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은 정권 붕괴의 단초되나?...'진보 꼰대'에 분노하는 2030



'진보 꼰대'에 분노하는 2030


김의겸 前 靑대변인 25억 건물 투자에 586 운동권 반감으로 번져

"깨끗한 척하면서 뒤에선 돈이 주는 혜택 다 누리려 한 위선자들"


"국민이 든 촛불 덕을 본 정권이잖아요. 이번에는 뭔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무력하네요." 김민재(28)씨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25억7000만원짜리 상가를 샀다가 사퇴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화가 났다"고 했다. 김씨는 보증금 500만원, 월세 42만원짜리 방에 산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서민과 99%의 편이라면서 수십억원짜리 부동산을 사는 진보 꼰대의 위선이 싫다"고 했다.


대학 온라인 게시판 등 20대 대학생들이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586 선배들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김 전 대변인의 모교인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노모도 팔고 아내도 팔고 자존심도 팔았지만 내 건물만은 아직 못 판다는 이야기' '돈이 주는 혜택은 누리고 싶은데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정신적 허영에 사로잡히면 저런 결과가 나온다'는 글이 올라왔다. 1963년생, 82학번인 김 전 대변인은 고려대 법대 학생회장을 지냈다.




사안이 너무너무 심각해

정작 당사자들은 불감증

(케이콘텐츠편집자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상가 매입에 대한 2030의 비판

부동산 투자에 대한 현 정권 인사의 이중 잣대와 함께 그가 사퇴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김 전 대변인이 아내의 투자를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에 대해 "끝까지 아내 탓. 자기 잘못은 죽어도 아니라는 태도가 구질구질하다"고 했다. 사퇴의 변에서 남북 관계와 후배 기자들을 언급한 태도에 대해서도 "끝까지 선배라고 충고하는 모습은 극혐"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20~30대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는 "씁쓸하다. 현 정권의 청와대 대변인도 결국 상가 임대 소득으로 노년을 설계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병철 문학평론가는 "김의겸 사태는 한국의 기득권 586 남성이 보여준 '윤리적 파탄'"이라고 했다. 정의당도 최근 "답답하고 우려되는 일"이라고 했다.


김 전 대변인은 1960년대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니고 현재 50대가 된 586이다. 현재 여권의 주류도 이들 586이다. 김 전 대변인에 대한 20~30대의 비판은 이들 세대 전반을 향하고 있다. 서울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부패한 정권은 많았지만 이만큼 부패함을 지적받아도 꿈쩍도 안 하는 정권은 처음'이라는 글이 실렸다. 직장인 유모(27)씨는 "청년들은 허덕이고 있는데 민주화 운동을 하던 세대가 본인들이 그렇게 싫어한다는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뉴스 댓글에서도 김 전 대변인의 부동산 매입에 대한 2030의 분노가 드러난다. 지난 28일 김 전 대변인의 상가 매입 사실을 보도한 기사에는 댓글이 4628개 달렸다. 21%가 2030세대였다. 9155명은 '화나요'를 눌렀다. 지난 29일 김 전 대변인의 자진 사퇴 소식을 전한 다른 기사에는 비난 댓글 8388개가 달렸다. '부동산 투기꾼 꿀 빨고 들키니까 아내 핑계 대면서 도망' 등 비판 수위도 올라갔다. 이 중 27%는 20~30대가 썼다. 같은 내용을 다룬 다른 기사 수십건에도 비슷한 댓글 수천개가 달렸다.


회사원 정모(28)씨는 김 전 대변인이 과거 한겨레신문 기자 시절 쓴 칼럼을 언급하며 "부자와 서민을 편 가르더니 우리 세금으로 살던 관사(官舍) 덕에 보증금 빼서 건물주가 됐다"고 했다. 김 전 대변인은 기자 시절인 2011년 "전세금 대느라 헉헉거리는데 누구는 아파트값이 몇 배로 뛰며 돈방석에 앉았다"는 내용이 담긴 칼럼을 썼다.


보수 성향 대학생 단체인 한국대학생포럼은 31일 김 전 대변인 논란에 대해 "청와대 관사를 본인 투자에 이용해 사실상 국민 세금을 횡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현 정부의 대변인 신분으로 내로남불의 이중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진보 진영 2030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30대인 고은영 제주녹색당 운영위원장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공직 생활을 정리한 후 (이 나이에) 전세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해명했는데, 재개발로 인해 쫓겨나는 세입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해명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변인의 문제뿐 아니라 최근 진행된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후보자 청문회에 대해서도 "실망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회사원 강혜림(31)씨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보면서 586 진보의 철학과 소신이라는 게 겨우 저 정도 수준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요즘 젊은 세대들은 정치에 무관심하고, 노력이 부족하다는 소리나 하는데 적어도 자기 소신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진 않는다"고 했다. 김 장관 후보자는 학자 시절 5·24 조치를 "바보 같은 제재"라고 했지만 청문회를 앞두고는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응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직장인 박모(30)씨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환경부가 산하기관에 전문성이 없는 여권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 보낸 것에 대해 "586세대들은 결국 자기들끼리 끼리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만들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혁수(36)씨는 "3년 전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부정부패에 분노하며 같이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이 586 진보들이었다"며 "그들이 권력을 잡고 하는 일들을 보며 그때 내 곁에서 같이 정의와 공정을 외치던 사람들이 맞나 싶다"고 했다. 김씨는 "당시에 내 돈으로 초와 핫팩을 사서 집회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나눠 줬는데 내가 꿈꾼 세상이 이런 것인가 회의가 든다"고 했다.

원선우 기자 김승재 기자 강다은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31/20190331019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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