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사흘째 "분석 중"...그저 웃음만 나온다


사전탐지·요격 '방어 시스템'괴 위기

軍 "2~3일전 특이동향 있었다"면서도 北무기 제대로 파악 못해
전문가 "이번 北미사일, 30분내 탐지·추적·파괴해야 방어 가능"

        우리 군(軍)은 북한의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추정) 발사 이틀이 지난 6일에도 "자세한 사항을 확인 중"이라고 했다. 북한이 발사했다는 '신형 유도전술무기'가 미사일인지 아닌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초 군 안팎에서는 군의 이런 공식적 태도가 '청와대 눈치 보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정보 판단이 계속 지연되면서 단순 눈치 보기를 넘어 우리 군의 북핵·미사일 대응 능력에 심각한 구멍이 생긴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복수의 군·정보 당국 관계자는 이날 이번 북한의 도발에 대해 "최소 2~3일 전부터 특이 동향을 파악했다"고 했다. 북한은 도발에 앞서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전용 참관시설 공사를 하는 등 대대적 작업을 했다. 군 관계자는 "이건 한·미 양국에 마치 보란 듯 도발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정보 판단에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고 며칠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분석 중"이라고 했다.

흰 연기 뿜으며 날아간 北미사일… 美위성에 찍혔다 - 북한이 지난 4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에서 발사한 발사체가 날아가며 내뿜은 흰 연기가 상공에 남아 있다. 미 CNN방송은 5일(현지 시각) 이 장면을 포착한 인공위성 사진을 미 미들베리국제연구소로부터 입수·공개하며 “연기 흔적 등을 분석한 결과 해당 발사체는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이번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기존 우리의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막을 수 없는 신형 무기 체계로, 유일한 방법은 '전략 표적 타격(옛 킬체인)'에 따라 사전 탐지·추적을 한 뒤 선제공격을 하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30분 내에 탐지·추적·파괴가 가능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도 도발 무기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건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3축 체계'를 운용해왔다. 이 중 킬체인은 북한의 사전 도발 징후가 보이면 우리 군이 선제공격으로 이동식 발사대 등을 제압한다는 개념이고, 북한이 이를 피해 미사일을 쏘면 미사일 방어 체계(KAMD)를 통해 막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동시에 북한 지휘부를 타격하는 '대량 응징 보복'을 해 방어 태세를 구축하려 했다. 이번 정권 들어서는 '3축 체계'란 용어를 'WMD 대응 체계'로 바꿨다.

전술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하강 단계에서 기존 탄도미사일보다 저고도로 날아가고, 또 궤적이 복잡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나 패트리엇(PAC-3) 등 기존 미사일 방어 체계로 방어가 어렵다. 여기에 전략 표적 타격(킬체인) 개념마저 흔들린다면 북한 핵·미사일을 대비하기 위해 마련한 기존 3축 중 2개가 무력화됨을 뜻한다.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북한의 미사일 기술 발전을 고려해 3축 체계 등 기존의 미사일 억제·대응 체계를 전면 보완하고 이를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며 "정부와 군은 북핵 위협을 국민께 솔직히 알리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군은 "한·미 양국은 북한의 위협에 맞서 빈틈없는 대비 태세를 구축하고 있다"고만 했다.



군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로 미국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탐지 자산의 한계가 크게 드러났다는 얘기가 나왔다. 군 안팎에서는 "전적으로 미국의 정보 자산에 의지해야 하는데 최근 한·미 간 관계가 서먹해져 정보 교류가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1시간가량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양측은 북한이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에 대한 분석 결과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킬체인(Kill Chain·전략 표적 타격)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사전 탐지해 선제 타격하는 시스템. 정찰위성, 고고도 무인정찰기, 지대지·함대지·공대지 미사일 등을 활용해 30분 내에 북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탐지·추적·파괴한다는 개념이다.
양승식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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