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여파]과천 1순위 통장 있으면 청약 넣기만해도 당첨 왜?/ 서울 미분양 급감했지만…고분양가 논란 단지는 "안 팔려요"
과천 1순위 통장 있으면 청약 넣기만해도 당첨
과천자이, 당해 1순위 미달
기타지역 포함해 11.5대1
`준강남권`이라 불리는 경기도 과천시의 올해 첫 분양지인 `과천자이`가 지난 22일 1순위 당해지역 청약을 받은 결과 경쟁률 0.8대1을 기록했다.
첫날 기록만 보면 청약에 실패했나 싶지만 실제로는 과천지역 청약 특수성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하는 게 옳다. 과천시 인구는 6만명이 채 안 되고, 이 중 과천 1순위 당해지역 통장을 가진 사람은 1000명이 안 된다. 과천 1순위 당해지역 청약을 넣을 수 있는 사람 숫자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과천자이 1순위 청약서 미달/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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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청약을 통해 과천에 내 집을 마련하고 싶다면 과천에 전세로 1년 이상만 살면 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23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과천자이는 676가구에 대한 1순위 당해지역 청약을 받았다. 총 518명이 지원했고 17개 타입 중 8개에서 미달이 났다. 평균 경쟁률은 0.8대1이었다. 22일에는 1순위 당해지역 청약만 진행됐고 다음 날인 23일 1순위 기타지역 청약이 이어졌다. 당해지역 청약은 과천 1년 이상 거주자, 기타지역 청약은 과천 1년 미만 거주자와 수도권 거주자가 대상이다.
과천은 단연 돋보이는 청약 인기 지역이지만 1순위 당해지역에서 전 타입이 마감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청약 광풍`이 불었던 작년 성적만 봐도 알 수 있다. 작년 과천에선 4개 단지가 분양에 나섰는데, 1순위 당해·기타지역을 합치면 평균 경쟁률이 모두 두 자릿수였다. 과천자이 역시 1순위 기타 지역까지 청약을 받은 결과 11.5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1순위 당해로 보면 단 1개 단지도 전 타입 마감을 못했다.
여기에 치열한 눈치작전도 있다. 과천자이는 과천주공6단지를 재건축한 단지라 조합과 건설사가 분양가를 책정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승인을 받는 식으로 가격을 정한다. 그 결과 3.3㎡당 평균 3253만원이라는 과천 역대 최고 분양가가 나왔다. 그러나 6월부터 쏟아지는 과천 지식정보타운 분양은 다르다. 이곳은 공공택지를 개발한 곳이어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는 3.3㎡당 2000만원대 중반 정도로 예상된다. 과천 1순위 당해지역 통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과천 지식정보타운 청약 당첨을 위해 입지는 좋지만 가격이 높은 과천자이 청약을 넣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과천자이 1순위 당해지역 청약에서도 미달과 완판을 가른 것은 분양가였다. 분양가격이 8억원대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전용면적 59㎡(일부)는 모두 마감됐지만 같은 면적이라도 총분양가 9억원대로 중도금 대출이 불가한 곳은 미달이 난 것이 이를 보여준다. 가구 수가 가장 많았던 59㎡A(분양가 9억1630만원)는 244가구 모집에 100명이 지원해 0.4대1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원자 100명은 당첨자 발표를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청약 당첨이 된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서울 미분양 급감했지만…고분양가 논란 단지는 "안 팔려요"
지난달 서울의 미분양 주택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켰던 단지의 경우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1·4분기 양호한 경쟁률로 순위내 청약을 마쳤지만, 실제로는 계약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곳도 많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의 미분양 주택수는 전월 말(721가구) 대비 66% 감소한 244가구로 집계됐다. 대부분 지난달 미분양 규모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광진구 화양동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 미분양이 해소된 데 따른 것이다
대림산업이 시공하는 이 단지는 최초 분양 당시 ▲3.3㎡당 3370만원의 높은 분양가 ▲전 타입 분양가 9억원 이상으로 중도금 대출 불가 ▲계약금 20% 등 까다로운 조건으로 다수의 미분양이 발생한 단지다. 지난 3월에는 총 730가구 분양에 685가구가 미분양으로 집계된 바 있다. 481가구 공급된 전용 84㎡ 가운데 443가구, 249가구 공급된 115㎡ 가운데 242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었다. 이후 시행사(한국자산신탁) 측이 연대보증을 통한 중도금 대출을 지원키로하고 계약금을 10%로 하향조정 하면서 어느정도는 분양이 진행된 상태다. 그러나 4월 말 현재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84㎡는 전체 분양분의 10% 수준(48가구)만 남은 반면, 대형평형인 115㎡는 분양분의 절반이 넘는 158가구가 계약자를 찾지 못했다.
올해 3월 청약을 진행해 양호한 경쟁률로 순위내 마감했던 광진구 자양동 '호반써밋 자양(30가구)'도 고분양가 탓에 결국 흥행에 실패했다. 3.3㎡당 평균 3355만원의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30가구 모집에 329명이 청약에 나서며 평균 10.97대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실제 계약은 대부분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84㎡ 기준 11억6300만원에 내놨던 6가구는 두 달 여 동안 단 한채도 계약을 맺지 못했다. 호반건설이 짓는 이 단지는 전체 일반분양분 30가구 가운데 21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집이 다 지어진 뒤에도 팔리지 않은 준공후 미분양도 서울에 62가구나 된다. 서초구 잠원동 '데뜨아르 아파트'는 11년 전인 2008년 4월 준공 후 22가구 가운데 16가구가 불이 꺼진 상태다. 2016년 분양해 올해 2월 입주를 시작한 송파구 오금동 '송파두산위브'는 269가구 가운데 8가구가, 지난해 2월 준공된 강동구 천호동 '현진리버파크'는 56가구 가운데 13가구가 팔리지 않았다. 도봉구 쌍문동 '승윤 노블리안' 역시 지난 2월 준공 이후에도 5가구는 미분양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거나 1급지가 아닌 곳에서 장기 미분양 상태인 물건은 향후 큰 폭의 할인분양 없이는 소진되기 어려워보인다"면서 "과거처럼 '청약은 되기만 하면 로또'라는 인식은 사라졌고, 실거주와 투자 수요자 모두 입지가 좋고 억대 차익이 기대되는 '똘똘한 청약'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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