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형크레인 규제 나선다..."'월천기사' 파업 이틀만"


타워크레인 노조 파업 철회

정부, 소형면허 취득 조건 강화키로 


기사들 뒷돈 등 月1000만원 받고도 툭하면 태업·건설사 고발 협박 


   전국의 건설 현장을 멈춰 세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타워크레인 노조의 동시 파업이 5일 오후 끝났다. 양대 노조가 소형 크레인 사용 금지, 임금 7~8%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 4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지 이틀만이다. 양대 크레인 노조의 사상 첫 동반 파업으로 전국에서 운영 중인 타워크레인 3000대의 83%인 2500대가 멈추면서 전국 대부분의 아파트와 대형 건물 공사가 중단되다시피 했다.


국토교통부는 5일 "양대 노조와 타워크레인 임대사업자(한국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 시민단체(경실련), 건설 단체 관련 인사 등을 포함한 노·사·민·정 협의체를 구성해 소형 크레인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안전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며 "이날 오후 5시부터 파업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오후부터 타워크레인을 점거해 고공 농성을 벌이던 노조원들도 정부 발표 이후 모두 지상으로 내려왔다.


 

민노총과 한노총 타워크레인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4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노조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양대 노조는 총파업 이틀 만인 5일 파업을 철회했다. /뉴시스


국토부는 "협의체에서 불법으로 개조한 소형 크레인을 현장에서 퇴출시키고, 제작 결함이 있는 장비에 대한 조사와 리콜 등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전복 등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중국산(産) 저가 소형 크레인을 들여오지 못하도록 규격과 기준을 정하고, 소형 크레인 조종 면허 취득 조건도 강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양대 노조는 기본급을 4.5% 올리기로 크레인 임대사업자 측과 합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형 크레인 안전 기준을 강화하면 노조가 요구한 전면 폐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장에서 소형 크레인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적재 중량 3t 미만의 소형 크레인은 1171대에 달한다. 건설업계에서는 "고액 연봉을 받는 타워크레인 노조원들이 '밥그릇 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공사 현장이 마비돼 애꿎은 일용직 노동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양대 노조가 출구 전략으로 파업을 철회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되지 않아 공기(工期)와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은 천만다행"이라면서도 "앞으로 크레인 기사들이 건설 현장을 더 강력하게 장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앞으로 타워크레인 노조원들의 '갑질'이 근절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크레인 기사들은 월급(300만원)과 월례비(현장 하도급 업체들이 주는 비공식적 수고비·300만원), 초과근무수당, 추가 수입 등으로 월 1000만원 수입을 올려 '월천(月千)대사'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건설사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방송사 TV 사극에 나온 인물인 '월천대사'에 빗댄 것이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월례비만 기사 1인당 매달 250만~500만원으로 알려졌다. 지방의 한 중소 건설사는 지난해 8개 현장에서 24대의 타워크레인을 돌리면서 매달 7000여만원, 한 해 8억4000만원을 월례비로 지출했다.




현장소장이나 하도급 업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타워크레인에서 현장을 내려다보며 작업자들이 안전모를 벗고 있는 모습 등을 찍어 고발하는 방식으로 보복하는 경우도 많았다. 시속 10㎞로 들어올려야 하는 자재를 3㎞로 느릿느릿 이동시키는 등 기사들의 태업도 비일비재했다. 경남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8대의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는 민노총과 한노총 소속 기사들이 법적 작업 중지 속도(초속 20m)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바람을 핑계로 작업을 중단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선 특정 노조 소속 크레인 기사 3명을 위한 별도의 컨테이너 휴게실도 있었다.

이송원 기자 임경업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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