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 미뤄지는 신반포 4지구(한신 4지구) 재건축...그 속내는?

표면적으로 유치원법 개정 때문

세입자들은 물론, 전세 내준 임대인 속앓이

초과이익환수제 피하는 막차 타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대어(大魚) 중 하나인 신반포 4지구의 사업 일정이 차일피일 밀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유치원법 개정 때문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더 복잡한 문제들이 산적했다. 그 때문에 당장 이사할 시기를 정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물론, 전세를 내준 임대인들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반포4지구 재건축은 서초구 잠원동 60-3의 한신8·9·10·11·17차 아파트, 녹원한신아파트, 베니하우스빌라 등 7개 아파트 2898가구와 상가 2곳을 묶은 대규모 정비사업이다. 부지 약 15만8000㎡에 최고 35층, 29개동, 3686가구에 이르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다. 예상 공사비만 935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초 서초구청의 재건축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는 막차를 타기는 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 통합 재건축 단지 내 신반포 8차 아파트 전경. [한신4지구 재건축 조합 제공]/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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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재건축 사업에는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은 상태다. 당초 올 7월로 예정됐던 이주 시기는 올 10월로 늦어졌다가, 다시 내년 3월 이후로 미뤄졌다. 




4지구 재건축 조합 쪽이 밝힌 이유는 개정된 ‘유아교육법 시행령’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입법예고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제9조 2항에 따르면, 학기 중에는 유치원을 폐원할 수 없다. 법률상 유치원의 1학기는 3월 1일 시작해 유치원장이 정한 날 끝나고, 2학기는 1학기가 끝난 다음날부터 이듬해 2월 마지막 날까지다. 이 때문에 이사 날짜를 가늠하지 못한 거주민들은 발을 구르는 중이다. 


소송전이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통합재건축에서 발을 뺐던 한신20차 아파트 339동과 공용부지 소유권 이전을 두고 신경전이 치열한 탓이다. 


339동은 당초 4지구와 별도로 재건축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4지구로 묶인 아파트들은 중소형 가구 비중이 커, 대형 가구에 불리하게 판이 짜였다는 판단에서다. 339동은 모든 가구가 155㎡짜리다. 이 아파트 주민들이 뒤늦게 통합재건축에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이번에는 4지구 조합 쪽에서 퇴짜를 놓았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다시 받을 경우 4지구 전체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대상이 된다는 정부의 해석 때문이다. 


문제는 이 지역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공용시설 면적만큼 땅 소유권을 나눠가져, 339동 소유주들이 가구당 약 2.5㎡씩 4지구 부지를 소유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땅값을 현금으로 지불하면 끝나지만, 4지구 통합재건축에 참여하길 원하는 339동 쪽에서 이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한신11차 아파트 역시 소송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 예정지의 부지 중 약 600㎡가 11차 아파트와 상가 소유자들 앞으로 중복등기됐기 때문이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 당시만 해도 등기서류를 손으로 작성해 오차가 생기는 경우가 없지 않았을텐데 재건축 사업 이후에 전산으로 등기하려면 숫자가 맞아 떨어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4지구 조합이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 11차 아파트 주민들이 관할 지자체의 행정 실수를 문제 삼아 소송을 걸거나 뉴타운상가 쪽과 법적으로 다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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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계획안이 서초구청의 교통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대단지 아파트나 대형 건물을 지을 때는 단지 안팎의 도로를 확장하거나 인근 지하철역 출입구를 이전해 주변에 교통체증이 생기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주 출입구를 만들 도로를 확장할 때 어느 아파트 부지를 어떤 식으로 활용할 것인지를 두고 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데다, 도로 확장에 필요한 땅을 점한 한신타운아파트 등은 4지구 재건축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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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을 내주기 어려워진 일부 임대인들도 발을 구르고 있다. 재건축 개발이익 기대로 매매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른 반면, 전셋값은 반토막이 됐기 때문이다. 2년 전 8억 중반대였던 신반포8차 전용면적 56㎡의 매매가는 최근 15억원대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전세 가격은 3억원대 초반에서 1억5000만원대로 떨어졌다. 


이 지역 H공인 관계자는 "내년 3월이 돼도 이주를 바로 시작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 원룸 월세 대신 보증금 대출 이자를 내는 셈 치고 전세로 들어가겠다는 세입자 문의가 꽤 된다"며 "전셋값이 2년 새 절반 넘게 떨어져 세입자가 나간다고 해도 보증금을 내주기 어려운 집주인들도 있다"고 전했다. 

유한빛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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