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파 공사로 난(蘭) 집단 고사 21억8천만원 배상하라"


법원 "소음·진동에 난 뿌리 손상"

난 재배·판매자 15명 일부 승소 판결 


   토목공사장 발파 영향으로 인근 농원에서 재배되던 난(蘭)이 죽거나 잘 자라지 못했다면, 공사업체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민사11부(정효채 부장판사)는 난 재배·판매자 15명이 A토목공사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1억8천3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원고 15명은 울산시 남구 두왕동 한 농원에서 난을 재배해 판매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농원 인근에서 울산도시공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시행하는 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진행됐고, 토목공사를 도급받은 A업체는 2015년 3월부터 2016년 6월 사이 총 264일 동안 발파작업을 했다.


 

[침고자료] 발파공사현장 모습/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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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들은 "발파진동 허용기준이나 건설 소음·진동 규제기준을 초과하는 소음과 진동을 발생시켜 난이 고사하거나 생장을 멈추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31억1천8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A업체와 울산도시공사 등 사업시행자들을 상대로 냈다. 


이에 A업체는 "발파작업은 농원과 평균 354m 떨어진 곳에서 이뤄졌고, 문화재 등에 적용되는 진동속도를 준수하는 등 관련 규정을 적법하게 준수했다"고 맞섰다. 




울산도시공사 등 사업시행자는 "발파 소음·진동과 난이 고사한 피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타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업체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난은 화분 속 자갈에 심어진 상태에서 뿌리를 내리는데, 진동으로 화분이 흔들리면 미세한 뿌리털과 뿌리 끝부분에 있는 생장점이 자갈 사이에서 끊기거나 짓이겨질 수 있다"면서 "원고들은 철제 테이블 위에 철사로 만든 화분 걸이를 두고 난을 재배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재배하면 토양에 심어 재배하는 것보다 진동에 더 취약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난에 대한 소음·진동 규제기준은 없지만 정부가 정한 기준 중 생물과 관계되는 항목을 적용하면, 발파작업으로 소음도 허용치 초과 84일, 진동도 허용치 초과 103일, 진동속도 허용치 초과 198일 등이 인정된다"며 "발파작업으로 난이 고사하고 생장이 멈춘 피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인다"고 A업체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발파작업에 따른 실제 소음·진동 수준, 농원과 공사현장 사이 거리(81∼736m), 농원 운영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 범위는 원고들이 입은 손해의 70%로 제한했다. 


또 울산도시공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대해서는 "발파작업과 관련해 A업체에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법령에 어긋나는 지시를 하는 등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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