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숨막히는 ‘공기 후진국’ [임철순]


미세먼지에 숨막히는 ‘공기 후진국’ [임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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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숨막히는 ‘공기 후진국’

2019.03.08

숨이 막힙니다. 7일 오후부터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눈이 따갑고 목이 칼칼하고 숨이 막히는 고통이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재난 수준으로 심해지면서 정부는 대체 뭘 하고 있느냐는 불만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미세먼지 때문에 이민을 간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딸이 외국으로 간 데 대한 의혹과 궁금증이 풀리지 않자 “미세먼지 때문에 갔다더라”는 말까지 떠돌고 있습니다. 6일 청와대 앞에서 정부 대책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인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최열 공동대표의 말대로 우리는 ‘공기후진국’입니다. 통계적으로 세계 224개국 가운데 나쁜 순서로 12번째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생활과 생업은 고사하고 국민의 생존 자체가 위험한 상황입니다.

2월 15일 미세먼지 특별법이 발효돼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할 근거는 마련됐지만, 그동안 정부는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습니다. 국민들의 고통과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7일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한 비상저감조치에 따라 단계별 대응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밝힌 ‘중국과의 공동대응 협력 및 고농도 미세먼지 긴급조치 강화’ 방안은 3일 이상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지면 국가·공공차량을 전면 사용 제한하고, 5일 이상 연속 발령되면 추가적 등급제 기반 차량 제한, 지역별 차량부제 자율 실시 등 대응을 강화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명시하진 않았지만 민간 차량 2부제 도입을 시사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중국과의 서해상 인공강우 실험을 연내에 추진하는 등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예보와 조기경보 시스템을 만들어 공동 대응키로 한 양국 환경장관 합의사항을 시행하면 2∼3일 전 조기경보가 가능해지고 현행 3일 예보체제도 7일로 늘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환경부 장관 차원에서 다룰 사항이 아닙니다. 총괄 책임자인 총리가 나서 각 부처의 총력을 모아야 합니다.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을 처음 약속한 건 2016년 6월입니다. 이어 대통령 탄핵 등 대혼란을 겪은 뒤 ‘미세먼지 30% 절감’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고, 지난해 11월 국무총리 주재 대책회의에선 미세먼지에 재난 수준으로 대응한다는 방침도 정했습니다. 그런데 2년 가까운 기간에 정부가 한 일은 문자메시지를 통한 경고와 차량 운행 제한 정도입니다. 중국 발 미세먼지의 영향 정밀 조사, 중국에 대한 외교적 수단 구사 등은 말뿐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노후 경유차(2015년 이전 생산차)보다 11배나 더 미세먼지를 뿜어낸다는 덤프 트럭, 레미콘 트럭, 포클레인 등 노후 건설장비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미세먼지에는 1)공장 발전소 경유차 등 오염원에서 직접 배출된 알갱이 2)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휘발성유기화합물 같은 가스 형태 오염물질이 배출된 뒤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거쳐 변한 것 등 두 가지가 있는데, 간접배출 방식의 2차 생성물질이 전체 미세먼지의 70%라고 합니다.

질소산화물 등을 줄이기 위해 방지시설을 하려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돈을 많이 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인기에 민감한 정부가 반발이 두려워 더 중요한 부분에 대해 과감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협력도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 탓을 많이 해왔고, 실제로 그런 측면이 있지만 “서울 미세먼지가 중국 거라는 근거를 대봐라”, “너희나 잘해라”하는 중국의 반격에 할 말이 군색한 상황입니다. 고농도 오염 때는 오염물질의 60~80%가 중국에서 날아온다는 게 환경 당국의 견해였는데, 중국 주요 도시 초미세먼지 농도는 최근 4년 새 32%나 떨어졌습니다.

중국은 2013년 시진핑(習近平)이 들어서면서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 금지, 철강 생산 규제, 대도시 차량 통행 제한, 석탄 난방 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통해 미세먼지를 줄여왔습니다. 2016~17년 석탄보일러 474만 개를 가스나 전기보일러로 바꾸고 노후차 2,000만 대를 폐기 처분했습니다. 2016년 한 해 동안 폐쇄된 공장이 1만 곳, 영업정지가 5,600곳이었습니다. 중국에 제대로 배웠다면 미세먼지는 이처럼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다면서 전문성도 없는 사람을 주중 대사로 임명한다니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명분이나 도덕적인 면에서 밀리면 외교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경제정책 실패자로 꼽히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중국이 좋게 볼 리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중국에서 교환교수를 했고 저서도 중국어로 번역된 바 있으니 중국통이라고 두둔하니 정말 우스운 일입니다.

게다가 정치권은 탈원전정책의 미세먼지에 대한 영향 문제로 진영이 갈려 입씨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미세먼지에 더해 국민을 더 숨 막히게 하는 공해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천지에 봄은 이미 왔는데 시원하고 신선한 공기는 대체 언제나 마음 놓고 들이마시며 살 수 있는 건지.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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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임철순(任喆淳)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 이투데이 이사 겸 주필 역임. 현재 자유칼럼그룹 공동 대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시니어희망공동체 이사장. 한국기자상, 위암 장지연상, 삼성언론상 등 수상. 저서‘노래도 늙는구나’, '효자손으로도 때리지 말라’,‘1개월 인턴기자와 40년 저널리스트가 만나다(전자책)’,‘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공저)’'마르지 않는 붓'(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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