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프라건설 자금조달 해법은…"신탁기금·ODA·다자공조 구축"


北 인프라건설 자금조달 해법은…"신탁기금·ODA·다자공조 구축"


북한개발신탁기금

"국제금융기구 가입 전 마중물"


남한 주도 다자·양자 공조 구축

"주도권 확보해야"


   북한 인프라 건설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대북 제재 해제·완화 이후 안정적인 자금 조달 방안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북한개발신탁기금, 국제금융기구 공적개발원조(DOA), 남한 주도의 다자공조 민·관 및 민간 투자 구축 등을 해법으로 꼽는다. 


11일 국제·금융·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북한 인프라 개발 자금은 연간 66조~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베트남 모델 주목

시장개발·ODA·외국인투자로 괄목 성장


 

'한반도 통합철도망 마스터플랜'(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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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한반도 통합철도망 마스터플랜'(2017년) 보고서를 통해 북한 내 7개 노선 개량·신설에 37조8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원회(2014년)는 북한 인프라 개발에 철도 773억 달러, 도로 374억 달러 등 총 1392억 달러(약 15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연구원(2013년)은 철도 사업 18조7000억원 등 한반도 개발협력 11개 핵심 프로젝트 사업비로 93조5383억원을 추정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남북 경협이 확대될 경우 연간 27조원씩 10년 간 총 270조원, 국회예산정책처(2015년)는 2026년 통일을 가정했을 때 2060년까지 총 2316조원의 투자금이 들 것으로 각각 관측했다. 산업은행은 북한 경제를 통일이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앞으로 10년 간 최소 705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우리나라가 상당 부분 부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투자 규모 자체도  작지 않지만 '퍼주기' 공세에 따른 정치적부담과 지정학적 세력 균형까지 고려하면 ODA나 다자 공동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민간 기업이 참여했을 때 정치적 리스크로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불식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론 북한신탁기금을, 중·장기적으론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아시아개발은행(AD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다자개발은행(MDB) 등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통한 ODA, 다자·양자간 차관 및 공동 투자, 해외자본 유치 등을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중 북한신탁기금은 북한 개발을 촉진할 마중물로 부상하고 있다.


장형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장이 통일부 의뢰로 작성한 '국제금융기구 투자 지원 해외 사례를 통한 북한 경제개발 정책적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서 북한이 국제금융기구 가입 절차를 거쳐 본격적인 자금 지원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자금지원액도 제한적일 수 있어 이해당사국 간 신탁 형태로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국내외 민간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건설이 선행돼야 하는데 국제금융기구 가입 이전에 기금으로 이를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과거 세계은행은 팔레스타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동티모르 등을 신탁기금 방식으로 지원한 바 있다"며 "북한 개발에 관심이 있는 상당 국가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 외에 IMF·세계은행 가입→ADB·AIIB 가입→선진국과의 국교 정상화→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라는 북한 경제 발전 로드맵도 제시했다. 국제금융기구를 통해 기초 인프라 자금을 조달한 뒤 국교 정상화를 통해 수출을 늘리고 국제 질서에 성공적으로 편입하는 시나리오다. 


베트남은 국제금융기구와 외국인 투자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룩한 좋은 사례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베트남은 1986년 도이모이(쇄신) 정책을 채택한 이후 ODA, 외국인 직접 투자 등에 힘입어 1990년 이후 매년 6~7%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도이모이 정책은 정치적으론 공산당 일당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부문만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실험적인 정책이었다. 대내적으로 가격 자유화, 농업개혁, 금융개혁 등을 통해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고 대외적으론 적극적인 개방으로 해외공적자금 유치를 추구했다. 중국이 개발재원을 해외직접투자에서 찾은 반면 베트남은 IMF·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 협력을 통한 공적자금을 동시에 유치했다. 


국제금융기구 자금지원은 1992년 미국의 제재 해제 후 본격화됐다. 1993년부터 2012년까지 19년 간 ODA 지원 자금은 583억6300만 달러(약 657조원)에 달한다. 외국인직접투자(FDI)도 1986년 8억 달러에서 2016년 126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국토·인프라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었다. 국토개발 초기 교통, 에너지, 통신 등 인프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경제 성장 토대를 마련했는데 여기서 국제금융기구 재원 조달이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벤룩-롱탄 고속도로 건설사업(57.1㎞)의 경우 총 개발금액 16억8000만 달러 중 아시아개발은행(ADB) 6억3600만 달러,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6억3500만 달러 차관 등 79%를 국제 자본으로 충당했다. 베트남 정부 투자금은 나머지 3억3700만 달러(21%)뿐이었다. 


박세훈 국토연구원 글로벌개발협력센터 소장은 "북한도 개혁·개방 초기 도시개발, 인프라 조성에 소요되는 자금 조달을 위해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법·제도적 환경 조성과 국제사회의 안정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재가 완화되면 선진국의 양허성(무상 또는 초저금리 장기 차관) 자금 및 국제사회 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나라 주도 하에 주변국, 유엔, 국제금융기구 공조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갖고 국제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북한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는 해외 자본이 이미 투자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타이밍을 놓칠 경우 자칫 주도권이나 발언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이유다. 남북화합이라는 역사적 의미뿐 아니라 경제적·실리적인 차원에서도 그렇다.




정부도 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나라가 국제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위해선 대외적으로 대북 투자가 허용되기 전에 남북 간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공고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남북 공동번영이라는 목적에 부합하게 우리가 주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jwsh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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