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붕괴] 경매 시장 마저도...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 갈수록 싸늘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이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몇 차례 유찰돼 감정가를 훨씬 밑도는 물건에만 응찰자들이 관심을 두면서 낙찰가율과 낙찰률이 모두 하락하고 있다. 


1월 100%에 육박하던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최근 80% 초반까지 뚝 떨어졌다. 웬만큼 가격이 싸지 않으면 입찰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낙찰률(경매 물건 대비 낙찰 물건 비율)도 50%대에 머물러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82.4%다. 2013년 10월(82.4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월평균 낙찰가율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매달 10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9·13 대책 이후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Daum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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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매가 그렇지만 특히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경매 응찰자들이 가급적 낮게 낙찰 받아야 차익 손실을 피할 수 있다. 불과 몇개월 전과 달리 최근엔 유찰 사례가 증가하면서 최초 감정가에 훨씬 못 미치는 낮은 가격에 입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인기 물건에는 수십명이 몰리면서 감정가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에 매각되는 고가 낙찰도 잇따르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센트라스 아파트(건물 면적 59.9㎡)의 경우 응찰자가 40여명이 넘게 몰리면서 고가 낙찰이 이뤄졌다. 감정가는 6억3000만원인데, 9억1100만원에 낙찰됐다. 매각가율이 145%에 달한다. 


성동구 왕십리뉴타운에 지어진 센트라스 1,2차 아파트(2529가구)는 2016년에 입주한 단지로, 이번 물건의 감정가는 2017년 11월에 책정돼 최근 시세보다 훨씬 낮다. 지난해 9월 마지막 실거래된 같은 평형의 가격은 10억3000만원(27층)과 9억9000만원(19층)이다. 이후 최근까지 실거래가 없는 이 아파트의 전용 59㎡ 호가는 9억3000만~10억3000만원 정도다. 


아파트 경매도 한파.. '응찰자 제로' 속출

https://realestate.daum.net/news/detail/hotissue/1155190/20190128113536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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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행당동 346 행당한진타운 아파트도 최근 응찰자가 20여명 넘게 몰렸다. 행당한진타운(건물 면적 60㎡)는 감정가가 5억7900만원이었는데, 지난 11일 응찰자 21명이 몰리며 6억8111만원(낙찰가율 118%)에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격이 지난해 1월에 책정돼 역시 현재 시세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이다. 2000년에 입주한 이 단지(2123가구)는 지난해 12월 같은 평형이 6억5000만원(1층)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9~10월까지만 해도 7억4000만~7억7000만원까지 실거래됐다. 


지난 달 영등포구 문래동5가 14 문래두산위브(건물면적 79.9㎡)는 감정가 4억5500만원보다 높은 5억8220만원에 낙찰됐고, 구로구 개봉동 현대홈타운2단지(건물면적 84.9㎡)도 감정가(4억9500만원)를 웃도는 5억4517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응찰자가 모두 10명 넘게 몰리며 매각가율이 각각 128%, 110%에 달했다. 


지지옥션 한 관계자는 "감정가가 오래전에 책정돼 현재 시세보다 싼 가격에 나온 아파트에만 응찰자가 쏠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일반 매매 시장이 하락 조정을 받고 있는 터라 어지간히 싼 물건이 아니고선 투자자들도 입찰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우고운 기자 조선비즈 




부동산 한파에 경매시장도 '빙하기'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 10계에서는 서울 강남권 랜드마크 아파트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전용면적 84㎡)가 경매에 부쳐졌다. 작년 9월 같은 면적 아파트가 27억원에 거래됐지만, 이날은 감정가 23억원에도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달 6일 이 아파트의 2회차 경매 최저가는 종전 감정가의 80% 수준인 18억4,000만원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부동산 시장의 한파가 지속되면서 주택 경매시장도 덩달아 꽁꽁 얼어붙고 있다. 물건은 계속 쌓이는데 낙찰률은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저가 매수세마저 실종돼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까지 줄줄이 유찰되는 실정이다.


최근 서울 지역 아파트 경매 상황_김경진기자


쌓이는 경매물건 

18일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 등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부동산 경매 건수(1만1,075건)는 전월(1만134건)보다 9.3% 늘었다. 이 가운데 주거시설 경매(4,797건)는 전달보다 11.7% 증가했는데, 특히 서울은 전월보다 22%, 인천은 19%나 증가했다.


경매 진행건수는 처음 경매로 나오는 물건과 앞선 입찰에서 유찰된 기존 물건을 합한 수치다. 건수가 늘어나는 건, 그만큼 낙찰이 저조해 물건들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쌓여간다는 의미다. 작년 9월까지 50%대를 기록했던 낙찰률(입찰 대비 낙찰 건수)은 10월 이후 34%대에 머물면서 지난달에도 34.6%에 그쳤다. 경매 10건 중 7건은 아예 응찰자가 없었다는 얘기다.


자연히 경매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 서울 지역 주택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은 지난해 1월 96.2%에서 지난달 93.6%까지 낮아졌다. 전국 평균 역시 지난달 80.1%로 1년 전보다 7%포인트나 떨어졌다. 낙찰가율은 통상 향후 집값 전망에 따라 오르내리는데, 요즘은 그만큼 시장의 집값 전망이 부정적임을 반증하는 수치다.


이런 경매시장의 찬바람은 당국의 부동산 대출규제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상 경매는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유주택자 비중이 높은데, 지난해 9월 이후 유주택자 신규 대출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경매 투자자들의 돈줄이 막혔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와 공시가격 현실화 등도 경매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실제 지난해 9월 12.3명에 달하던 서울 아파트 평균 응찰자 수는 지난달엔 2012년 7월(4.1명)이후 최저치인 4.3명으로 떨어진 상태다.


응찰자가 줄고 낙찰가율이 떨어지면 경매시장은 침체 국면으로 여겨진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전세보증금을 내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도 경매 물건 증가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강남 아파트도 유찰 

경매시장 냉각은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에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28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진행된 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81.88㎡)는 감정가 13억3,000만원의 1차 경매에서 유찰됐다. 대표적 재건축 추진 아파트로 작년 10월 17억5,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던 곳이지만 응찰자가 나오지 않았다. 주상복합인 송파구 롯데캐슬골드(187.7㎡)와 서초구 아크로비스타(201.1㎡) 역시 각각 감정가 20억8,000만원과 25억에 시장에 나왔지만 유찰됐다.


      


이는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작년 9월까지만 해도 강남권 아파트는 나오기만 하면 ‘묻지마 입찰’로 낙찰률 100%을 기록했다. 낙찰가율이 110%에 이를 정도로 열기도 뜨거웠다. 작년 1월 11억1,000만원으로 감정가격이 책정됐던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아파트(136㎡)에는 무려 19명이 입찰에 참여해 최종 낙찰가 13억1,155만원으로 낙찰가율 118.6%를 찍었다.


서지우 지지옥션 연구원은 “침체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경매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며 “당분간 부동산 가격 상승 요인은 없을 것으로 보여 매매시장의 호가보다는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며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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