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짓기 달인’이 공개하는 한중일식 맛있는 밥 비법


"너무 빡빡 씻으면 밥맛·밥향 사라져요"
초밥용 밥, 마른 불림 후 냄비에 가스불로··· 중식당 볶음밥은 2시간 따로 수분 날려

     한민족의 밥짓기 솜씨가 해외까지 알려졌던 과거만은 못할지라도 여전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역삼동 ‘민이한상’은 밥이 맛있기로 소문 난 한식당이다. 이 식당 이화영 대표는 "우리 집 밥에는 특별한 게 없다"며 "가장 평범하게 지은 밥이 가장 맛있다"고 했다. 그 평범해서 비범한 밥짓기는 이랬다.

찰떡처럼 차진 압력솥밥보다 고슬고슬한 솥·냄비밥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차츰 늘고 있다./진짜 기본 요리책

"도정한 지 일주일 내 쌀을 쓴다는 게 특별하다면 특별할까? 찬물에 쌀을 3번 정도 씻어요. 뿌연 쌀뜨물이 나오지 않도록 여러 번 씻어야 맛있다는 식당도 있는데, 그렇게 빡빡 씻으면 맛도 향도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씻어서 물에 담가 2시간 정도 불렸다가 1인분씩 압력솥에 지어요. 물과 쌀은 1대1을 기본으로 하되 계절이나 쌀 상태에 따라 가감하세요. 밥을 퍼서 곧바로 먹기보단 5분 정도 놔두면 수분이 날아가고 밥알도 꼬들꼬들하니 가장 맛 좋아요."



한민족이 방심한 사이 세계적으로 ‘밥짓기 달인’ 타이틀을 거머쥔 건 일본인이다. 서울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에서 일본식 밥짓기 노하우를 들었다. 일반적으로 먹는 밥과 초밥용 밥은 그 조리법이 달랐다.

"공기밥은 차진 식감이 필요한 반면, 초밥용 밥은 찰기 없이 고슬고슬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공기밥은 물로 깨끗이 씻어서 30분 물에 담가 불린 뒤 건져서 다시 30분 ‘마른 불림’을 합니다. 그런 다음 일반 전기밥솥에 짓습니다. 초밥용 밥은 물에 씻은 다음 건져 물기를 뺀 뒤 30분 마른 불림을 하고 난 다음 찬물에 담가 30분 더 불립니다. 가스불로 냄비에 짓고요. 매일 도정한 쌀을 사용하고 밥과 물은 1대0.8 비율로 하는 건 같습니다. 쌀뜨물이 나오지 않도록 여러 번 씻는데 처음 1~2회는 흐르는 물로 빠르게 씻어서 좋지 않은 냄새가 쌀에서 빠지고 밥에 배지 않도록 하는 것도 같고요."

중식당에서는 볶음밥용 쌀밥 준비에 공을 들인다.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별 1개를 획득한 서울 연희동 중식당 ‘진진’ 왕육성 대표는 "볶음밥용 밥을 따로 짓지는 않지만 별도의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반용과 볶음밥용 밥을 큰 밥솥에 함께 짓습니다. 그런 다음 볶음밥용 밥은 대광주리에 퍼담고 얇고 고운 소창으로 만든 행주를 물에 적셔서 2시간쯤 덮어둡니다. 오전 10시에 지은 밥을 이렇게 해두고 정오에 만져보면 수분이 날아가 표면은 고슬고슬하면서 온기가 있는듯 마는듯 하죠. 볶음밥 하기 최고 좋은 상태의 밥이죠."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 초밥./신라호텔

밥을 얼려서 수분을 제거하는 중식당도 있다. 왕 대표는 "쌀 조직이 약해지고 깨지는 듯해서 개인적으로 권장하진 않는다"고 했다. 공기법 1개당 식용유 2~3숟갈로 볶으면 알맞다. "프라이팬을 센불에 달구고 기름을 두른 후 댤걀 물을 부으면 거품이 일어나면서 꽃처럼 커다랗게 부풀어올라요. 중간불로 줄이고 밥과 다진 채소, 새우 등 해산물을 더해 볶으면 밥알 하나하나 기름으로 코팅돼 고슬고슬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맛있는 볶음밥이 완성됩니다. 다 먹고 나서 그릇 바닥에 기름이 남아있지 않으면 아주 잘 볶은 거예요."



요리책 ‘수퍼레시피’ 이수민 편집장은 "맛있는 밥은 쌀 고르기가 핵심"이라며 "도정일자가 가장 최근인 쌀을 택하라"고 했다. "좋은 쌀은 물질이 없고 광택이 나면서 투명하고 깨끗합니다. 깨진 부분이 있으면 전분이 흘러나와 밥맛이 떨어지니 골라내면 더 맛있는 밥이 됩니다. 보리, 흑미 등 잡곡이나 퀴노아, 렌틸 등 요즘 인기인 ‘수퍼 곡물’을 더해 잡곡밥을 지을 땐 3~4대1(불린 쌀과 잡곡 기준)으로 섞으면 좋습니다. 잡곡밥을 지을 때는 기존 물 양에서 1/4컵(50ml) 더 넣으세요." 모두 냄비나 돌솥에 지을 때 기준. 압력밥솥에 지을 땐 제품별 설명서를 따라하면 된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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