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픈 얘기 둘]"그리운 엄마 밥상" 눈물의 초등생 동시/ ‘어린이날 비극’ 일가족 4명 차안에서 숨진 채 발견
"그리운 엄마 밥상" 눈물의 초등생 동시
3년 前 초등 6학년이던 이슬 양,
하늘로 간 엄마 향한 詩로 큰 울림
올 초 詩 읽은 여수 조승필 교사
"마음 아프고 감동적" 노래 만들어
'짜증 섞인 투정에도/어김없이 차려지는/당연하게 생각되는/그런 상/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엄마 상/이제 다시 못 받을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울 엄마 얼굴.'
전북 부안군 부안여중 3학년 이슬(15)양은 지난 2016년 4월 엄마를 하늘나라에 보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이양의 어머니는 지난 2011년 유방암 판정을 받고 5년간 투병하다 37세 나이로 숨졌다. 세상을 떠나기 2년 전부턴 줄곧 중환자실에 있었다. 이때부터 이슬양과 오빠 이서인(17)군의 밥상은 아버지 이성(53)씨가 차렸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아내의 병간호와 남매의 보육을 도맡은 그에겐 버거운 일이었다. 이씨는 "아빠가 차려주는 밥맛이 오죽했겠느냐"며 "그런데도 이슬이가 한 번도 밥투정을 안 해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초등학생 때 쓴 동시 '가장 받고 싶은 상'이 동요로 만들어진 이슬(왼쪽)양이 전북 부안군의 자택에서 아버지 이성(가운데)씨, 오빠 이서인군과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었다. /이성씨 제공
이슬양은 지난 2016년 11월 엄마를 그리는 마음을 담아 '가장 받고 싶은 상'이란 동시를 써 전북교육청이 주최한 '너도나도 공모전'에 냈다. 이양은 도화지에 연필로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시를 썼다. 어머니가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을 곁에 두고 웃는 모습도 그려 넣었다. 이양이 쓴 시는 243편이 출품된 공모전 동시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당시 이양은 "엄마가 차려주셨던 밥상이 그립다. 무엇보다 보고 싶은 것은 엄마의 얼굴"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최근 이양의 시가 수상 3년 만에 동요로 제작됐다. 지난 1월 전남 여수 여도초 조승필(47) 교사가 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서 우연히 이슬양의 시를 보고 곡을 만들었다. 4년 전부터 전남 동요연구회에서 활동하며 지금껏 30여곡을 만든 조 교사는 7일 "시를 본 순간 감동이 밀려왔다"고 했다. 그는 "공기처럼 부모님의 사랑이 늘 곁에 있어 우리는 소중하다는 것을 잘 모른다"며 "13세 소녀가 엄마의 사랑을 잃고 나서 그걸 깨달았다는 게 마음 아프면서도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슬양 동시의 저작권을 가진 전북교육청은 조 교사에게 사용을 허락했다.
이슬양이 2016년 우덕초 6학년 때 쓴 동시 '가장 받고 싶은 상'. 이 시는 지난 2016년 11월 전북교육청이 주최한 '너도나도 공모전'에서 동시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전북교육청
이슬양의 예술적 감수성은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아버지에게서 이어받았다. 이씨는 서울에서 기타학원을 운영하며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지난 1998년 고향인 부안으로 내려와서도 공연을 했다. 이씨는 지난 2001년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혼자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이씨에게 한눈에 반했다고 한다. 이씨는 쉬는 날이면 딸과 함께 기타를 치며 노래한다. 이양의 애창곡은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다. 멜로디가 경쾌해 이양이 좋아한다고 한다.
이슬양의 시는 지난달 출간된 에세이집 '내가 엄마니까'(책과 나무)에도 실렸다. 책 판매 수익금을 미혼모 후원금으로 쓴다는 제안에 아버지 이씨가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부안=김정엽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8/20190508001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