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60%가 층간소음 기준 미달..."부실 바닥재 시공, 평가 조작' - 감사원

191가구 측정

"96%가 사전에 인증받은 등급에 못미쳐" 

유명무실한 바닥재 '사전 인정 제도'

완충재 품질 성적서 조작도 


     감사원이 작년 말 입주 예정이던 수도권 등 아파트 191가구(공공 아파트 22개, 민간 아파트 6개)의 층간 소음을 측정한 결과, 184가구(96%)에서 '층간 소음 차단 성능 등급'이 사전에 인정받은 등급(1~3등급)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114가구(60%)는 최소 성능 기준(4등급)에도 못 미쳤다. 특히 민간 아파트 65가구는 모두 사전 인정 등급보다 낮은 결과가 나왔다.


이는 대다수 국민이 구조적으로 층간 소음이 심할 수밖에 없는 아파트에 산다는 의미다. 지난해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 소음 전화 상담 건수는 총 2만8231건으로, 2017년(2만2849건) 대비 23.6% 급증했다. 하루 평균 77건씩 층간 소음 분쟁이 발생하는 동안 정부의 '층간 소음 저감 제도'는 총체적으로 부실 운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날 '아파트 층간 소음 저감 제도 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전 인정, 시공, 사후 평가까지 전 과정에 걸쳐 문제가 드러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감사를 통해 문책 1건, 주의 요구 7건, 통보 11건 등 총 19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통보했다고 밝혔다.




15년 전 도입 '事前 인정제' 유명무실

가장 큰 문제는 아파트 시공 전 단계인 '사전 인정 제도'였다. 사전에 토지주택공사(LH)나 건설기술연구원의 '층간 소음 차단 성능 시험'을 통과한 바닥 구조로만 시공하도록 한 이 제도는 2004년 도입됐다. 그러나 건설 업체들은 도면보다 두껍게 제작된 시험체로 인정 시험을 받거나 완충재 품질 성적서를 조작해 성능 인정서를 발급받았다. 감사원은 "바닥 구조 154개 중 95%(146개)는 당초 인정했던 차단 성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총체적 부실 드러난 층간 소음 관리 그래픽그래픽=김성규


시공 단계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감사원이 LH·SH공사가 시공한 126가구를 확인한 결과, 111곳(88%)은 기존 계획과 다르게 바닥 구조를 시공했다. '사전 인정'을 받은 바닥 구조라도 견본 주택에서 소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고 완충재 품질 성능을 확인한 뒤 착공해야 하지만, 절반이 넘는 66곳(52%)은 시공 편의를 위해 이를 어겼다.




사후 평가도 문제투성이… 국토부 "방안 마련"

층간 소음 사후 평가도 문제였다. 건물 준공 시점에 지자체 요구 등에 따라 층간 소음 차단 성능을 측정하는 공인 측정 기관은 측정 결과를 최소 성능 기준에 맞추기 위해 측정 위치를 임의로 바꾸거나 데이터를 조작해 성적서를 부당 발급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13개 공인 측정 기관이 제출한 성능 측정 성적서 205건 중 28건(13%)만이 측정 기준을 지킨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가 그간 국회 등에서 사전 인정 제도의 문제 등을 지적받고도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토부 장관에게 주택 시공 전뿐만 아니라 시공 후에도 층간 소음 차단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LH·SH공사 사장에게는 문제 현장에 적정한 보완 조치를 취하게 하고, 시공자·감독자 등에게 벌점 부과, 정직 등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국토부는 이날 "단기적으로 '사전 인정 단계'부터 '사후 관리'까지 모든 단계에서 제도 개선과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며 "사후에도 층간 소음 차단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전 인정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인정 취소 등 조치 중"이라고 했다. 이번 감사 과정에서 위법 사례가 밝혀진 8개 제품의 사전 인정은 취소됐다.

안준용 기자 조선일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