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해체 경제성 평가' 거의 조작 수준이다


'보 해체 경제성 평가' 거의 조작 수준이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죽산보 보 개방 후 수질 크게 악화됐는데 '해체면 수질 개선' 주장 

믿기 힘든 '환경 가치' 계산


    정부가 금강·영산강 5개 보(洑) 가운데 세종보·공주보(금강), 죽산보(영산강)를 해체 철거하겠다고 했다. 백제보(금강)와 승천보(영산강)는 상시 개방한다는 것이다. 판단 근거는 학자들이 수행한 경제성 평가 결과다. 그 보고서를 들여다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해체한다는 죽산보를 보자. 죽산보는 해체에 따르는 비용(철거비와 취·양수장 보강비 등 623억원)보다 편익(1580억)이 훨씬 크니 해체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편익 중 64%(1019억원)가 해체 시의 수질 개선 이익이었다. 한마디로 보를 없애면 수질이 개선될 테니 보를 뜯어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의 작년 12월 보도 자료를 보면 죽산보 수질은 2017년 6월 보 개방 이후 악화됐다. 


약간도 아니고 아주 뚜렷하게 나빠졌다. 엽록소 농도는 2013~16년 ㎥당 35㎎이던 것이 개방 후 2018년엔 72.4㎎으로 치솟았다. BOD(L당 3.2㎎→5.6㎎), 총인(0.094㎎→0.240㎎), 부유 분진(13.1㎎→40.7㎎), 유해 남조류(3001개→2만969개)도 마찬가지다. 보를 다 열었는데 수질이 크게 악화됐다면 보를 아예 해체할 경우 역시 수질은 나빠진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보 개방 후) 수질이 나빠진 것은 유속 증가로 하천 퇴적물이 재부유하면서 나타나는 단기(短期) 현상이며 보 개방이 지속되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죽산보는 1년반 넘게 개방했는데 그게 어떻게 '단기 현상'인가.


환경부는 '환경 가치 추정 기법'이라는 걸 활용해 경제성을 평가했다. 유역민들에게 '수질 또는 생태가 개선되면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느냐'는 설문을 한 후 그 값을 더해 편익을 계산한 것이다. 마음속 생각을 평가하는 것이어서 설문 설계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죽산보 경우 보를 해체하면 수질이 상당히 나아질 것으로 전제하고 그것의 편익을 묻는 질문을 했던 것이다. 사실을 비틀어 거꾸로 갖다 붙였다. 거의 조작(造作)에 가깝다. 평가에 관여하거나 평가 결과에 동의한 학자들부터 책임을 느껴야한다.


죽산보/나주신문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보, 왜 해체 하려 하나...근거 더 명확히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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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해체에 따른 '생태 개선' 편익을 보면 죽산보 49억원, 승촌보는 90억원인데 세종보는 755억원이나 됐다. 모래톱과 여울이 생기는 변화를 화폐 가치로 나타낸다는 건 아주 조심스러운 작업이다. 섣부르게 하다 보니 어떤 보는 49억원, 어떤 보는 755억원이 나왔다. 진실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보를 해체하고 나면 모래톱이 생기는 긍정적 변화도 있겠지만 갈수기엔 강이 말라 버리는 부정적 변화도 있을 것이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선 설문에서 긍정 요소만 아니라 부정 요소까지 충분히 설명해야 맞다.




공주보 해체의 종합 편익은 1230억원, 비용은 1140억원으로 계산됐다. 시설 내구연한 40년 동안 도합 90억원, 연간 2억원씩의 이익이 생긴다는 것이다. 수질, 생태에 관한 주관적 가치 평가로 나온 연간 2억원의 이익을 얻기 위해 1100억원 들여 지은 공주보를 533억원을 들여 해체하겠다는 것이다.


보가 물 흐름을 막아 강의 수질·생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면 보 수문(水門)을 열어 운영하면 된다. 그러다가 상황이 바뀌거나 판단이 변하면 원래의 보 운영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반면 보를 일단 부숴버리면 되돌릴 수 없다. 일종의 대못 박기다. 어떤 선택이 합리적인가. 자기편끼리 구성한 위원회에서 꿰맞추기식 경제성 평가를 한 후 보를 해체하겠다고 달려드는 걸 보고 전(前) 정권 지우기, 전 정권 보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하다.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1/20190301025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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