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소재 매출 1조 LT그룹?

LG그룹 방계 최근 독립…건설·소재 매출 1조


    생소하다. 


올해 초 출범한 기업이라는데 덩치는 무시할 수 없다. 연매출 1조원 이상에다 다양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시작부터 그룹으로 대접받는 이유다.


LT그룹은 사실 LG그룹과 인연이 깊다. 대주주는 구본식 LT그룹 회장으로 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막냇동생이다. 구본식 회장은 지난해까지는 희성그룹 부회장으로 활동해왔다. 그러다 올해 초 주요 계열사 앞에 LT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독립경영을 대내외에 알리게 됐다.


 

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장례식 때 모습을 드러낸 구본식 LT그룹 회장(앞 열 맨 왼쪽). 


LT그룹 어떤 회사


故 구본무 회장 동생 구본식 회장 주도  

구본식 회장은 주로 희성그룹에서 일해왔다. 희성그룹은 1996년 2남 구본능 희성구룹 회장(구본식 회장의 둘째 형)과 구본식 회장이 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만든 회사다. 전자부품 소재를 비롯해 특수 금속 등 다양한 사업을 해왔다. 




그러다 2017년경 희성그룹 내 지분 변동이 가파르게 진행됐다. 희성그룹 계열 건설사인 삼보이엔씨 지분을 구본식 회장은 물론 아들 웅모, 딸 연승·연진 씨 등이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지분율은 어느새 97%에 달했다. 이는 사실상 희성그룹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다는 의미다. 반면 삼보 계열사 혹은 관계사 희성정밀, 희성금속, 희성소재 등은 자연스레 그룹으로 따라 들어왔다. 


이는 최근 법인명 변경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희성 대신 LT로 이름을 바꾼 회사는 삼보이엔씨를 비롯 희성정밀, 희성금속, 희성소재 등이었다. LT그룹의 진용이 사실상 드러난 셈이다. 


LT 뜻은 뭘까. 그룹 명칭 관련에서 한편에서는 희성그룹이 ‘럭키(희) 금성(성)’ 명칭을 줄여 만들어졌듯이 LT는 LG 앞 글자에 그룹 상징인 쌍둥이(트윈스) 약어를 붙였다고 보기도 한다. 


회사 관계자는 “그룹 CI나 로고, 영문명의 구체적인 의미 등을 구축하는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라 뭐라 명확히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외적으로 활동하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구본식 회장은 최근에서야 故 구본무 회장의 발인식 때 모습을 드러내면서 얼굴을 알린 정도다. 


주력 사업은 무엇 


건설사 외 금속·IT 부품 등 다양 

신생 대기업집단이라는데 그룹 규모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LT삼보(옛 삼보이엔씨)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대강의 그룹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LT삼보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1536억원, 영업이익은 1873억원을 기록했다. 전해 매출액 7594억원, 영업이익 954억원 대비 껑충 뛴 수치다. 외형 성장도 성장이지만 제조, 건설업이 주력인 회사치고 영업이익률이 10% 이상 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LT그룹은 어떤 사업을 하기에 알짜회사로 평가받을까. 


일단 주력인 LT삼보의 실적이 눈에 확 띈다. 지난해 매출액은 8429억원으로 전년 6772억원 대비 20% 이상 껑충 뛰었다. 영업이익도 단일 기업으로 1749억원. 전년 800억원대 대비 약 2배 가까이 늘렸다. 


LT삼보는 접안시설 등 해상 공사는 물론 도로·터널 등 SOC, 오피스텔 같은 일반 건설까지 다양한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고리 5·6취수터널, 서부간선 지하화, 을숙도-장림고개 2구간 등 굵직한 SOC 사업이 주력이다. 눈길 끄는 것은 해외 수주 사업이다. 특히 홍콩 국제공항 지반 개량 공사는 LT그룹 외형 성장은 물론 내실 다지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총 공사비 8000억원대로 2년 전부터 매출이 잡히기 시작하면서 그룹 매출 역시 큰 폭으로 뛰었다. 


LT삼보 산하 연결 매출로 잡히는 LT정밀과 LT소재도 사정은 나쁘지 않다. 


LT정밀은 자동차 단조 부품, 공랭 시스템, 2차 전지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다. LT소재는 휴대폰, 디스플레이 부품회사다. LT정밀은 지난해 매출액 1386억원, 영업이익 130억원대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이익은 오히려 30억원 가까이 늘었다. LT정밀의 100% 자회사인 LT소재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LT삼보 연결 재무제표에는 안 잡혔지만 구본식 회장 등이 대주주로 있는 LT메탈도 무시할 수 없는 계열사다. 희성금속에서 올해 1월 2일자 LT메탈로 이름을 바꿨다. 구본식 회장 일가, LT삼보 등의 지분율이 55%, 다나까귀금속공업이 45%인 회사로 귀금속을 원료로 하는 공업용 재료, 부품 제조업체다. 지난해 매출액은 5777억원으로 매해 6000억원대 내외를 기록하며 LT그룹 계열사 중 매출액 1~2위를 다툰다. 재계에서는 LT그룹이 LT메탈과 같은 관계사 매출까지 더하면 그룹 매출 규모가 약 2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도 추정한다. 


LT삼보 관계자는 “아직 그룹 차원의 공식 창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각 계열사도 전국은 물론 해외에 다 흩어져 있다. LT삼보의 경우 직접 기획해 자체 브랜드로 대형 건물을 짓거나 시행하는 사업이 아니라 대부분 기관, 고객사 발주 공사를 처리해오다 보니 본사 건물도 따로 없고 주로 사업장 위주로 사무실이 있어 다른 관계사와 교류도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직원들도 아직 그룹 소속 사실을 잘 못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가 LT그룹의 주력사라는 LT삼보 서울사무실을 찾았더니 사정이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직도 회사 내 간판은 삼보이엔씨를 그대로 쓰고 있다. 단일 매출액 8000억원대 회사라는데 한 건물을 층별로 다른 여러 회사와 나눠 쓰는 등 소박했다. 




독립해서 잘 굴러갈까 


벌써 후계구도 구축, 해외 건설 관건 

LT그룹은 계열분리 과정에서 후계 작업도 자연스레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주력 계열사 LT삼보의 지분율을 보면 구본식 회장이 45.27%, 아들인 구웅모 씨는 48.28%로 오히려 아들이 단일 최대 주주에 올라 있다. LG그룹 장자승계 전통을 그룹 출범 초기부터 아예 확실히 해둔 분위기다. 


더불어 LT삼보 경영 상황만 보면 그룹 전망도 꽤 밝은 편이다. 


그동안 그룹 내부 공사에 주력했던 건설 사업 모델을 외부 공사 수주로 완전 재편하면서 독자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이 나름 의미 있어 보인다. 



해외 사업을 예로 들면 싱가포르 풍골 디지털 지구 개발사업 수주가 눈길을 끈다. 2000억원대 대형 공사인데 지난해부터 매출이 조금씩 잡히기 시작한 것으로 보면 향후 2~3년간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서충주신도시 오피스텔, 강릉안인 연료 하역, 군포지식산업센터 등 수백억원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수주 잔량이 마무리만 되면 바로 매출로 잡힐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먹거리 걱정이 덜하다는 평가다. 다만 다른 계열사 성장세는 좀 두고볼 일이다. 


그룹 관계사 중 두 번째 규모인 LT메탈은 지난해 매출액 5700억원대지만 영업이익은 30억원대로 영업이익률이 좋지 못했다. 게다가 전년 매출액 6718억원 대비 1000억원 이상 빠졌을 정도로 사세가 다소 위축됐다. 


회사 관계자는 “IT, 자동차 시장이 국내외 영향을 다소 받는 관계로 제조 외 다양한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LT그룹이 신수종 사업으로 검토하고 있는 부문은 날로 커지고 있는 폐기물 처리 시장과 신재생에너지 분야다. 산업폐기물은 매년 전국 6000만t 이상 쏟아지는데 처리시설이 부족해 사회 문제로 떠오를 정도라 사업 전망이 밝다는 입장. LT그룹은 해상 최종처리장 건설 기술 개발을 국책 과제로 연구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또 중장기적으로 조력, 풍력, 태양광 등의 환경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도 뛰어든다는 복안이다. 


캐시카우로 떠오른 해외 시장 개척에도 계속 공을 들일 예정이다. 싱가포르 전력구, 터널 공사는 물론 홍콩 해상 공사, 기초토목 공사 수주는 계속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 중동 유화, 담수플랜트, SOC 사업에도 적극 뛰어들어 LT그룹의 이름을 보다 뇌리에 깊이 박히도록 움직이겠다는 그림을 그린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매경이코노미 제20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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