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공원을 누가 팔았나


그 공원을 누가 팔았나


[한은화의 생활건축] 



    고승덕 부부의 공원 재테크가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고 변호사의 아내가 이사로 있는 투자자문업체 마켓데이 유한회사가 2007년 약 43억원에 매입한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공원용지 두 곳(총면적 3149.5㎡)을 용산구가 올해 237억원에 되사겠다고 밝히면서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도시공원 일몰제’때문이다. 1999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도입돼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지자체가 도시 계획상 공원으로 지정해 놓고 20년간 사들이지 않은 공원의 경우 공원 용지에서 자동 해제된다. 

  

땅은 이촌파출소가 있는 이촌어린이공원과 꿈나무어린이공원으로 쓰이고 있다. 전 소유자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다. 국가 소유의 매립지였다가 83년에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 소유권이 이전됐고, 공단이 2007년 공매로 내놨다. 이를 마켓데이가 단독입찰해 낙찰받았다. 



만약 일몰제 이후 공원이 개발됐다면 동네를 지키던 파출소도 사라지고,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공원도 없어졌을 거다. 일몰제가 시행되기까지 20년의 유예기간이 있었고, 그 사이 파출소가 있는 공원을 판 건 정부다. 이를 지자체가 5배나 더 주고 사게 됐다.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예산이 없다며 발 동동거리는 지자체의 이야기도, 공원 소유자들의 개발 욕구를 탓하는 이야기도 달갑지 않다. 20년간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않은 것은 공공이다.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작은 공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탓이 크다. 


 [사진 공원을 사랑하는 시민 모임]


서울 경복궁 영추문 건너편에 있는 통의동 마을 마당(사진)도 민간에 소유권이 넘어갔던 것을 최근 서울시가 매입했다. 2016년 대통령 경호실이 청와대 인근 개인 주택과 이 공원을 맞바꾸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97년 초 조성된 대한민국 최초의 공공 마을 마당은 온갖 우여곡절 끝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공원뿐 아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공매 포털 온비드에 가면 골목길도 매물로 나와 있다. 주민들이 사용하는 길을 정부가 내다 판다. 결국 그 길을 둘러싸고 개인은 서로 싸워야 한다. 고속도로 같은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투자 발표는 앞다퉈 하지만, 정작 생활밀착형 인프라 구축에는 인색하다. 왜 도시민의 소소하지만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를 고민하지 않는 걸까. 더는 삶보다 정치가 먼저여서는 안 된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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