위 0~20%의 평균소득과 별도로, 딱 하위 20%인 가계의 소득이 내려가고 있다는 의미다. 또 소득 1분위 가계의 소득 분포를 그렸을 때, 소득이 아주 낮은 그룹이 점점 늘어나는 양상이 나타났다. 우 교수는 "1분위의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 악화되고 있고, 하위 소득 계층에서 소득 격차도 심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세종=조귀동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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