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푹 숙여 스마트폰 보면..."‘쌀포대’ 3개 목에 얹고 있는 셈"



      조선 시대엔 높고 화려한 가체(加髢)가 유행했다. 가체는 당시 여성에게 단순한 머리 패션이 아니었다. 사회적 신분과 부의 척도이기도 했다. 머리를 길게 땋아 치장한 가체의 무게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많게는 30㎏이나 됐다고도 한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목뼈가 부러지는 일이 생길 정도였다니 당시 조선 여인들이 얼마나 시달렸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시대가 지나도 우리나라 사람의 목뼈는 편하지 않았다. 수십㎏의 물건을 머리에 이고 나르는 게 일상화돼 목이 받는 하중이 상당했다. 목이 결리고 어깨가 쑤셔도 당연하게 여겼다. 그만큼 관절 건강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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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60도로 숙이면 27.2㎏ 하중
일자목 증후군·목디스크 일으켜
각종 신경장애, 신진대사 저하도

추나요법·침·한약 통합요법 효과
3주 만에 통증 수치 절반으로 줄어
저스틴 비버 즐기는 부항도 주목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경추 질환 정비례
척추외과 전문의 케네스 한즈라즈(Kenneth K. Hansraj) 박사는 스마트폰 사용 시 고개를 숙이는 자세에 따라 목이 받는 하중을 조사했다. 그 결과 고개를 앞으로 15도 기울였을 때는 12.2㎏, 30도 기울였을 때는 18.1㎏의 하중이 가해진다고 밝혔다. 목이 받는 하중은 60도로 기울였을 때가 27.2㎏으로 최고치에 달했다. 10㎏짜리 쌀포대 세 개를 목 위에 얹어놓은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늘어나는 동안 목디스크(경추 추간판 탈출증), 일자목 증후군 환자도 증가했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스마트폰 하루 평균 사용시간은 2015년 1시간 34분에서 지난해 2시간 3분으로 꾸준히 늘었다. 목디스크 환자 역시 같은 기간 87만4230명에서 96만2912명으로, 일자목 증후군 환자는 191만6556명에서 211만1697명으로 계속 증가했다. 결코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원래 정상적인 경추(목뼈)는 C자형 굴곡을 이루고 있다. 이는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흡수하는 자동차의 ‘쇼크 업소버(shock absorber)’와 같은 역할을 한다. 고개를 앞으로 숙이거나 내미는 행동을 지속하다 보면 경추가 점차 일자형으로 변하는데 이게 ‘일자목 증후군’이다.
 
일자목이 되면 경추 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구조물인 추간판(디스크)에 미치는 충격이 제대로 흡수되지 못해 목디스크 같은 경추의 퇴행성 변화가 가속화한다. 목디스크로 주변 신경이 눌리면 어깨·팔·손에 통증이나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마비가 오기도 한다.
 
경추는 위로는 머리, 아래로는 요추(허리뼈)와 연결돼 뇌로 향하는 온갖 신경과 혈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상이 생기면 각종 신경 장애가 발생하거나 신진대사가 떨어지기 쉽다. 따라서 목 통증 치료법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방에서는 목디스크와 일자목 증후군 치료를 위해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한침·약침·한약 등 ‘통합치료’를 한다. 우선 한의사가 직접 추나요법을 통해 변형된 경추와 주변 근육, 인대를 밀고 당겨 바로잡는다. 경추의 C자형 굴곡을 되돌려 구조적·기능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또한 침과 약침 치료는 경추 신경을 압박하는 염증 반응을 제거하고 체내 기혈을 원활히 순환시킨다. 관절을 강화하고 신경과 조직 재생을 돕는 한약 처방도 병행해 재발 우려도 줄인다. 한방 통합치료는 수술 같은 인체 손상과 인위적 변형 없이 회복력을 끌어올려 효율적으로 통증을 완화하고, 근육과 인대를 튼튼히 해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다.
 


한방 요법, 인체 손상 없이 통증 완화시켜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국제학술지(BMC CAM)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목디스크 질환으로 입원해 3주간 한방 통합치료를 받은 환자 117명을 장기 추적한 결과, 숫자 평정척도(NRS)는 입원 당시 5.9(심한 통증)에서 3주 후 약 절반(3.19) 정도로 감소했다. 숫자 평정척도는 환자의 통증 수치를 0에서 10까지 숫자로 점수화한 것이다. 환자들의 통증은 21개월 후에는 2.74로 줄었고 치료 만족도는 94.9%로 높아졌다. 치료가 끝난 후에도 지속해서 호전됐다는 것은 한방 통합치료가 증상 완화에 그치지 않고 원인을 찾아 제거한다는 의미다.
  



한방요법이 목 통증 치료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은 통합치료만이 아니다. 부항 치료도 마찬가지다.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나 팝스타 저스틴 비버 등 해외 스타들도 부항을 즐길 정도로 관심을 갖고 있다. 부작용이 없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목 통증 일차치료의 보편적 약물인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는 효과적이지만, 위염·궤양·위장관 출혈 등 소화기계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부항 치료가 소염진통제나 물리치료보다 목 통증 완화에 효과가 크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부항 치료군과 소염진통제·물리치료를 받은 대조군, 치료를 받지 않은 무처치군 등 세 분류로 나눠 목 통증 강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부항 치료군 환자가 무처치군보다는 2.42, 대조군보다는 0.89 정도 통증 감소 효과가 더 컸다. 


 
한방 치료는 통증 제어에 적용 가능한 치료방법이 매우 다양해 모든 증상에 대입할 수 있다. 한의학은 오랜 경험과 검증을 통해 꾸준히 발전해가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한방 치료법이 지속적인 표준화·과학화를 통해 꼿꼿한 목을 되찾아 줄 수 있는 동반자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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