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탈출' 후폭풍..."발칵 뒤집힌 평택 부동산"

LG 스마트폰 국내 생산 중단

집값이 떨어지는건 시간 문제


    "LG 스마트폰 생산이 중단되면 주변 집값이 떨어지는건 말 그대로 시간 문제죠."


LG전자가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평택공장의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베트남 하이퐁 캠퍼스로 통합 이전하겠다고 최근 밝힌 뒤로 평택 부동산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침체 여파를 겪고 있는데, 공장 이전 소식까지 나오면서 ‘엎친데 덮친 격’이라는 침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G전자에서 일하는 연구원 김 모 씨는 "평택공장 폐쇄는 단순히 700명이 넘는 생산 인력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제조에 딸린 지역 협력사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며 "이들이 모두 평택을 떠나게 되면 지역 집값이 흔들릴 뿐 아니라, 지역 경기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LG전자 평택공장 LG디지털파크. /LG전자 제공


당장 이날부터 700명이 넘는 사람들의 ‘평택 엑소더스(exodus)’가 시작됐다. 현장 8000명가량에 이르는 인력 중 스마트폰 생산 관련 750여명의 인력이 H&A사업본부 경남 창원 사업장으로 재배치됐다. 희망퇴직 신청도 받는다. 




LG전자가 국내 최대 스마트폰 생산거점 기지로 삼았던 경기도 평택시는 최근까지만 해도 부동산업계에서 대기업 투자와 개발 호재로 큰 관심을 받았다. 삼성전자가 작년 평택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면서 4800명을 채용했고, 새로 지을 평택 반도체 2공장에는 앞으로 3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여기에 서울 용산 등에 근무하던 주한 미군이 평택으로 이전했고, SRT 개통으로 지제역이 생기면서 서울 강남 수서역까지 20분이면 닿을 수 있게 됐다. 


교통 호재 덕분에 지역 부동산 가치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의 평택엔 이런 기대는커녕, 냉기만 돌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월 기준 평택의 미분양은 831가구다. 경기도에선 안성시(1263가구)에 이어 두 번째로 미분양이 많은 곳이다. 경기도의 2월 전체 미분양은 5878가구였다.


최근 분양한 아파트들도 미분양 사태를 피하지 못 했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최근 1·2순위 청약을 받은 평택 뉴비전 엘크루는 1391가구 모집 중 42건만 접수돼 전 면적대가 미달됐다. 이곳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이 경기도 평택시 합정동 일대에 짓는 아파트 15개동 규모의 대단지로, 1순위에 이어 2순위 접수까지 5%가량만 신청돼 1321가구나 남았다.




평택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정하는 전국 미분양관리지역 38곳 중 1곳으로, 지난해 6월부터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LG디지털파크 주변 아파트의 매매 및 전세 가격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평택공장과 1.1km거리에 있는 오산자이 전용 84.05㎡의 매매가 변동 추이를 보면, 2017년 2월 2억4671만원으로 거래됐다가 그해 11월 2억3450만원으로 1000만원 이상 빠졌다. 이후 작년 2월 2억2000만원에서 7월 2억220만원으로 더 떨어진 뒤 올해 4월 2억533만원으로 소폭 반등하는데 그쳤다.


전세 가격도 떨어졌다. 같은 면적의 전세 거래동향을 살펴보면 2017년 2억2000만원대에서 작년 1억원 후반대로 떨어졌고, 올해 1월 1억7000만원, 이달 1억4000만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고현아이파크 전용 84.93㎡는 2017년 3월부터 9월까지 2억5200만~2억6700만원선에서 소폭 오르내리며 거래됐다. 하지만 지난해 2월 2억5300만원, 11월 2억2350만원으로 내리더니 올해 4월에는 2억9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 아파트는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거의 없었는데, 작년 4월 2억원이던 전용 84.93㎡의 전셋값은 올해 4월 1억7000만원으로 내렸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센터장은 "이 지역 빌라는 공실이 많고 미분양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며 "이 와중에 LG전자 평택공장까지 문을 닫으면 매매·전월세 가격이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평택 부동산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LG전자 평택 공장의 위치를 보면 지리적 주소는 평택이지만, 생활권 자체는 오산·동탄에 해당해, 평택 부동산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평택은 주택 공급이 크게 늘긴 했지만 인구 유입과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 않다보니 미분양이 많아졌고 집값도 약세였다"며 "삼성전자 등 산업단지가 제대로 조성되고 인구가 유입되는 2020년 이후는 돼야 평택 부동산도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스마트폰 기업 중 최저임금 인상 등 생산성 문제로 아예 국내 생산라인을 닫고 해외로 기지 이전을 택한 건 LG전자가 처음이다. 하지만 IT업계는 이러한 엑소더스가 다른 업체, 다른 지역에서 더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는 결국 지역 부동산 가격 하락과 경기 침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남수 센터장은 "대기업들의 폐쇄·이전 문제는 서울보다는 지방에서 받는 영향이 더 크다"며 "지방 입주 물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 기업체 이전까지 겹쳐 주택 수요가 줄면 지방 부동산 침체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허지윤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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