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 정보기술자에 낭인 되는 데이터기술자

이복남 교수


   내수시장의 탈출구 역할을 맡게 될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출범에 대한 기대가 예상보다 높아 놀랐다. 이런 기대면 KIND는 한국의 해외건설, 나아가 미래 먹거리를 해결해 줄 구세주다. 건설 산업을 먹여 살릴 마법 혹은 비법은 없다. 기대가 지나치면 실망도 그만큼 커진다. KIND 출발과 함께 해외건설지원시스템 완성을 위해 해외건설산업정보시스템 구축을 내세웠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우려스러운 생각을 가지게 됐다. 우려할 수밖에 없는 것은 두 가지 문제 때문이다. 신설 조직이 정상 궤도에 진입하는 데는 적어도 2년 이상 소요된다. 정보시스템 구축이 핵심을 놓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KIND의 핵심 역할은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데 있다. 투자나 건설을 주도하는 것이 핵심역할은 될 수 없다. 세계 시장의 흐름을 읽고 산업체가 가야 할 길과 방법을 제시하는 역할이지 건설이란 서비스 공급자 역할은 아니라는 뜻이다. 수익성 설계 및 분석을 통해 경제성 여부를 판단한 후 지분 투자도 할 수 있지만 소액에 불과하다. 한국이라는 브랜드와 외교 채널을 활용해 사업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해 주는 역할이다. KIND가 참여하는 투자개발형사업에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첨가해 사업의 신인도를 높여 주는 역할이 핵심이다. 핵심 역할을 유추해 보면 KIND는 해외건설 시장에서 지식집단이지 기술자 집단은 아니다. 주도보다 지원 중심이다. 주도하기에는 자본금과 조직 규모가 너무 작다. 지원 역할을 위해서는 KIND가 활용 가능한 데이터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필요한 정보시스템을 시중에서 구매할 수 없다. KIND 역할에 필요한 데이터시스템은 국내는 물론 세계 어디에도 없다. 새롭게 구축해 가야 할 뿐이다.




해외건설 데이터시스템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오해도 있다. 중소기업이나 엔지니어링 업체의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정보 부족을 지적한다. 정보 부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확실하다. 양적 부족인지 질적 부족인지가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해하고 있는 정보 부족과 달리 3년 전에 설문조사 및 전문가 면담을 통해 확인한 사실은 양적 부족이 아닌 질적 부족이었다. 정보가 많을(more)수록 더 좋다(better)가 아닌 내 몸에 맞는 맞춤형 정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다량의 정보는 얼마든지 돈으로 구매할 수 있다. 봄철 산과 들판에 풀이 지천에 깔려있지만 먹을 수 있는 나물은 전문가의 눈이 필요하다. 양보다 선택이 핵심이다.


해외건설이 아닌 글로벌 건설시장의 흐름을 읽고 지배 역량을 추출하기 위해 거대한 지식플랫폼 구상이 시도됐었다. 글로벌 시장과 국가, 글로벌 기업과 기업들이 찾는 인재의 역량, 리스크 등을 종합 분석해 맞춤형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정보기반 지식플랫폼 구상 연구가 국가지원 사업으로 3년간에 걸쳐 수행됐었다. 하지만 과제관리 기관에서 이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부 관료는 순환보직으로 파악할 여유가 없었고 과제관리 기관은 지식플랫폼 구축보다 정보시스템이라는 용어에 매몰돼 있었다. 정보기반 지식플랫폼 구축은 아직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거대 구상이었다. 정보를 축적하기보다 축적된 정보를 활용해 심층 분석 과정을 거쳐 필요한 기업이나 개인에게 맞춤형 지식기반 데이터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역할이 핵심이다. 글로벌 시장 정보는 해외에 있다.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눈과 머리를 가져야 하는 게 KIND가 필요로 하는 정보기반 지식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경험으로 거대한 코끼리를 그릴 순 없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엔지니어링에서 도면 1매를 생산하는 데 8개월까지 소요되는 도면이 있는가 하면 하루에 몇 매를 생산할 수 있는 도면도 있다. 기본설계 앞 단계에서 생산되는 기본(baseline)도면 몇 장이 투자비 전체를 좌우한다. 양이 아닌 질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시공도면은 전체 공사비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기본도면을 본 적 없는 선무당이 시공도면 수준으로 인식했다면 결과는 뻔하다. 시공도면 작성자 눈에는 모든 도면이 같아 보인다. 숨겨진 지식의 가치는 무시된다. 개념 및 기본설계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이유다.


KIND의 기능과 역할에 큰 기대를 보면서 착잡한 심정이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가 기대감만으로 역할을 조기에 재단할까 염려스럽다. 동시에 자칭 정보기술자라는 선무당이 지식과 지혜로 무장된 지식인을 낭인으로 만들어버리는 지금의 현실이 KIND가 필요로 하는 정보시스템까지도 재단할까 염려스럽다. 국내 정보만으로 글로벌 시장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은 글로벌 정보와 지식이 절대적이다. 마윈 알리바바 전 회장의 정보기술(IT)에서 데이터기술(DT) 시대로 옮겨갔다는 주장은 지식이 지배할 현재와 미래를 보라는 주문이다.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교수

[이복남 교수] bkleleek@snu.ac.kr


출처 : 대한전문건설신문(http://www.kosca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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