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할 바뀐 채용 패러다임

알아야 할 바뀐 채용 패러다임


  최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이 KT에 특혜 입사했다는 논란이 일며 채용 공정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공정성은 기업에 맞는 훌륭한 인재를 뽑기 위한 기본 원칙이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49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82%가 “채용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고르기 위한 채용 방식의 대대적인 변화도 눈에 띈다.


채용은 기업의 지속 가능 성장을 이뤄내는 가장 중요한 경영 전략이자 인사관리의 첫 관문이다. 최근 기업은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하고 오디션 방식 면접을 도입하는 등 불필요한 스펙 대신 ‘진짜’ 실력을 검증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Practice Index

edited by kcontents


공정성 높이고 직무 정통한 인재 채용 

공채 대신 수시…인공지능·오디션 강화 


워너비 패셔니스타. 


패션쇼처럼 들리는 이 이름은 현대백화점그룹이 내건 ‘스펙 타파 오디션’ 채용 전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4월까지 학교, 전공, 학점, 어학성적 등을 일체 배제한 무(無)스펙 전형 접수를 받는다. 




형식은 자유다. 자기를 소개하는 어떤 내용도 좋다. 10MB 정도로 동영상을 담아도 된다. 현대백화점그룹 인사담당자는 “워너비 패셔니스타 전형은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개성 있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스펙 타파 오디션’은 진화를 거듭하는 기업 채용 방식의 한 사례로 꼽힌다.


CJ그룹 역시 독특한 채용으로 정평이 났다. CJ는 직무에 맞는 인재를 고르기 위해 ‘직무 차별화 면접’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CJ ENM 오쇼핑 부문은 상품기획자(MD)를 뽑을 때 상품을 기획해 발표하는 ‘상품 오디션’과 지원자가 면접관에게 역으로 질문하는 ‘참여형 면접’이 결합된 ‘크리에이티브 MD 면접’을 실시한다. 


인재 채용은 기업 지속 성장의 제1조건이다. 기업에 적합한 ‘맞춤형’ 직원이 입사해야 회사가 발전한다. 천장현 머서코리아 상무는 “기업 비즈니스 모델이나 조직문화에 맞지 않는 직원을 채용하면 높은 조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개인의 경력 개발에도 어려운 점이 많아진다”며 “인사관리 첫 관문은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눈에 띄는 채용 키워드는 ‘공정성’이다. 정치인이나 사회 고위층 자녀 특혜 채용이 논란인 가운데 기업은 공정성 확보라는 기본 원칙에 더욱 공을 쏟는 분위기다. 꼼수 없이 공평한 방식으로 직원을 채용해야 훌륭한 인재가 모여들고 조직문화도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채용 방식이 급부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AI 채용 시스템이란 시각, 생체, 음성, 언어 분석을 통해 AI가 구직자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구직자는 컴퓨터를 보고 면접을 진행한다. AI를 활용한 채용의 장점이 적지 않다. 부정행위를 검증하고, 수많은 지원서를 판별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구직자 지원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채용비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강점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사전에 직무 적합도를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 서류전형’을 도입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역시 지난해 하반기 채용에서 AI 전형을 도입했다. AI 서류전형은 지원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게 특징. 기업은 AI 면접관 질문에 대한 답변과 인적성검사 결과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지원자 성과 역량, 관계 역량, 조직 적합도를 평가한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AI 채용이 도입 초기 단계지만 기업에는 채용 공정성과 업무 효율을 높이고, 구직자에게는 지원의 편의성을 증진하는 등 순기능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시채용도 최근 극명하게 드러난 채용 패러다임 변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국내 10대 그룹 중 최초로 기존 대규모 공채(연 2회)를 직무별 ‘수시공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주문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직무별 인재의 ‘적재적소 채용’을 위한 것이다. 


현대차는 현업 부서가 수시채용을 주도하기로 했다. 집단적으로 실시했던 인적성검사(HKAT)를 폐지하되, 현업에서 필요하면 간소화된 필기·실무 테스트를 진행한다. 현업 부서가 실무 중심 인재를 채용하면, 그 이후 본사 인사부서에서 채용 전 과정을 검증하는 ‘선(先)현업 채용, 후(後)본사 검증’ 과정을 거친다. 인사 전문가는 상시채용은 회사와 지원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윈-윈’ 방식이라고 평가한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공채 시기를 놓쳐 오랜 기간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어진다. 아울러 평소 관심 업무를 찾아 수시로 지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회사 입장에서는 직무별 역량을 갖춘 인재를 필요시 언제든지 뽑을 수 있다. 또한 정기 공채와 같이 6개월 이상 걸리던 준비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특별취재팀 = 명순영(팀장)·노승욱·나건웅·김기진 기자 / 그래픽 : 신기철] 

매경이코노미 제2002호 (2019.04.03~2019.04.09일자)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