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난 시달리는 4050세대] 중년 家長의 3중고


[실업난 시달리는 4050세대] 중년 家長의 3중고


중장년 10명 중 4명이 자식·부모 '더블케어'


   서울 송파구에 사는 백모(61)씨는 최근 "대학원에 가고 싶다"는 딸(29)과 크게 다퉜다. 딸은 서울의 4년제 대학을 졸업했지만 일자리를 못 잡았다. 올 초부터는 대학원에 보내달라고 조르고 있다.


하지만 백씨는 2년 전 사업을 하다 접은 뒤 특별한 수입 없이 모아둔 돈을 야금야금 꺼내 쓰는 처지다. 아버지는 무릎이 아파 거동이 힘들고 어머니는 녹내장으로 시력이 좋지 않아, 백씨가 노부모의 생활비는 물론 월 150만원 넘는 간병인 인건비를 대고 있다. 여기에 다 큰 자식 용돈까지 주느라 친구들도 잘 못 만나는데, 딸이 대학원 학비를 대달라고 해 울컥했다. 백씨는 "사업하면서 그래도 기반 잡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 이겨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중장년층(45~64세) 10명 가운데 4명이 백씨처럼 노부모와 미혼 자식을 동시에 부양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고령화연구패널조사, 전화조사 등을 종합한 연구 결과다.


특히 대학을 졸업한 25세 이상 미혼 자녀와 노부모를 동시에 부양하는 중장년층이 2008년 35%에서 2016년 42%로 늘어났다. 일명 '더블케어'다. 은퇴자들이 대부분인 55~64세에서는 이 비율이 76%에 달했다.


부모 자녀 모두 부양하는 중장년층 그래프 일러스트=박상훈


문제는 이렇게 더블케어 부담에 짓눌리는 중장년층이 자신의 일자리마저 간당간당한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40대 실업자 수는 2016년 14만9000명에서 지난해 16만8000명으로, 50대 실업자는 14만5000명에서 16만4000명으로 늘어났다. 중장년층이 다 큰 자식들과 나이 든 부모를 모두 부양하는 이중고에, 본인들의 취업난까지 삼중고(三重苦)를 겪는 것이다.


성인 자녀 부양 23%는 6년 이상 부양

중장년층의 고통은 청년 실업의 다른 얼굴이다. 기약 없이 부모 집에 얹혀 사는 청년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다 큰 자식이 부모에 기대는 기간도 점점 길어지는 추세다.


이번 연구에서 보사연이 전국 45~64세 성인 남녀 1000명을 전화조사해 보니, 54%가 미혼 성인 자녀를 부양하고 있었다. 그중 절반(23%)은 그렇게 자녀를 부양한 기간이 6년이 넘었다고 했다.


자식이 취업한다고 중장년층의 부담이 당장 덜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다 큰 자식을 부양하고 있다는 응답자 열 명에 네 명(39%)이 "자녀가 취업 혹은 결혼을 한 뒤에도 계속 기대고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성인 자녀들이 취업난 등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경제적·정서적으로 의존하며 생기는 문제"라고 했다.


'공시족'의 그늘…일 안하는 대졸 인력 400만명 육박

https://conpaper.tistory.com/76069

edited by kcontents

 

100세 시대 커지는 부모 봉양 부담

중장년층이 가장 괴로워하는 건 '이런 고통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는 데 있다. 1남 2녀를 둔 이모(54)씨는 취업 준비하는 막내아들(25)에게 매달 용돈으로 50만원씩 주고 있다. 혼자 사는 어머니(87)에겐 생활비로 30만원씩 보낸다. 작년 말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병원비와 간병비로 매달 50만원 이상을 썼다. 이씨는 "경제적 부담은 둘째 치고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생각하면 아득하다"고 했다.


평균수명과 노인 인구가 둘 다 가파르게 늘고 있는데, 건강과 소득은 받쳐주지 않는다는 게 중장년층을 버겁게 하는 요소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2012년 80.9세에서 2016년 82.4세로 늘어났다. 하지만 전체 수명에서 앓는 기간을 뺀 '건강수명'은 같은 기간 65.7세에서 64.9세로 되레 줄었다. 중장년층 입장에선 노부모 간병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커지는 실직 공포에 시달리는 중장년층

이번 연구에서 노부모와 자식을 '더블케어' 하고 있는 중장년층은 절반 이상(58%)이 월소득 300만원 이하였다. 이들은 노부모와 자식을 위해 월평균 115만5000원을 쓰고, 남은 돈으로 빠듯하게 살림을 꾸렸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이 뭐냐"고 물었더니 32%가 "중장년층 일자리"라고 했다. 보조금 지원(22%), 세금공제 등 가계 보전(21%), 거주비 지원(8%)은 그다음이었다.




결국 답은 일자리인데, 현실은 반대로 갔다. 통계청은 13일 40대 취업자가 1991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만명 늘어났지만, 40대 취업자는 되레 16만6000명 줄어들었다.

손호영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8/2019031800273.html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