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의 눈물

영세한 중소업체·비정규직 노동자

도 넘은 건설노조…정부는 '뒷짐'


공사비 제값 책정해야


    “지금 건설현장은 영세한 중소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존을 걸고 싸우는 전쟁터와도 같다. 그곳에선 정부, 발주처, 대기업 모두 방관자일 뿐이다. 힘 없는 ‘병’과 ‘정’의 처절한 몸부림을 갑과 을은 멀찌감치 서서 구경만하고 있다.”


‘도넘은 건설노조’(4월 13일, 14일자 이데일리)에 대한 심층보도 기사가 나간 이후 건설현장에서 기능공으로 오랫동안 일해왔다는 한 독자가 보내온 글의 일부다. 그는 경찰과 정부, 원도급사인 대기업의 도움을 못받은 채 속수무책으로 노조에 당하는 하도급업체들의 속타는 심정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동시에 어떻게든 일자리를 얻어야 하루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함이 도 넘은 행위를 불렀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몇년 째 해결책을 못찾고 공회전 중인 이 상황을 지켜만 보는 정부, 방관하는 발주처와 대기업을 질책하고 있었다.


주택재건축 한 공사현장에서 건설노조가 집회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DB


영세한 사업자·노조, 생존다툼

실상이 그렇다. 건설현장에서 무리한 시위를 해가며 일감 구하기에 혈안인 이들은 비정규직 노조원, 일용직들이다. 젊지 않다는 이유로,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조직(노조)을 만들어 생떼까지 부리는 지경이다. 기사가 나간 이후 노조원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하지만 일부는 자신들의 행동이 과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노조에 밀리지 않고 일감을 확보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건설노조의 무리한 일자리 요구로 피해를 가장 많이 입는 것은 발주처인 공공기관이나 원도급업체인 대기업이 아니다. 원도급사에게 재도급을 받는 전문 건설회사들이다. 공사를 주어진 시간안에 마무리하려면 재도급을 받은 전문 건설회사들이 인력을 충당해야 한다. 노조의 연이은 집회 등으로 공사가 늦어지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이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영세한 회사들이 많다보니 단체로 움직이는 노조를 상대할 교섭력도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노조는 애초부터 건설회사들이 불법을 만들지 않으면 자기들에게 휘둘릴 일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말하는 불법은 안전모 미착용 같은 안전보건 위반부터 외국인 불법채용까지 다양하다. 이 중에서도 건설 관련 취업비자를 받지 못한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 핵심이다. 건설현장 최대 32만명(건설산업연구소 추산)의 일자리가 외국인 근로자들의 몫으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선 건설회사들도 할 말이 많다. 외국인 쿼터제로 인정하는 6만7000명 규모로 건설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건설 인력이 외국인으로 채워진 것은 젊은층의 기피현상, 낮은 공사비 책정 등이 원인이다. 특히 열악한 근로조건, 업무량 대비 낮은 임금,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 시선 등이 젊은층의 건설현장 기피 현상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공사비 제값 책정해야

건설현장의 병과 정인 노·사의 생존다툼을 더 이상 방관해선 안된다. 전문가들은 근본적 원인을 관행처럼 남아 있는 최저가낙찰제의 부작용으로 꼽고 있다. 공사비 300억원 이상 사업장은 종합심사제도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원도급업체가 하도급업체 선정 때는 최저가 낙찰제 방식을 적용한다. 결국 인건비를 한 푼이라도 더 아껴야 하고, 젊은 인력도 절실하다보니 외국인 불법 고용이란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종합심사낙찰제의 경우 당초 예정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되는 것도 문제다. 그만큼 하도급업체에 내려오는 금액은 더 적을 수밖에 없다. 적격심사제(300억원 미만)도 입찰가격이 큰 비중을 차지해 사실상 최저가낙찰제와 다를 게 없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공사에서 1㎡당 건축비는 163만원. 영국은 450만원, 미국은 433만원, 일본은 369만원인 데 비해 낮은 액수다.




낮은 공사비가 결국 내국인의 건설 일자리를 빼앗고, 젊은층의 기피 현상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노사 모두가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해법인 ‘제값 내고 제대로 공사하기’ 정착이 시급하다.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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