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오피스텔 시장

"공급 폭탄에 청약자 0명도"


    이번달 1일 분양한 대구 ‘테크노폴리스줌시티’ 오피스텔. 574실 규모 분양에 청약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오피스텔 ‘이안 강동 컴홈스테이(378실)’ 모집에는 20명, 인천 서구 ‘가좌 코오롱하늘채 메트로(590실)’에는 5명이 청했다.


지난 4~5년 사이 최고의 부동산 투자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오피스텔 시장이 아파트 시장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침체기에 접어 들고 있다. 대학가나 직장인 수요가 많은 역세권 오피스텔도 공실이 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신촌은 대학생·직장인 수요가 항상 많은 곳이라 오피스텔 월세를 내리는 경우가 없었는데, 요즘은 신축인데도 월세 3만~5만원 정도를 내려야겠다는 집주인들이 많아졌다”라며 “그렇다고 해도 세입자 구해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오피스텔 분양 성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이지은 기자




오피스텔은 그동안 집값이 비싼 서울·수도권에서도 주택이나 상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부동산 시장에선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전국적으로 오피스텔 공급이 쏟아지면서 공실 위험이 커지고, 임대수익률과 매매가격도 덩달아 하락하고 있다. ‘이제 오피스텔 투자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10년간 전국 오피스텔 입주 물량 추이. /심기환 기자


15년만에 찾아온 오피스텔 공급 폭탄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입주하는 오피스텔은 총 8만8714가구. 2004년(9만567가구) 이후 15년만에 최대 규모다. 이 중 수도권에 입주하는 오피스텔 비중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서울 1만1493실·경기 4만559실·인천1만486실 등 총 6만2538실이다.




입주 물량 증가로 공실률이 높아지자 미분양 신축 오피스텔도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분양한 오피스텔 총 15개 단지 중 12곳이 미분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수도권에 분양한 단지는 총 7개인데, 6곳이 미달됐다. 내년에도 총 6만2747가구가 연이어 입주할 예정이라 물량 소화가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텔 평당 분양가 추이(자료:부동산114) /심기환 기자


점점 비싸지는 분양가도 투자자들에겐 부담

최근 분양하는 오피스텔의 미분양이 증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높은 분양가다. 정부는 아파트 분양가격은 통제하고 있지만, 오피스텔은 분양가를 제한하지 않는다. 특히 서울에 짓는 오피스텔의 경우 지가 상승분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분양가 상승폭이 더 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3.3㎡(1평)당 분양가는 2013년 1645만원에서 2019년 2918만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1122만원→1388만원), 경기(1494만원→1580만원), 인천(808만원→945만원) 등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의 경우 해마다 땅값이 오르는 강남 지역에 많은 오피스텔을 분양하면 평균 분양가격도 오르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 추이(자료:부동산114). /심기환 기자


월세 올리는 데 한계 있어…수익률 연 4%대까지 하락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매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전국 오피스텔 수익률은 사상 처음으로 연 5% 이하로 떨어져 4.97%를 기록했다. 오피스텔 수익률은 10년째 장기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오피스텔 투자로 연 7~8%대 고수익률을 올리던 시대는 끝났다는 말도 나온다.


임대수익률 산출 공식. /이지은 기자


부동산 시장에선 오피스텔의 분양가 대비 임대수익률이 더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임대료는 거의 고정돼 있는데 신축 오피스텔의 분양가가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세입자는 보통 대학생이나 직장인 초년생으로 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월세 상한선이 있다.


분양가격이 비싸고 새로 지은 오피스텔이라고 해도 지역이 같다면 기존 오피스텔에 비해 월세를 10만원 더 받는기는 힘들다. 게다가 오피스텔은 재건축·리모델링 같은 호재를 기대하기 힘든 부동산 상품이기도 하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소형 아파트에 비해 관리비가 비싸고 전용 면적이 작으면서도 커뮤니티 시설은 없는 오피스텔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그동안 대학가·역세권·직주근접 오피스텔에 투자하면 실패는 면한다는 공식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통하지 않는 얘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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