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앞두고 진땀 나는 韓電


여름 앞두고 진땀 나는 韓電


전수용 산업1부 차장


   전기 사용이 급증하는 여름철을 앞두고 전력 당국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선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받아온, 주택용 전기에 적용하는 누진제 개편 문제다. 누진제는 1구간 0~200kwh(93원), 2구간 201~400kwh(187원), 3구간 400kwh 이상(280원) 등 전력 사용이 많을수록 kwh당 요금이 늘어난다. 1974년 고유가에 따른 전기 절약을 위해 도입한 뒤 역대 정부가 개편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45년간 이어오고 있다. 작년 여름 사상 초유의 폭염에 "전기료 폭탄 때문에 에어컨도 맘 놓고 못 켠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7~8월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했다. 정부는 여름이 오기 전 누진제를 개편하겠다고 했다. 작년 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방안을 만들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작년 여름 누진제 2개월 한시 완화로 한전이 떠안은 부담은 3587억원이다.




'필수 사용 공제'도 누진제만큼 우리 사회의 바뀐 구조와 맞지 않는 전기 요금제 가운데 하나다. 전기 사용이 적은 가구에 월 최고 4000원 전기료를 할인해 주는 제도다. 취약 가구 지원 대책이지만 1인 가구 등이 늘어나면서 애초 취지와 달리 고소득 가구까지 혜택받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연봉 2억원이 넘는 김종갑 한전 사장조차 "나도 혜택을 받는다"고 문제점을 지적할 정도다. 이 제도에 따른 한 해 감면액은 3964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제도를 폐지하자니 그동안 혜택을 받아온 958만 가구의 반발이 걱정이다.


수조원 흑자를 내던 한전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대규모 적자를 냈다. 1분기 영업손실은 6000억원이 넘는다. 탈원전 정책에 비싼 LNG·태양광·풍력발전을 늘리면 한전 전력 구입비는 더 증가하게 된다. 우리보다 앞서 탈원전,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했던 국가들이 공통으로 겪은 문제다. 전기료 현실화가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탈원전에도 요금 인상은 없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에 한전은 적자가 쌓여도 옴짝달싹 못 하는 처지다.


투표권을 가진 일반 국민을 상대로 정치권과 정책 당국이 선심을 쓰기는 쉽지만, 부담을 늘리거나 지금까지 줬던 혜택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이 전전긍긍한다. 정부가 산업용 경부하(심야) 요금을 올려 만만한 기업에 대신 부담을 떠넘길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미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작년 인사 청문회에서 "산업용 전기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했고, 김종갑 한전 사장도 "콩(원료)이 두부(전기)보다 비싼 건 비정상"이라며 산업용 요금 인상을 시사해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합리적 전기료 개편은 물 건너가고, 애꿎은 기업들만 또 희생양이 될까 걱정이다.

전수용 산업1부 차장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27/20190527030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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