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 "맞냐 틀렸냐 중요한게 아냐...성과 못낸게 소주성의 문제"


"소주성 간판 안내릴거면…효과 낼 정책 하나라도 도입해야"

"소득주도성장 논쟁 끝내자"…답답함 드러낸 학자들

부작용 비판에 정부 귀닫아
돌아온건 고용·성장률 쇼크

내수·투자 살릴 정책 필요

    정부가 소득을 올리면 총수요가 증가해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를 가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도입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정부는 기다리면 효과가 나올 거라고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돌아온 것은 `고용 쇼크`와 `성장률 쇼크`였다. 사람들은 2년간 희망고문만 있었다고 말하는 지경이다.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싸고 학계에서도 다양한 찬반 논란이 일었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이른바 `소주성 논란`에 갈수록 지쳐가는 모습이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맨 왼쪽)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관합동 대외리스크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언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공개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해도 정부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이 끝내 소주성 논란을 끝내자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17일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허와 실`이라는 주제로 열린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도 이런 학계 의견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틀렸느냐 맞았느냐 논의가 많은데, 핵심은 성과를 못 낸 정책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의 이론적 토대를 놓고 학계에서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중요한 대목은 이론의 정합성이 아니라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는 경제 정책이냐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강 교수는 "카를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이론이 틀려서 역사의 너머로 사라진 게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가 도입했지만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해서"라며 "소득주도성장의 바탕이 된 포스트-케인시안들이 주장하는 `임금주도성장`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적으로 도입해 성과를 본 나라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사회자로 참여한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도 "대통령이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를 언급하며 소득주도성장이 `족보` 있는 정책이라 발언하셨는데 어떤 경제 정책을 지지할 때는 `실제적으로 경험을 해봤는지, 충분히 성과를 얻었는지, 어떤 정권에서 성공을 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ILO 보고서 하나가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2년 차에 접어든 소득주도성장이 성과가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을 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고용`을 들었다. 



지난달 4.5%로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실업률과 124만명으로 크게 늘어난 실업자를 언급하며 강 교수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한계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탈락하기 때문에 실업자가 증가하고 취업자 증가의 감소 등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노동생산성보다 임금이 더 높게 증가하면서 곧바로 `자본의 반격`에 따라 실업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 활력을 잃은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분배를 강화하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성장 정책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분배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소득주도성장같이 분배 정책만으로 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며 "규제 개혁 등 정부의 직접적 지원이 아닌 시장을 통한 인센티브에 의한 경제 활성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강 교수는 학계에서 제기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이 정부 정책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강 교수는 "비판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점에 대해 학자들도 책임이 크지만, 정부가 듣지 않는 면도 있다"며 "점점 학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학계의 충고와 비판에 귀기울이지 않자 학계 곳곳에서는 소모적인 소득주도성장 논쟁을 계속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실질적인 효과를 낼 정책을 하나라도 도입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한국경제학회 회장)는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은 이미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성과가 나지 않으면 상황에 맞춰 경제정책을 바꾸는 것은 잘못된 일도, 창피한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두원 연세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니, 미시적인 정책으로라도 내수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게 필요하다"며 "가장 좋은 건 기업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것인데, 규제 개혁에 힘을 내야 하고 무엇보다 최저임금은 내년에 동결 수준에서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간판을 바꾸기 어려우면 미시적인 대책 마련에라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컸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대통령도 반도체, 메모리, 수소차 등 기업들의 성장과 투자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는데 기업들이 투자할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한다"며 "샌드박스 등이 관심을 많이 받았지만 시행 단계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이런 정책들도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지금이라도 혁신 친화적인 체제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노조가 됐든 기업이 됐든 기득권과는 싸워야하는데, 정부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혁신이 좌절되고 있다" 말했다.
[김연주 기자]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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