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헤쳐모여 [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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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헤쳐모여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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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이미지)  

사람과 사회를 가르는 2분법? 진보와 보수, 혁신과 적폐, 여혐과 페미니스트, 사업주와 피고용자, 택시 승객과 모빌리티 플랫폼 이용자? 아닙니다. 어벤져스를 본 사람과 보지 않은 사람! ‘마블의 민족’이란 조어(造語)도 통용된다는군요. 처음엔 무슨 스타트 업 배달 업체가 새로 생겼나 했다니까요.

<어벤져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의 관객 수가 1,386만 명(개봉 44일째인 6월 7일 현재)으로 <아바타>를 제치고 역대 외화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존 출연진 외 기라성 같은 추억의 올드 스타들이 대거 단역으로 우정 출연한 것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로버트 레드포드, 마이클 더글라스, 미셸 파이퍼, 기네스 팰트로, 르네 젤위거, 나탈리 포트만….

전작의 주 내용이었던 인피니티 워 이후 절반만 살아남은 지구에서 어벤져스는 양자 터널을 이용해 시간을 오가며 최강의 악당 타노스와 지구의 운명을 바꿀 최후의 전쟁을 펼칩니다. 결과 몇몇 영웅들이 죽어나가거나(아이언 맨, 블랙 위도우), 우주 항해사로 전업하거나(토르), 고령으로 은퇴합니다(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 히어로들의 특징을 코믹터치로 살펴봅니다.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어벤져스 군단의 캡짱으로 단순호치(丹脣皓齒)의 미남. 일제 강점기를 떠올리게 하는, 연식이 오래된 기생오라비 같은 느낌도 있음. 하긴 동면 상태에서 깨어난 70년 전 사람이니까. 처음에는 존재감이 없었으나 겸손하고 성실한 리더십을 발휘해 영향력을 확대해나감. 무기는 외계 물질인 비브라늄 방패로 방어적 콘셉트여서 아쉬움을 안김.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가장 사랑받은 캐릭터이자 어벤져스 시리즈 성공의 실질적 주역. 영화 포스터나 오프닝 시퀀스에서도 가장 먼저 이름이 나옴. 한국 이름은 영어 이름의 첫 글자를 딴 ‘로다주’. 타노스와의 마지막 전투에서도 가장 큰 공을 세우지만 그 자신도 부상을 입어 목숨을 잃음. 예민한 성격에다 조금은 덜렁거리는 편. ‘참을 수 있는’ 존재의 가벼움.

헐크(마크 러팔로):
본디 TV 시리즈 <두 얼굴의 사나이>에 출연했던 전직 프로레슬러 출신. 학구적이고 소박한 성격이지만 가끔 단무지 스타일로 변해 주위를 당혹스럽게 하는 것이 문제임. 초록색 괴물 헐크가 무작위로 주먹을 날리면 악당뿐 아니라 동료들도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게 함. 시리즈 마지막 편에서는 마님을 따르는 돌쇠 모드로 공을 세움.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히어로들 중 무력 최강. 왜냐고요? ‘반인반신’이니까. 북유럽 신화의 주신 오딘의 사생아. 무기는 묠리느라는 이름의 망치. 이 무기가 마블의 민족에게는 ‘빠루’로 둔갑해 문 따는 도구로 사용됨. 마지막 게임이 끝나고 토르는 아스가르드 왕국을 전쟁의 여신 발키리에게 넘겨주고 은퇴.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팀과 합류해 우주항해사로 전업.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밥 잘 사주는 이웃집 누나’처럼 친근한 이미지가 강점. 카리스마가 있다거나(사를리즈 테론), 고혹적이거나(에바 그린), 깜찍하지는(니콜 키드만) 않잖아요? 세월을 거슬러 평화시장이나 구로동에서 일한 ‘우리들의 누이’를 생각나게도 하네요. 시리즈 2편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선 구로동 철물거리에서 액션을 펼쳐 한층 애틋한 느낌임.

타노스(조슈 브롤린):
최강의 빌런(악당)이자 인간적인 면모의 안티 히어로. 달랑 혼자서 어벤져스 군단을 상대하는 고충을 누가 알랴? 손가락을 한 번 튕겨(핑거 스냅) 세상의 반쪽을 날려 보내는 괴력의 소유자지만 수양딸을 희생시키고 괴로워하는 딸 바보 아빠이기도 함.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배달의 민족’을 울고 웃긴 어벤져스는 해체되었지만, 캡틴 아메리카가 유격훈련 교관처럼 단호하게 외치는 시그니처 대사는 오랜 기간 귓전에 머물 것입니다. “어벤져스 어셈블(Avengers Assemble, 어벤져스 헤쳐모여)!" 

다음 칼럼에서는 마블의 경쟁사인 DC 코믹스 소속 히어로들의 면면을 살펴봅니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 우먼…. 그밖에 6백만 불의 사나이, 특수공작원 소머스도 함께. 왜 이들이 아무도 찾지 않는 한물간 영웅이 되었을까? 그렇다 해도 사회의 그늘진 곳을 눈여겨보아야 통합의 길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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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창식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수필가, 문화평론가. 
<한국산문> <시에> <시에티카> <문학청춘> 심사위원. 
흑구문학상, 조경희 수필문학상,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상 수상. 
수필집 <안경점의 그레트헨> <문영음文映音을 사랑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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